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례적으로 ‘마통’까지 손댔다…3월들어 대출 1조 8천억↑

대기업, 이례적으로 ‘마통’까지 손댔다…3월들어 대출 1조 8천억↑

  • 기자명 선다혜
  • 입력 2020.03.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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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대기업 대출 잔액 추이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이달들어 대기업들이 이례적으로 은행권에서 돈을 구하고 있다. 회사채 등 자금시장 경색 조짐을 보이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이전에 열어두었던 한도대출에서 실제 대출을 실행한 것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은행 등 대기업 대출 잔액이 이달 20일 현재 78조 6천 731억원으로 지난 2월 말보다 1조 7819억원 가량 증가했다. 3월 20일을 기점으로 증가한 규모는 2월 한 달간 증가액(7883억원)에 두 배를 넘고, 1월 한달 동안 증가액(1조 7399억원)보다 많다.

통상적으로 대기업들은 연말을 맞아 재무제표상 재무 건전성을 좋아 보이도록 하기 위해 대출을 줄였다가, 이듬해 초 다시 늘리는 관행으로 인해 1월달에 대기업 대출이 많이 늘어난다. 1월을 제외한 다른 달에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1조 70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은 최근 2년 사이에 없었던 일이다.

대기업은 대체적으로 회사채와 같은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탓에 꾸준히 대출 규모가 증가하는 중소기업과 달리 대출잔액이 일정 수준에서 증감을 거듭한다. 예컨대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2018년 1월 74조 3313억원에서 올해 1월 73조 8190억원으로 5123억원 가량 줄었다. 2년 사이에 변동률이 0.7%에 불과한 것이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은 385조 4917억원에서 447조 2475억원으로 16.0%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3월에 대기업 대출이 많이 증가한 것은 사전에 받아놓았던 한도대출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에 대입할 경우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놓고 사용하지 않다가, 현금이 필요해 실제로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꺼내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은행 측은 “대기업들이 자금확보 차원에서 한도 내 대출을 받았던 것을 시렞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업종에 상관없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한도대출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대기업이 최근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회사채도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어,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온 대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특히, 회사채 만기가 다달이 돌아오고 있어 회사채의 차환 발행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됐다.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에 따르면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6조 5495억원으로, 금투협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1년 이래 4월 기준 역대 최대 물량이다.

4월을 포함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38조 3720억원이다. 회사들이 차원 발행으로 회사채 만기를 연정할 수 없다면 현금을 마련해 채권 보유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정부가 10조원 이상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에 나서는 것도 때문이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자료제공 연합뉴스>

더퍼블릭 / 선다혜 a4066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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