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에 폭행 영상 지워달라고 요구한 이용구…경찰, 보고도 못 본채? 축소‧은폐 정황

택시기사에 폭행 영상 지워달라고 요구한 이용구…경찰, 보고도 못 본채? 축소‧은폐 정황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1.2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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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구 법무부 차관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택시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택시기사에게 지워달라고 요구했고, 경찰도 이 차관의 폭행 영상을 확인하고도 못 본 걸로 하겠다며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24일자 <조선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이 차관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택시기사 A씨는 지난해 11월 6일 밤 11시 18분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에서 술에 취한 이 차관을 태웠다고 한다.

해당 아파트에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백 전 장관은 당시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고, 이 차관은 백 전 장관의 변호인이었다.

이 차관을 태운 택시가 서울 서초동의 이 차관 아파트에 도착하자, A씨는 ‘다 왔다. 내리시면 된다’고 하자, 이 차관은 대뜸 욕설을 하며 A씨의 멱살을 잡았다고 한다.

결국 A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고, 경찰은 블랙박스에 담긴 폭행 영상을 찾으려 했으나 ‘0기가바이트(GB)’로 표시돼 내용을 확보하지 못했다.

A씨는 다음날 서울 성동구의 한 블랙박스 업체를 찾아 영상이 저장된 것을 확인했고, 그 영상을 휴대전화로 찍었다. 이날 이 차관이 전화를 걸어와 사과했으며, A씨는 반성하라는 뜻에서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이 차관에게 전송했다고 한다.

이어 8일에는 이 차관이 A씨 집 근처 카페로 찾아가 합의금을 제시하며 사과하는 과정에서 ‘영상을 지우는 게 어떻겠느냐’고 요청했고, A씨는 “그게 무슨 지울 필요가 있느냐, (경찰에게) 안 보여주면 되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합의 다음날인 9일 서초경찰서에 출석해 ‘영상이 없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A씨가 영상을 복원한 블랙박스 업체에 전화를 걸어 영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11일 A씨를 다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폭행 영상을 확인했다.

경찰은 폭행 영상을 확인하고도 “차가 멈춰 있네요. 그냥 못 본 걸로 할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경찰은 이 차관에 대해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이 아닌 단순 폭행으로 처리했고, A씨는 휴대전화에서 폭행 영상을 삭제했는데, 검찰이 지난달 재수사를 통해 삭제된 영상을 복원했다.

이 차관이 택시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지우라고 요청한데 대해, 시민단체는 증거인멸교사죄 성립 여부를 검토해 달라는 수사의뢰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25일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 차관은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사건의 중요 물적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을 피해자에게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택시기사가 비록 이 차관이 요청할 당시 곧바로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하지는 않았으나 택시기사는 핸드폰에 저장된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했고, 이를 검찰이 포렌식으로 복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으나,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목적으로 타인을 교사하였을 경우에는 교사범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며 “이 차관의 교사행위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쳐 택시기사가 영상을 삭제했다면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이 차관이 A씨를 폭행한 동영상을 서초경찰서 수사관이 확인하고도 못 본채 한데 대해, 서울경찰청은 지난 24일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보도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해당 수사관은 대기 발령 조치한다”고 밝혔다.

또한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13명 규모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폭행 사건에 대한 즉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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