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 유착, ‘권·언 유착’으로 판 뒤집히나?…“방송 관장하는 분이 한동훈 내쫓을 거라고”

검·언 유착, ‘권·언 유착’으로 판 뒤집히나?…“방송 관장하는 분이 한동훈 내쫓을 거라고”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0.08.0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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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MBC가 지난 3월 31일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부산 녹취록 의혹을 보도한 것과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가 MBC 보도 직전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으로부터 압박성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6일자 <조선일보> 및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권경애 변호사는 지난 5일 오전 2시께 페이스북에 ‘곧 삭제 예정. 옮기지 마세요’라는 글과 함께 “지난해 9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당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 구성을 제안했다는 보도를 보고, 페북에 ‘스카이캐슬이 끝나고 하우스오브카드(미 백악관을 배경으로 한 정치 드라마)의 시작이냐’는 간단한 글을 올렸다”면서 “5분도 채 지나기 전에 민정(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전화가 왔다”고 적었다.

권 변호사는 “그날의 보도와 전화통화가 시작이었다. 이 정부의 검찰개혁안에 대한 적극적 응원이 의심으로 바뀌었던 변곡점”이라며 “그 후 꽤 유혹적인 회유의 거래 제안도 왔었고, 입을 다물라는 직접적인 경고와 압박도 꽤 여러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는 정말 나 하나쯤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은 일도 아니겠구나 하는 두려움을 느꼈다”면서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도 없던 압박과 공포였다”고 토로했다.

권 변호사는 “그리고 (지난 3월 31일)MBC의 한동훈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나아가 “날 아끼던 선배의 충고로 받아들이기에는 그의 지위가 너무 높았다”며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니 말이다”라며 전화를 건 당사자를 추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그때까지도 그 전화에 대고 나도 거의 울먹이듯 소리 지르며 호소를 했었다. 촛불정부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느냐고”라며 “그리고 몇 시간 후 (MBC의)한동훈 보도가 떴고, 그 전화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그리 필요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MBC는 지난 3월 31일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해 현재 수감 중인 이철 전 VIK 대표를 협박하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비리를 취재하려 했다는 취지로 검·언 유착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일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는 적시하지 못했다. 애초부터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이 공모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중앙지검이 공모라고 적시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력과 언론의 유착…“한상혁, 제보자X-최강욱-황희석 작전 알고 있었다는 얘기”

권경애 변호사의 주장대로 MBC 보도 직전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 권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고 언급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문재인 정권 고위직 인사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된 것으로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 아닌 ‘권력과 언론의 유착’일 가능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증언이라는 게 <조선일보>의 지적이다.

아울러 MBC 보도는 한동훈 검사장을 내쫓기 위한 목적으로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을 공모로 엮은 ‘정치공작’이었을 가능성도 농후해 보인다.

실제로 채널A 기자가 이른바 ‘제보자X’로 불리는 사기·횡령 전과자 지모 씨(MBC 보도 제보자)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으로 전해진 지난 3월 22일,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은 페북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면서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고 했고, 지모 씨는 해당 글과 사진을 자신의 페북에 옮기면서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 ㅋㅋㅋㅋ”이라고 적었다.

권경애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고 호소(?)한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상혁 위원장은 <조선일보> 및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권경애 변호사가 올린 페북 글에 틀린 내용이 있어서 한 차례 통화한 적은 있지만 MBC 보도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면서 “그 통화도 MBC의 해당 보도가 나간 이후에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5일자 페북에서 “MBC 보도를 전후하여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미 지모씨-최강욱-황희석의 ‘작전’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라며 “한 위원장은 통화를 한 것이 보도 이후라고 하나, 그 말이 맞다 하더라도 3월 31일 MBC 보도에는 아직 한동훈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의 얘기가 나오는 것은 4월 2일 보도로, 거기서도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그런데 벌써 ‘한동훈 쫓아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방송통신위원장, 열린민주당 대표이자 의원, 같은 당의 최고위원 황희석이 한동훈을 쫓아내는 작전을 공유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며 “이게 단순히 사건의 성급한 예단에 불과한 게 아니다. 실수가 아니라 의도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왜냐하면 한동훈을 쫓아내기 위해 세 가지 거짓말을 만들어냈는데 ▶채널A기자가 ‘이(철) 회장님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유시민에 돈을 줬다고 해라’고 했다는 최강욱의 거짓말 ▶이동재-한동훈의 녹취록에 둘이 공모를 하는 대목이 등장한다는 거짓말(이 거짓말의 주체는 확인해 봐야 한다) ▶녹취록 후반부에 공모의 증거가 들어 있다는 KBS 의 거짓말. 이는 제3의 인물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KBS에서 이를 보도했다는 것은 서울중앙지검의 누군가가 그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confirm(확인) 해줬기 때문일 것”이라며 “결국 이 공작에 한상혁 위원장, 최강욱 대표, 황희석 최고위원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간부까지 가담했다는 얘기고, 거기에 MBC가 동원되고 KBS가 이용됐다. 특히 MBC의 경우 이 공작을 위해 매우 치밀한 함정 취재 계획까지 세웠다”고 꼬집었다.

채널A 재승인 연기한 뒤에 ‘한동훈 내쫓을 것’

<중앙일보>는 한 위원장이 권 변호사에게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것’이라고 한 시점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채널A에 대한 재승인을 연기한 뒤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지난 3월 26일 서면으로 진행한 위원회에서 채널A와 TV조선에 재승인 보류 결정을 내렸다.

<중앙일보>는 법조계 관계자를 인용해 “방통위는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기관”이라며 “채널ARK 3월 26일 갑자기 재승인 보류 결정을 받은데 대해 MBC의 기자와 검사장 간 유착 의혹 보도가 영향일 미쳤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권경애 변호사는 페북 말미에 “곧 삭제할 겁니다. 누구도 퍼가지 마십시오. 소송 겁니다”라며 자신의 폭로가 불러올 파장을 우려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이에 따라 권 변호사는 조선일보·중앙일보 두 언론에 “기사화 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두 언론사는 권 변호사의 페북 글이 검언 유착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중요 증언임에 따라 공익적 차원에서 이를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보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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