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불출석’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상생 의지는 있나?…논의 미뤄진 가맹점주만 ‘발 동동’

김다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10-12 1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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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 성장 속 아모레퍼시픽만 미운털 ‘콕’ 박힌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쓰나미처럼 덮치고 난 후 올해 유독 ‘상생’이라는 말이 부각되고 있다.


‘상생(相生)’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자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조금씩 나누고 양보하며,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영계에서도 이같은 취지에 공감하면서 상생 경영과 사회공헌 활동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례없는 힘든 시기를 겪는 상황에서 판로지원이나 대금 조기 지급, 임대료 및 납품가 인하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갈등은 피어나기 마련이다. 물가·최저임금 인상, 경기 불황 등 경영 환경이 안 좋아진 상황에서 여전히 본사와 가맹점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와 관련한 갈등이 새롭게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특히 화장품업계에서는 온라인 판매 채널이 강화되면서 가맹점주와 본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국정감사에서도 유통업계 관련 이슈로 양 측의 갈등이 재조명되고 있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온라인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국내 화장품업계 전반에서 발빠르게 사업구조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화장품 유통 구조가 온라인과 편집숍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화장품 로드숍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811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1조7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지난해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2조2986억원으로 전년대비 25.0% 증가했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이같은 변화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다.


그러나 화장품 시장의 주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과거 화장품 시장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로드숍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이는 곧 소상공인인 가맹점주들과 본사 사이의 갈등이 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출석’ 서 회장, 꼼수 회피 지적도

이같은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현재 진행중인 국정감사에서도 전체 상임위원회에 걸쳐 온라인플랫폼의 ‘갑질’이 주요 쟁점 사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는 최근 로드숍 가맹점주와의 갈등을 빚고 있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조정열 에이블씨엔씨 대표 등 화장품업계 수장들이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서 회장은 국감을 이틀을 앞둔 지난 6일 고열과 전신 근육통 등의 증상으로 국감에 출석할 수 없다는 내용의 사유서를 제출했다.


당초 서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을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일신상의 이유로 거부할 것이라는 설이 돌기도 했다. 그동안 서 회장은 국감 증인으로 수차례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출석으로 연결된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가맹점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오너로서 국감 증인 출석을 계기로 본사와 가맹점주의 갈등을 봉합하는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이 단체 활동까지 불사할 정도로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논란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는 기업 총수의 행보에 대해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서경배 회장의 불참 사유를 두고 일각에서는 꼼수로 국감을 회피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서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 “서 회장이 고열이 나는데 정형외과에 가서 소견서를 가져왔다”며 “국회를 모독한 것으로 엄히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유의동 의원 역시 “코로나19가 아니라면 지병이 계속되지 않는 한 마땅히 나와야 한다”며 “종합감사 때 출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가맹점과 본사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치권까지 발 벗고 나섰지만 정작 당사자인 서경배 회장이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알맹이 없는 논의만 이어가게 됐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가맹점주와의 뚜렷한 상생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서경배 회장마저 국감에 불감하면서 대책 마련이 차일피일 미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아모레퍼시픽 디지털화 속도…가맹점 폐점 증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운영하는 로드숍 아리따움·이니스프리 가맹점주들은 타사 가맹점주들과 연합해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를 발족하면서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오프라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서경배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옴니 디지털 루프 구현’을 중점 추진 전략으로 꼽으면서 디지털화를 가속화에 속도를 낸 결과다.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과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상품 수를 빠르게 늘려갔고, 이에 따라 로드숍 가맹점 폐점이 이어진 것이다.


8일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말부터 올해 8월까지 20개월 동안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화장품 가맹점은 총 661곳이 폐점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아리따움이 306곳, 이니스프리가 204곳, 에뛰드가 151곳 문을 닫았다.


그러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수익구조도 급격히 변했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가맹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아리따움의 경우 전체 매출 가운데 63%만 가맹점에서 발생했고, 나머지 37%는 쿠팡 등 온라인 마켓과 CJ올리브영 매장에서 발생했다. 특히 이커머스를 통한 매출은 25%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서는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강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다소 억울한 면도 있다.

