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2020 pick]석유공사, ‘악몽의 해외자원개발’ 언제쯤 벗어날 수 있나…부채 탈출 암담

선다혜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8 1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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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08~‘12년) 당시 추진된 한국석유공사의 해외자원개발사업의 후유증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초 석유공사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고강도 긴축정책’을 펼치면서 순손실을 줄였지만, 부채비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유가급락했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석유공사의 몫이 됐다. 앞서 양수영 사장이 목표로 내세웠던 ‘2020년 부채비율 1000%’가 좌절된 것은 물론, 자본잠식 상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공사의 가장 큰 난제는 턱없이 높은 부채비율이다. 그나마도 석유공사가 버틸 수 있는 건 바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매년 국정감사에서 부채 문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지만, 실적개선은커녕 상황은 더 악화되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서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자원외교로 인해서 매년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한국석유공사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쳐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석유공사는 매년 ‘국감장’에 발도장을 찍고 있는 공기업 중에 하나다. MB정부 시절 추진했던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실패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추진하던 당시였던 2008년부터 올해까지 석유공사는 총 28개의 해외석유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16개 사업에서 회수액이 전무했고, 이 기간 동안 누적 투자액만 154억 5900만달러였다. 회수액은 39억 9800만 달러로 전체 투자금액에 25%밖에 미치지 못했다.

해외자원개발의 ‘후유증’은 극복되지 못하고 매년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석유공사의 부채 비율은 3415.5%에 달했으며, 올해 역시도 상반기에만 1조 182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5년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작한 이후 최대규모의 손실이다.

이에 석유공사 수장들은 국정감사 시즌 때마다 ‘부채 자구안’에 대한 질의를 받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 돼 버렸다.

국감에 출석한 양수영 사장 역시 부채에 대한 질의에 “그동안 차입에 의존했는데 유가가 급락하면서 이자 비용이 많이 발생해 자산 손상이 일어났다”면서 “비핵심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정부와 협의해서 회사가 살아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석유공사의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9월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2020~2024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석유공사 부채규모는 20조원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자비용’이 재무구조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08년 해외자원개발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이자를 갚는 비용으로 4조 3429억원을 썼다. 지난해의 경우만 봐도 영업이익이 5714억원이었는데, 이자비용으로만 4745억원이 빠져나갔다. 결국, 벌어들이는 돈에 80% 이상을 이자비용으로 내다보니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셈이다.

‘부채 늘어날리 없다’ 호언장담했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했을 때 양수영 사장은 “더이상 부채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고 지급 보증도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와함께 2020년도에는 석유공사의 순이익을 흑자전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양 사장이 이렇게 공언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량 자회사를 통한 투자자를 유치와 다나석유공사의 북해 톨마운트 매각을 믿었기 때문이다. 두 가지만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유동성을 확보하고 부채를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석유공사의 자회사인 영국 다나사는 영국의 프르미어오일사와 3억불(3600억원) 규모의 톨마운트 매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6월 프리미어오일사 측이 주가 급락과 주채권자의 거래 반대 등으로 매각 취소를 통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현상으로 유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프리미어오일사가 일방적으로 매각을 취소했음에도, 위약금이 통상적인 금액보다 적어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 지난 6월 투자자-국가 소송(ISD)에서 승리한 이란 다야니가가 영국 법원을 통해 다나석유공사의 주식을 가압류했다. 이로 인해 다른 인수기업을 만나더라도 톨마운트 매각 자체가 어렵게 됐다. 주식을 가입류 당한 상태에서는 주식 처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만약 된다고 하더라도 매각 대금을 석유공사로 옮길 수 없다.

‘해외 가스전’ 헐값에 매각?

사실 석유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운데 매각에 비상등이 켜진 건 톨마운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석유공사가 국내 기술로 처음 개발한 해외 가스전 역시 러시아 석유회사에 1달러에 매각을 추진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가 1달러라는 터무니 없는 가격에 해당 가스전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예상보다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채산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최근 베트남 11-2광구에 대해 석유공사가 갖고 있는 지분을 전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자루베즈네프트에 1달러에 매각하는 방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국내 법무법인에 의뢰했다.

베트남 11-2 광구는 베트남 남부 붕따우에서 약 280km 떨어진 바다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지난 1992년 탐사를 시작했다. 이후 2003년 가스전이 발견됐고, 2006년 12월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 개발에는 석유공사를 비롯해 한국 기업들이 참여했고, 한국 지분은 75%에 달했다. 이 가스전 개발로 15억 달러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고, 23년간 생산이 가능하리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생산을 시작한 9년 만인 2015년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함에 따라서 운영비가 수익을 초과하는 사태에 놓이게 됐다.

심지어 2017년 1월부터는 생산한 가스를 소비지까지 수송하는 것과 관련해, 계약상의 최소 물량조차 채우지 못했다. 여기서 문제는 가스전과 관련된 수송 계약은 2029년까지 유효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줄어들어도 계약상 수송료는 2029년까지 계속 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석유공사는 11-2광구의 가치를 2019년 말 기준 -2억 달러 또는 그 미만으로 추산했다. 즉, 오래 보유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자산이라는 이야기다. 석유공사가 지난해 말까지 11-2광구에 투자한 금액은 7억 5600만 달러로, 회수한 금액은 7억 9700만 달러였다. 27년 동안 총 4100만 달러의 수익밖에 내지 못한 것이다.

이에 석유공사는 11-2광구에 대한 한국 측 지분 전체(75%)를 자루베즈네프트에 1달러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자루베즈네프트에 오히려 돈을 주고 넘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매각을 통해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석유공사의 예상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도 석유공사의 부채가 낮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사진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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