[이슈체크] 말 많은 부산엑스포 홍보영상…HS애드, PT 제작 역량 도마 위에

[이슈체크] 말 많은 부산엑스포 홍보영상…HS애드, PT 제작 역량 도마 위에

  • 기자명 이유정 기자
  • 입력 2023.12.18 08:26
  • 수정 2023.12.1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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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신 가운데 개최지 선정 투표장에서 공개됐던 한국의 최종 프레젠테이션 영상이 유치 실패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PT 대미를 장식한 영상에선 싸이, 김준수 등 K팝 스타와 한류 유명 인사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대중들은 K팝 소재 사용의 의문성과 엑스포와 관련, 의미하는 바를 모르겠다며 갖은 비난을 쏟아냈다.

아울러 개최지가 될 부산은 30여초 영상 동안 단 9초가량만 나오면서 부산의 매력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최종 PT는 HS애드가 맡았던 알려졌다. pt영상 제작에만 50억 가량의 대규모 세금이 투입됐음에도, 영상을 부실하게 제작한 HS애드의 역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마지막 PT 홍보영상, 부산은 꼴랑 ‘9초’...누리꾼 혹평 쏟아져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를 개최하려던 유치에 실패하며, 부산 엑스포 염원은 끝내 좌절됐다. 그마저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게 4배 가까이 뒤쳐진 투표수를 받아 사실상 완패에 가까웠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 173회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4배 가까이 크게 뒤졌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면 최종 개최지로 선정되나, 이날 참여한 165개 BIE 회원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표를 쓸어담아 1위를 달성, 부산은 29표,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는데 그쳤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간 결선 투표를 치르는데 3개국 이상 경쟁에서 결선 투표에 이르지 못하고, 1차 투표만으로도 최종 승자가 갈린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1차 투표에서 사우디의 3분의 2 득표를 저지해 2차 투표에서 역전하려던 정부의 전략은 현저한 격차로 대참패하고 만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표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엑스포 유치 겅쟁 참패의 원인 중 하나는 부실하게 제작된 한국 유치위원회의 최종 프레젠테이션(PT) 영상이 지목된다.

이날 한국은 가장 먼저 최종 경쟁 PT에 나섰다. 부산갈매기가 BIE 총회가 열린 파리에서 도착하는 오프닝 영상으로 포문을 열었다.

약 20분간 진행된 PT에는 한덕후 총리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등이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 연사로 나섰다.

이어 PT 마지막은 33초 분량의 홍보 동영상으로 막을 내렸다. 홍보 영상에 등장한 배경 음악은 가수 싸이의 지난 2012년 히트곡 ‘강남스타일’으로, 약 10년 전 노래를 배경으로 소프라노 조수미, 지휘자 정명훈, 동방신기 출신 김준수, 샤이니 태민 등 K팝 가수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당신의 선택(Your Choice)”를 외쳤다.

끝으로 가수 싸이와 배우 이정재 등이 ‘유일한 선택(온리 원 초이스)’를 말하며, 당시 기호 1번이었던 만큼 숫자 1을 상징하는 검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등 숫자 1을 강조했고, 부산의 불꽃놀이 영상 등과 함께 PT가 마무리 됐다.

해당 영상을 두고 누리꾼들은 영상 길이 33초 분량 중 부산의 모습은 9초가량만 나왔으며, 그마저도 부산의 특징이 제대로 부각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광안대교 전경이 두 번, 부산 불꽃놀이 장면이 2번 정도 등장한다. 한복을 입은 소녀들과 ‘부산에서 다시 만나요’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시민들 모습이 잠깐 스쳐 지나가지만 장소가 부각되지 않았다.

PT 마지막을 장식한 홍보 동영상에 부산은 제대로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 ‘부산’에서 열리는 엑스포 취지에 걸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 노래가 국내에서 이슈가 됐던 건 무려 10년 전인 2012년이다.

아울러 엑스포 유치 마지막 PT에 부산과 무관한 K팝 스타를 앞세운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6월 BIE 총회 PT 때도 걸그룹 에스파가 등장 했는데 또 다시 K팝스타를 내세운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PT의 ‘키워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강의 기적, 폐허에서의 성장 등 부산에서 개최해야 하는 근거들이 모두 단편적일뿐더러 부산에 대한 요소들이 부족했다며 입을 모았다.

