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NOW] ‘여섯 번의 실패’ 매력 없는 KDB생명, 산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

[보험NOW] ‘여섯 번의 실패’ 매력 없는 KDB생명, 산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

  • 기자명 신한나 기자
  • 입력 2024.02.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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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여섯 번째 KDB생명 매각시도가 이번에도 실패로 돌아갔다. 산업은행이 전폭적인 자금 지원 의사까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하나금융지주와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했던 MBK파트너스가 인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삼고초려(三顧草廬), 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해 참을성 있게 노력한다는 뜻으로 최근에는 인내심을 갖고 목표하는 바를 위해 노력한다면 결국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매각 시도가 삼고초려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업계에서는 ‘여섯 번의 매각 실패’ 라는 타이틀과 이미지로 인해 보험사 인수를 고려하는 많은 기업들에게 KDB생명보험 인수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기간 경영권 매각이 시도되면서 보험 영업력이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KDB생명 자체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도 새로운 인수 후보 기업을 찾기 어려운 이유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보험NOW>에서는 여섯 번째 매각 시도에 실패한 산업은행-KDB생명의 ‘지금’을 살펴보고자 한다.

4전 5기의 시도도 실패로 돌아갔다...하나금융지주, KDB생명 인서 의사 철회

[더퍼블릭=신한나 기자] 지난 10월 18일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의 인수를 철회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삼일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입찰공고를 낸 뒤 다섯 번째 KDB생명 매각에 나섰다.

이에 하나금융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올해 7월 인수우선협상자로 선정됐고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실사작업을 진행했지만 결국, KDB생명을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새로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인수를 최종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지>는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을 인수하지 않은 이유를 조금 더 세부적으로 분석해봤다.

먼저 KDB생명은 보험사에 가장 중요한 ‘영업기반’이 약한 상황이다. KDB생명의 영업점포는 지난 2017년 이전 200곳에 달했지만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살펴보았을 때에는 72곳에 불과했다. 장기간 경영권 매각이 시도되면서 영업력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영업기반이 악화되면서 KDB생명의 실적도 위축됐다.

지난해 11월 KDB생명이 발표한 공시에 따르면 연결기준 3분기 누적 순손실이 179억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2022년 같은 기간 111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보험 손익의 경우 555억원에서 46억원으로 91.7% 줄었고 투자손익은 741억원에서 적자 전환해 61억원의 투자손실을 기록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1296억원이던 영업이익이 1년 사이 14억원 손실로 후퇴했다.

뿐만 아니라 건전성도 악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보험사의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해 가용자본을 산출하는 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면서 지급여력비율을 감독하는 감독 제도(K-ICS) 역시 새롭게 도입됐다. 이를 적용하면 KDB생명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K-ICS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60%에 불과하다. 해당 비율은 높을수록 건전성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낮을수록 잠재된 리스크에 대응할 가용자본이 부족한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규제에 따른 보험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대 10년간 경과조치를 시행했다. 이를 적용하면 이를 적용하면 KDB생명의 작년 9월 말 지급여력비율은 128.8%로 높아지나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에는 여전히 미달하는 수치다.

이번엔 ‘5전 6기’...‘또’ 실패

 지난 10월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의사를 철회하자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위한 재입찰을 극비리에 진행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의사를 철회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 많은 말이 오가자 산업은행이 부담을 느껴 극비리에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대한 재입찰을 진행했고 MBK파트너스가 입찰에 참여했다. MBK파트너스는 4조원 규모의 6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 중인 곳이다.

무난하게 MBK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면서 이들의 거래는 성공적으로 이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MBK파트너스가 거래 완주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며 차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하면서 거래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결국 MBK파트너스는 “단독 협상 대상이 아니면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부랴부랴 산업은행이 MBK만을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이렇게 산업은행의 KDB생명 여섯 번째 매각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무려 여섯 번의 실패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현 시점에서 매각 재추진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라며 “냉각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산업은행, 구주 매각 아닌 경영 위탁 주주 찾는 방향 선회하나?

