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의 ‘에티켓’이 함의(含意)하는 것 [미디어 공헌 신훈 칼럼]

대선 후보의 ‘에티켓’이 함의(含意)하는 것 [미디어 공헌 신훈 칼럼]

  • 기자명 신훈 행정학 박사
  • 입력 2022.02.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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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야당의 대선 후보가 ‘열차 안’ ‘공공의 자리’에 구두를 신고 좌석에 발을'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와 ‘미성숙한 엘리트의 모습’으로 비쳐

▲사진=신훈 행정학 박사
20대 대통령선거가 열기를 더하는 가운데 지난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열차 좌석에 구둣발을 올린 사진이 SNS와 언론지상에 확산되면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느 셀럽은 ‘합성된 사진’이라고 했다지만, 알고 보니 윤 후보 참모 중의 한 인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었다. 

 

지하철이나 열차에서 익명의 누군가가 다리를 ‘쩍’ 벌리고 앉든, 신발을 좌석 위에 올려놓든, 바쁜 일상에 허덕이는 국민들에게 이런 일은 일말의 관심거리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1 야당의 대선 후보가 ‘열차 안’이라는 ‘공공의 자리’에서 구두를 신고 좌석에 발을 올려놨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생각건대, 이 에티켓 사건이 화제의 중심이 된 것은 아마도 공인인 대선 후보와 ‘열차 안’이라는 ‘공공’성이 매치되지 않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공공(public)이란 용어는 그리스어 ‘pubes’에서 유래됐는데, 공공(pubes)이란 단어는 ‘육체적, 감정적, 지적으로 성숙한 사람들’, ‘자기 자신의 이익 관점보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강조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함의되어 있다. 

 

‘공공’이 갖는 이러한 의미 때문인지는 몰라도, 열차 좌석에 올려놓은 한 대선 후보의 구둣발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와 ‘미성숙한 엘리트의 모습’으로 비쳐졌다.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대선 후보는 공인 중의 공인이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는 그 책임성은 물론이고 그에 따른 생활이 모든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여 진다. 범부인 필자도 “이건 상식이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대다수의 국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이슈의 당사자인 윤석열 후보는 늘 ‘상식’을 주창해 왔기 때문에 국민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한편, 구둣발은 또 다른 함의를 갖는다. ‘폭력성’이다. 예컨대 책상머리에 쭉 뻗어 올려놓은 신발에서 우리는 범죄인을 취조하는 수사관, 거드름을 피우는 갑질, 조폭의 우두머리 모습 등을 연상하게 된다. 나아가 군부독재 시대의 워커발도 떠올리게 된다. 이렇다 보니 지난 시대, 국민들의 아픈 경험이었던 ‘국가의 폭력’, 혹은 ‘정치폭력’을 상징하는 구둣발이 국민의 아린 상처를 헤집어 놓았다.         

 

자고로 정치인은 정치를 통해 국민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개인의 삶이 발전하게 함으로써 대한민국 공동체의 평안과 발전을 극대화해야 하는 소명을 가진 사람이다. 따라서 정치인의 모습은 폭력적인 태양, 혹은 오만으로 비춰져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은 그 폭력이 정치로 불리든, 정치권력으로 불리든 간에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괴롭힐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는 적어도 ‘공공’의 의미를 체화해 매너 있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편안하게 다가서야 한다. 

 

하지만 대선 후보의 무매너 구둣발 사건은 이미 외신을 타고 국제사회의 망신거리가 됐다. 그 수습은 결국 선거일 당일, 우리 국민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의해 결론이 날 것이다. 이제 캐스팅 보트의 역할은 진보와 보수로 나뉜 양 진영이 아닌, 중도층에게로 넘어 갔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선진국으로서 배려가 넘치고 국격으로 빛나는 발전의 길로 갈 것인지, 다시 70· 80년대의 권위주의시대로 회귀할 것인지는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 

 

권력은 국민의 지휘와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고귀한 민주주의 정신이 지켜질 것인지, 버려질 것인지는 이제 스무날 정도 남았다. 국민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받는 자유공동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경제를 극복할 시대의 전환은 이제 카운트다운 직전에 놓였다.


더퍼블릭 / 신훈 행정학 박사 lee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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