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당국 감시망 벗어난 크래프톤, ‘신작 부진·원게임 리스크’에 연일 신저가…‘칼리스토 프로토콜’ 역효과로

경쟁당국 감시망 벗어난 크래프톤, ‘신작 부진·원게임 리스크’에 연일 신저가…‘칼리스토 프로토콜’ 역효과로

  • 기자명 최태우
  • 입력 2022.12.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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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부진의 늪…실적 부진•주가 급락•원게임 리스크 ‘삼중고’

최근 다수의 대기업집단이 과세당국과 경쟁당국으로부터 조사와 감시를 받고 있는 가운데, 올해 공정위로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크래프톤이 ‘사익편취’ 규제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확인됐다.

크래프톤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의 지분이 14.54% 수준에 불과해 사익편취 규제 조건에 미치지 못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오너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크래프톤은 현재 다양한 대내외 리스크들을 직면하고 있어 오너 리스크를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상태다.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원게임 리스크도 현재까지 해소하지 못했으며 신작들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주가가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제는 실적 부진이라는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시 전부터 분위기 반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던 기대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이용자 확장에 난항을 겪고 있는 데 더해 게임 개발사로서 크래프톤에 대한 기대치마저 낮추는 부작용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익편취 등 ‘오너리스크’ 사전 종식…경쟁당국 감시 ‘프리패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22일 업계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로 몸집을 키워 올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크래프톤이 경쟁당국의 규제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사가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것은 넷마블과 넥슨에 이어 크래프톤이 세 번째다. 현재 크래프톤의 자산총액은 6조2920억원으로, 전체 76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59번째다.

올해 다수의 대기업집단이 사익편취와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에 경쟁당국 및 국세청의 조사와 감시를 받고 있지만, 크래프톤은 총수로 지정된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의 지분이 14.54%에 불과해 규제 조건에 미치지 못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시의무 대상 기업집단으로 총수와 특수관계인이 전체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비상장계열사 또는 전체 지분 30% 이상을 소유한 상장계열사, 계열사가 지분 50% 이상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등의 행위를 금지한다.

이는 총수일가에 그룹의 지배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크래프톤의 경우 계열사를 포함해 장 의장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소유한 법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초 크래프톤은 펍지주식회사와 펍지랩스, 펍지웍스 등을 100% 자회사와 손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8월 IPO를 앞두고 모두 흡수합병한 바 있다.

그 결과, 크래프톤은 대기업집단임에도 사익 편취 등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리스크 중 한 가지를 줄이게 됐다.
 

다만, 크래프톤은 지난해 IPO를 앞두고 ‘직장 내 괴롭힘’과 ‘공짜야근’ 등 논란이 다소 불거지면서 내부 잡음이 일기도 했다.

당시 크래프톤은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인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평소 자문 업무를 의뢰했던 노무법인에 단독 의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투명하게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당시 준비 중이던 공모주 청약 흥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IPO를 통해 4조3000억원 공모에 성공하면서 게임업계 ‘3N’(넷마블·엔씨소프트·넥슨)을 제치고 단숨에 게임 대장주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계속되는 부진의 늪…실적 부진·주가 급락·원게임 리스크 ‘삼중고’

이처럼 경쟁당국의 규제에서 자유로운 크래프톤의 주가는 올해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신작 부진, 원게임 리스크 등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공모가(49만8000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지난 1월 대비 시가총액이 약 14조원가량 증발한 것이다.

같은 기간 경쟁 업체인 엔씨소프트와 넥슨게임즈는 각각 30%, 39% 하락하는 데 그쳤다. 올해 게임 업계 전반에 침체를 감안하더라도 유독 크래프톤의 주가가 더욱 가파르게 하락한 것이다.

실적 역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면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3분기 매출액 4338억원, 영업이익 1403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9%, 28.2% 감소했다.
 

▲23일 오전 11시06분 기준 크래프톤 주가

증권가에선 크래프톤의 부진 배경으로 주요 IP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매출 비중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로 오프라인 활동이 늘면서 모바일 게임시장이 위축됐는데, 크래프톤의 대표 IP인 배틀그라운드가 PC·콘솔 시장보다 모바일 시장 중심이었기 때문에 경쟁사에 비해 오프라인 활동 증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온라인은 무료화 전환에 따른 트래픽 증가, 신규 BM 등이 매출 확대로 이어져 전 분기 대비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모바일이 배그 인도 서비스 중단, 중국 게임 규제에 따른 화평정영 타격 등으로 성수기임에도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비용은 기초 주가 수준이 유지돼 주식보상비용이 일부 반영되고 온라인 마케팅비가 지출된 것 외에는 특이사항은 없어 보인다”며 “기존 게임 매출 감소가 감익의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원게임 리스크’도 현재 진행형이다. 크래프톤의 매출 대부분은 배틀그라운드에서 발생한다. 배틀그라운드 외에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말 신작 ‘엘리온’을, 지난해 11월엔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를 선보였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그 결과, 유가증권시장에서 게임 업계 ‘대장주’로 불려오던 크래프톤이 엔씨소프트에 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칼리스토 프로토콜’로 분위기 반전 노렸지만…시장 평가 ‘저조’

더욱이 문제는 실적 부진이라는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시 이전부터 분위기 반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던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이용자 확장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이 지난 2일 콘솔과 PC 버전으로 출시한 서바이벌 호러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출시 첫주(11월 29일~12월 6일) 베스트 셀러 순위 5위를 기록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크래프톤 산하 개발사인 북미 독립 스튜디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가 개발한 SF호러게임으로, 호러 게임 명작 ‘데디 스페이스’의 제작사로 유명한 글렌 스코필드가 제작을 맡으면서 출시 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출시 초기 PC버전에서 화면 끊김, 프레임 하락 등 최적화 문제와 패키지 CD 배송 지연, 플레이 시간이 짧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이용자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해당 사태로 이용자들 사이에서 게임 개발사로서 크래프톤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졌다.

현재 시장의 평가는 출시 이전의 기대와 비교하면 크게 저조한 편이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스팀에서 ‘복합적(Mixed)’ 평가를 받으며 이용자 70% 이상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받을 수 있는 ‘긍정적(Positive)’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스팀에서 부정적 평가를 한 이용자들은 대부분 PC 버전의 최적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개발진들은 초기 프레임 하락 현상을 개선하고 공지를 통해 “최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떠나간 이용자들의 반응은 차가운 실정이다.

출시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제2의 배틀그라운드’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왔지만, 현재 이와는 점차 멀어지고 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순위 11.29~12.06 (좌측), 12.14~12.20 (우측)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부진은 크래프톤의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말 24만원 안팎을 유지하던 크래프톤의 주가는 이달 들어 27% 이상 급락했다.

현재로서는 게임주 주가 상승의 주 요인인 신작 발표 소식도 전무하며, 해외 매출 전망도 부정적이다. 지난 7월 갑작스레 중단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서비스 재개도 요원한 데 더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로 주요 시장의 매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가에선 당분간 크래프톤의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의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모바일 게임 매출이 크래프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4분기에도 매출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32만원에서 21만원으로 34% 하향 조정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명 개발진을 영입하고 개발사를 인수하는 크래프톤의 전략이 유효함을 증명했어야 했다”며 “내년도까지의 판매량 추정치를 300만장에서 240만장으로 조정한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역시 목표주가를 30만원에서 25만원으로 16.7% 하향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중적 관점의 트리플 A급 게임으로 포지셔닝하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7609억원으로 올해 대비 2.1% 역성장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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