▲ 보험업계 (사진제공=연합뉴스)
▲ 보험업계 (사진제공=연합뉴스)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포트폴리오 KDB생명의 매각을 두고 새로운 방법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구주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 의지는 접고 산은의 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경영을 위탁할 주주를 찾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보유 중인 구주를 매각하는 형태가 아니고 KDB생명 경영권을 위탁하고 산은의 추가 출자를 받는 조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이 제기되는 까닭은 산업은행의 추가 출자가 이뤄지면 KDB생명의 재무건전성은 일부 개선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탁사의 책임경영도 보장하지 못할뿐더러 자금 지원만으로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도 확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도박 같은 경영전략’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KDB생명은 지난해에만 자본성 증권 및 유상증자 등을 통해 5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수혈했다. 이 가운데 약 4000억원은 산업은행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던 덕분에 조달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은 여전히 낮다.

앞서 제시했듯 지난해 9월 말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금융당국의 경과조치 이후에도 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한참 밑도는 128.8%이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KDB생명 위탁경영을 하게 될 경우 ‘공적자금 베팅’에 불과하다고 우려한다.

대규모 부실을 초래한 회사에 또다시 혈세를 투입하는 ‘퍼주기’식 지원으로 KDB생명의 부실을 국민 부담으로 전가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규모 공적자금을 베팅하는 것이 국가를 대변하는 정책금융은행에게 바람직한 행보일 것인지는 의구심이 든다”라며 “수천억원의 국민세금을 들였으나 위탁받은 주주가 경영정상화를 만들지 못한다면 산업은행이 다시 책임을 지는 상황이 될 게 뻔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보험사 매물, KDB생명 발목 잡을수도

현재 보험업계 M&A 시장에는 동양생명 등 거대 매물이 즐비한 상황이다. 거대 매물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소형 보험사들이 대거 시장에서 거론되면서 KDB생명의 매력은 빛을 잃어가는 양상이다.

▲ 사진제공=동양생명
▲ 사진제공=동양생명

먼저 동양생명은 보험M&A시장에서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보험사다. 동양생명은 현재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로 보장성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매물로 손꼽히고 있다.

새 회계기준이 도입된 이후 동양생명의 지난해 1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130% 가량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APE(신계약 연납화 보험료) 중 보장성 상품은 15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9%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미래 이익 지표인 신계약 보험서비스마진(CSM)은 지난해 1분기 기준 1763억원이며, 보유계약 CSM은 2조4857억을 기록했다.

동양생명 뿐만 아니라 뿐만 아니라 롯데손해보험, ABL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MG손해보험 등 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는 상당하다.

▲ 사진제공=롯데손해보험
▲ 사진제공=롯데손해보험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은 이달 말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금융사에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해보험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지난해 영업이익 3973억원, 순이익 3024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1946년 대한화재해상보험으로 회사가 세워진 이래 최대 연간 실적이다.

사측은 장기보장성보험의 성장을 통한 지속적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와 보험계약의 질적 개선 그리고 투자자산에 대한 리밸런싱 등 체질 개선의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롯데그룹 시절 비중이 컸던 퇴직연금 대신 장기보장성보험에 주력하며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매력적인 매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험사 M&A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BL생명의 경우 자산 17조원 규모의 중소형 보험사로 KDB생명과 덩치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매각 불발로 인해 매각 작업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 사진제공=연합뉴스
▲ 사진제공=연합뉴스

한편 올해 금융지주들이 보험사 매각에 큰 관심을 쏟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KB금융그룹을 제외한 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순이익이 감소함녀서 보험사 인수를 통한 비은행 강화에 적극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중 비은행 순이익이 증가한 회사도 KB금융 뿐이다. KB금융의 비은행 순이익은 1조3704억 원으로 2022년 1조1570억 원 대비 18.4% 증가했다. 전체 순이익 중 비은행 비중은 34%로 2022년 보다 5.5%p 상승했다.

4대 금융 중 신한금융은 비은행 순이익 비중이 가장 큰 회사는 신한금융이다. 하지만 지난해 신한금융의 비은행 순이익은 1조6543억 원으로 2022년 1조9633억 원 대비 15.7%가 감소했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순이익 비중도 35%로 4%p 줄었다.

이 때문에 KB금융은 신한금융에 뺏겼던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을 제외한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은 올해 보험자회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보험사 매물이 많기 때문에 매각가와 인수 후 비용 등 가격 합의가 원만히 된다면 올해 보험M&A 시장이 활활 타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더퍼블릭 / 신한나 기자 hannaunce@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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