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건자재‧마감재 업체 선정 개입 논란에 ‘시끌’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건자재‧마감재 업체 선정 개입 논란에 ‘시끌’

  • 기자명 홍찬영
  • 입력 2022.04.2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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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홍찬영 기자]공사 중단 사태를 맞은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건자재, 마감재, 층간차음재, 홈 네트워크 업체 등 전문업체 선정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전문업체 선정은 시공사의 권한인데, 조합은 업체 선정 시 조합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공인인증 성적도 없는 특정 업체를 선정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부 조합원들과 협력업체는 조합 집행부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해당 사안은 조합 집행부와 조합 간 내홍으로 불거지는 모양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1월 18일 시공사업단에 건축자재 및 마감재 선정 시 조합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조합은 공문발송 이후 창호, 층간차음재, 마감재, 홈네트워크 업체 선정에 지속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공사의 건축자재 및 마감재 선정은 설계 및 공사도급계약, 한국공업규격(KS)에 따라 시공사가 진행해 공사계약 형태로 조합에 제안한다.

하지만 둔촌주공 조합은 지속적으로 특정 업체의 선정을 요구하고 해당 업체가 선정되지 않을 경우, 자재승인을 미루는 등 공사 진행을 지연 시켰다고 한다.

<본지>에 해당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는 “특히 가구와 타일, 위생도기 등에 대해서는 공사기간 및 비용에 대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조합이 자체적으로 입찰 절차를 진행하고 선정해 시공사업단에 통보한 상황”이라며 “처음에는 특정 등급 이상의 마감재를 요구했지만 종국에는 특정 업체를 명확하게 제시, 해당 업체를 선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조합의 건자재 및 마감업체 선정 개입이 논란으로 번지는 건, 업체 선정은 시공사의 권한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5일 진행된 둔촌주공 민원 중재 회의에서 서울시 관계자는 “자재선정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사실은 계약에 따라서 발주처하고 시공사가 점검해야 될 일인 것”이라며 “계약에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것은 당연히 공사를 하시고 계신 시공사의 권한”이라고 언급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도 “조합의 마감재 선정 개입은 서울시가 2011년 제정 발표한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상 '조합 및 조합원의 이권 개입 및 청탁 금지' 조항에도 위배될 소지가 크다”며 “합리적인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합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층간차음재·홈네크워크도 교체 결의…“특정업체 밀어주기 지속”


건자재와 마감재 외 조합의 업체 선정 개입 의혹 사례에 대해 살펴보자면, 조합은 지난해 7월 10일 임시총회를 통해 층간차음재와 홈네트워크 시스템, 창호 등에 대해 교체 결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시공사업단에 공사기간이나 비용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고 한다.

특히 조합은 층간차음에 대한 공인인증성적이 없는 업체로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다.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인정 및 관리기준’에 따르면 품질이 인증되지 않은 업체는 공사 납품업체로 선정될 수 없다.

제보자는 “해당 업체의 공인인증 성적 부재 문제가 제기되자, 조합은 시공사와 감리단, 조합, CM사, 서울시, 강동구청 등이 참여하는 성능 테스트를 요구하는 등 반드시 해당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제보자는 조합이 홈네트워크 납품 업체도 조합장이 과거 몸담았던 특정업체로 바꿔 달라는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조합장은 조합장에 선출되기 전부터 홈네트워크 업체 변경을 꾸준히 요구했고, 지난해 7월엔 총회를 열어 업체 변경을 시도했다고 한다.

현재 홈네트워크 납품 업체는 지난 2020년 2월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됐다. 이 업체는 최근 공사중단으로 약 40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업체 변경이 진행될 경우 기회비용을 포함해 2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정비업계 추산이다.

기존에 선정된 홈네트워크 납품 업체는 조합 집행부가 조합장이 과거 몸담았던 특정업체로의 변경을 요구하는데 대해 ‘갑질’로 규정하고, 실제 업체 변경이 이뤄질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업체 변경에 따라 조합원들이 얻을 실익이 전혀 없다. 조합이 밀어주는 업체의 견적가가 기존 대비 수백억원 이상 비싼 데다, 기존업체가 소를 제기할 경우 피해보상액은 고스란히 조합의 부담이 된다”며 “조합장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어, 전 직장과의 결탁마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조합은 에어컨 실외기와 함께 설치되는 전동루버 납품업체 역시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동루버 업체가 선정되기 전에 조합은 공문을 통해 특정업체를 반드시 포함시킬 것을 시공사업단에 촉구하는 등 입찰가이드에 해당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기능을 명기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왼쪽은 둔촌주공 조합이 시공사업단에 발송한 에어컨 실외기 전동루버 업체 입찰 지침 공문. 오른쪽은 에어컨 실외기 전동루버 제품 그림. (사진=제보자)

다만 시공사업단은 특정업체의 기능을 명기해 입찰을 진행하는 건 공정성에 위반된다며 이행하지 않았다.

입찰 결과, 결국 조합이 지정한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가 선정됐다. 이는 조합이 지원한 업체의 제품가격이 선정업체 대비 약 2.2배에 달해 가격 경쟁력이 낮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조합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트집잡기’식 행보를 보여왔다는 게 제보자의 설명이다.

제보자는 “(조합은) 낙찰된 업체의 공장을 방문해, 염두에 뒀던 특정업체와의 차이점을 집중적으로 질의하는 행동을 했고, 재차 공문을 발송해 전동루버 납품업체 교체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법적 공방 번진 업체선정 개입...조합원들, 서울동부지검에 집행부 고발
 

▲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원은 지난달 13일 조합 집행부와 자문위원을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사진=둔촌주공 조합원)

 

조합 집행부의 특정업체 선정 요구와 관련, 일부 조합원들과 협력업체는 조합 집행부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해당 사안은 법적공방으로 번지게 됐다.


앞서 지난달 13일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원 및 공사 참여 협력업체 등 21명은 조합 집행부와 조합 자문위원 7명을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인들은 고발 사유에 대해 "이들은 단지 고급화를 명분으로 이미 총회에서 의결·확정된 내부마감재 변경에 집중했고 공인인증성적도 없는 업체로 교체를 요구하며 공사자재승인을 거부했다"며 "이권개입에 집착해 시공사업단과의 극단적인 갈등을 초래했고 감독관청의 중재마저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둔촌주공 조합 집행부가 이권을 위해 건자재 및 마감재 업체 선정에 개입하고 있고, 이 때문에 일부 조합원들이 집행부를 검찰에 고발한데 대한 해명 및 반론 등을 듣기 위해 조합 측에 통화를 시도하거나 조합 자문위원에게 문자 등을 보냈으나 현재까지 어떠한 해명 및 반론 등을 전해오지 않았다.

한편 둔촌주공 재건축은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앞서 시공사업단은 조합과의 공사비 갈등으로 이달 15일부터 전면 공사 중단에 들어갔고, 유치권 행사에 돌입했다.

시공사업단은 지난 2020년에 체결한 공사비인 3조2천억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조합은 당시 계약은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며 그 이전에 체결했던 공사비인 2조6000억원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갈등이 봉합되지 않자, 시공사업단은 공사를 중단하는 강수를 뒀고 조합도 이에 맞서 시공사업단과의 계약해지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리며 주택공급의 큰 기대를 모았던 둔촌주공재건축에 대한 분양일정은 한없이 밀리고 있는 상태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기존 5930가구 단지를 지상 최고 35층, 85동, 1만2032세대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지다. 일반 분양 가구 수만도 4700가구로, 서울 분양 시장에서도 최대어로 주목받아 왔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더퍼블릭 / 홍찬영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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