 

이는 단순히 아모레퍼시픽의 문제라기보다는 시대변화 흐름을 따라가는 와중에 자연스러운 잡음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 이외 경쟁사들도 온라인화에 주력하고 있다. 라이벌로 꼽히는 ‘LG생활건강’의 경우도 네이처컬렉션과 더페이샵의 직영 온라인몰을 통합 플랫폼으로 개편해 지난 7월 정식 오픈했다. 또 온라인 채널 중심으로 마케팅을 벌이면서 온라인 전용 메이크업 브랜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변화하는 소비트렌드…아모레퍼시픽에만 질타 이어지는 이유는?

그럼에도 유독 아모레퍼시픽의 온라인화를 두고서만 잡음이 터져나오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아모레퍼시픽이 온라인을 통한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소외된 가맹점주와의 ‘상생’에는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데 있다.


더욱이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하는 화장품 가맹사업체 3곳의(아리따움,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가맹점 수는 2257개로 전체 화장품 가맹점의 61%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런 사태가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AP(아모레퍼시픽)몰, 아리따움몰 등 온라인몰을 운영하면서 가맹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거나 온라인 전용 기획상품을 내놓는 등 차별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매장 판매가가 온라인 매장 판매가에 비해 높다.


가맹점에선 찾아볼 수 없는 기획상품이 온라인 매장이나 ‘올리브영’ 등 타 유통채널에선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아리따움 공식 온라인몰 홈페이지엔 ‘온라인 몰에서만 제공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만나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온라인 전용관이 마련돼 있다.


지난 6월 게재된 ‘전국의 이니스프리 매장을 없애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서도 아모레퍼시픽 가맹점의 어려운 상황은 잘 드러난다. 가맹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의 온라인 전용관 제품들을 전혀 공급받지 못했다.


자신을 이니스프리 가맹점주라고 밝힌 청원인은 “코로나19보다 본사 ‘갑질’ 때문에 가맹점들이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직영몰에서는 모든 제품을 판매하면서 로드샵(가맹점)에서는 팔 수 없는 제품이 있다”고 호소했다.


또 “온라인 전용 제품이라며 본사 맘대로 행사해서 고객들을 온라인으로 유도한다”며 “차라리 본사가 원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고 전국 매장을 모두 없애달라”고 토로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온라인 중심 영업이 불공정 거래 행위인지 판가름 될 것으로 보이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도 곧 나올 예정이다.

 

이니스프리 가맹점주들은 지난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 근거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 거래 행위 신고를 마쳤다.

 

가맹사업법 제12조 제1항은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라이벌’ LG생활건강과 상반되는 행보

가맹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의 상생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의 사례를 보면 이같은 아모레퍼시픽의 행보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짙어진다.


최근 LG생활건강은 가맹점주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선보였다. 최근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가맹점의 매출이 급감하자 가맹점주를 돕기 위해 상생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은 직영 온라인몰 쇼핑 서비스를 통해 상품 판매를 제외한 제품 정보 조회, 매장 위치 검색 등의 기능만 유지해왔는데, 이번 개편을 통해 가맹점주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통합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했다.


LG생활건강은 새로운 플랫폼에 ‘마이 스토어’ 설정을 추가했다.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인근 매장을 선택해 주문하면, 수익이 해당 가맹점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마이 스토어로 지정된 가맹점은 주문 확인 후 매장 내 재고를 택배 발송한다. 재고가 없는 경우에는 가맹본부에 위탁 배송을 요청해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LG생활건강은 상생 행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19 동반성장지수’에서 업계 최초로 6년 연속 최고 등급인 ‘최우수’를 획득했다.


또 지난해 처음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편입된 더페이스샵은 가맹업종 최초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더페이스샵은 최저임금과 임대료가 올라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을 위해 4차례에 걸쳐 ‘가맹점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상권과 고객, 제품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는 등 실효적인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코로나19로 매출 부진과 사업 환경이 악화된 가맹점에 두 차례 월세를 지원하는 등 고통 분담을 실천한 노력도 인정받았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해 1월부터 ‘마이샵 제도’를 선보이면서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꾀했지만 평가는 극명하게 나뉜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회원가입시 단골매장 등록이 필수사항이 아니고, 이커머스 채널을 제외한 온라인 직영몰 매출은 일부이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의 체감 혜택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도 올리브영 등 H&B스토어에 입점하는 등 판매 경로를 확대하면서 로드숍에서 화장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의 발길이 다른 곳으로 꾸준히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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