누리꾼들은 “언제적 강남스타일이냐”, “부산 엑스포라고 하더니 ‘강남 엑스포’인 줄 착각하겠다” ,“요즘 대학생들도 저렇게는 안 만든다”, “세금을 어디에 썼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세금 53억원 쏟아부었지만...HS애드, 광고 역량 도마 위

엑스포 PT 영상에 대해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사진 = SBS 영상 갈무리]
엑스포 PT 영상에 대해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사진 = SBS 영상 갈무리]

 

이에 부산엑스포 영상 제작 관련 예산을 어디에 썼는지 샅샅이 밝혀야 한다는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야권에서는 부산엑스포 영상 제작에 투입된 세금이 허투루 쓰인 것 아니냐며, 이에 대한 국정감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부산엑스포 해당 영상 제작이 들어간 예산을 파악한 결과, 지난달 프랑스 현지에서 진행된 4차 프레젠테이션과 당시 진행된 리셉션, 최종 프레젠테이션 영상 등에 투입된 예산 비용은 총 53억원이었다.

복수의 언론사에 따르면, 4차·5차 PT의 최종 홍보영상 제작과 리셉션을 담당한 업체는 광고회사 ‘㈜HS애드’로 알려졌다. 문제의 홍보영상뿐만 아니라 PT 전반에 해당하는 모든 영상들을 제작한 것이다.

다만 HS애드는 최종 홍보영상에 투입된 예산 등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본지>는 PT 제작에 쓰인 정확한 예산 금액 및 HS애드의 입장을 알기 위해 회사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HS애드는 박애리 대표가 이끌고 있는 광고 회사다. 해당 대행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의 취임식을 기획했고, 여수세계박람회 한국관 전시·운영과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도 대행한 바 있다.

HS애드가 여태 영상 제작 업체의 정체가 쉽게 드러나지 않은 까닭은 ‘컨소시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와 조달정보개방포털 등에서는 ‘유치활동 종합용역’이나 ‘조합홍보용역’의 계약업체로 대홍기획과 에델만코리아가 이름을 올렸지만, 컨소시엄에 참여한 HS애드는 계약 당사자가 아닌 탓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HS애드와 에델만코리아, 대홍기획은 엑프소 홍보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홍보용역을 담당했는데, 에델만코리아와 대홍기획은 각각 해외 홍보와 국내 현지실사 일정 부분 등 국내 홍보를, HS애드는 총회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HS애드가 밝히지 않는 한 문제의 마지막 홍보영상 제작에 얼마의 비용을 투입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지난 4차, 5차 PT와 리셉션을 모두 더한 비용 53억원만 공개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영상 제작을 제작한 대행사 책임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광고주(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충족시켜야만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광고 업체의 한계였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6월 4차 PT에서도 가수 싸이가 연사로 나섰을 당시엔 반응이 좋았던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비난은 결국 결과론적이라는 평이다.

 

‘PT의 중요성’ 사우디 자본력 뒤집을 ‘한수’였으나...“아무 것도 없었다”

▲박애리 HS애드 대표[사진=연합뉴스]
▲박애리 HS애드 대표[사진=연합뉴스]

 

물론 비단 홍보 동영상이 유치 실패 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경쟁국 사우디가 천문학적인 금액 ‘오일머니’를 앞세우며, 일찌감치 막대한 물량 공세를 퍼부어 우리나라가 사우디 선점표를 가져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로 표현되는 신흥국 개발국 등이 한국에 대한 지지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사우디에 비해 종교나 지역에 기반해 기본적으로 확보하는 표밭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오는 2025년 일본에서 엑스포가 열리기 때문에 동북아시아 인근 국가로서 승산이 없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비록 경쟁에서 졌더라도 어떻게 지느냐도 중요한 관건인 만큼 비난의 화살은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본력으로 패배는 자명한 사실이었지만 부산이 어떤 도시인지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리였기에 PT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한편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정부는 결국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본인이 직접 나서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며 이례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여권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우디의 오일 머니에 진 것이 아닌 이번 실패는 ‘총체적인 외교 역량 부족’이라며 엑스포 유치 과정의 경험은 소중히 살리면서 냉철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외교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는 등 날선 비판들이 나왔다.

더퍼블릭 / 이유정 기자 leelyjwo@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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