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산업진흥원, 도마 위에 오른 방만한 예산 관리?…감사받기 전까지 ‘줄줄’ 세는 거 몰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도마 위에 오른 방만한 예산 관리?…감사받기 전까지 ‘줄줄’ 세는 거 몰랐다

  • 기자명 선다혜
  • 입력 2020.11.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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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보건산업의 육성‧발전‧보건서비스 향상을 위한 지원사업을 전문적‧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설립된 기관으로, 주된 업무로 연구개발(R&D) 지원, 보건산업 성장 지원, 의료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 등을 수행학도 있다.

따라서 운영금은 정부에서 받은 출연금, 정부 용역 등에 대한 위탁 수입금, 보조사업을 수행하면서 받는 보조금 등의 수입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감사원이 진흥원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결과, 예산 관리가 허술하다 못해 방만하게 관리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주재원이 자녀학비보조금과 주택 임대보증금을 명목으로 돈을 횡령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 적발하기 전까지는 이를 사실을 알지 못했다. 또 보건복지부와 연구센터 건립사업을 추진하면서 설계용역비를 정산하지 않으면서, 3년 동안 3억원 달하는 돈이 묶여있기도 했다. 더 효율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진흥원의 예산이 엉뚱한 곳에서 줄줄 세고 있었던 것이다.

진흥원은 단순히 예산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인사’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이라면 당연히 지켜야하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 운영에 관한 지침’을 배제하고, 자사의 취업규칙을 바꿔가며 퇴직 임직원을 채용했던 것이다. 더욱이 사안이 사안만큼 특혜 채용 시비가 불을 수도 있었던 일이었다.

이에 <본지>는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감사원 결과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쳐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진흥원 책임연구원인 A씨는 지난 2018년 9월 17일부터 2020년 6월 19일까지 진흥원이 중국에 개소한 B센터에 센터장으로 근무했다. A씨는 해외주재원이었기 때문에 진흥원의 규정에 따라서 복리후생비로 자녀학비보조비와 현지의 주택임차보증금 등을 지원받게 됐다.

진흥원 해외지사 운영지침 제11조에 따르면 해외주재원의 경우 자녀의 교육비(수업료‧학교운영지원비) 전액을 자녀학비보조로 지급하고, 만약 자녀 1인당 월평균 학비가 미화 600달러(한화로 약 67만원)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액의 65%센터까지 지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A씨가 자녀의 학비에서 본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실제로 낸 금액보다 부풀려서 기재했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해 3월 12일 가을학기를 등록할 때 브로커를 통해서 학비를 할인받았다. 가을 정규 학비는 9만7920위안(한화 1646만원)이었으나, A씨는 30%를 할인받아 6만 8544위안(한화 1152만원)만 지출했다. A씨는 이러한 방법으로 장녀와 차녀의 학비를 부풀렸다.

A씨가 두 자녀의 봄‧가을 학기를 비롯해 등록비‧방과후학교 비용 등으로 지출한 금액은 총 31만5976위안(한화 5314만)이었으나, 진흥원에 제출한 금액은 37만 4728위안(한화 6307만원) 이었다. 30% 감면 받은 가을학비 5만8752위안(한화 988만원)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진흥원은 A씨가 이런 방식으로 자녀 학비 보조금을 과다 청구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서 진흥원이 규정하고 있는 월 평균 600달러 미화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65%를 4680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A씨는 부풀린 가을 학비 5만 8752위안 중에서 642만원 가량을 편취할 수 있었다.

‘학비’도 모자라 임차보증금까지 횡령?

심지어 A씨는 자녀의 학비도 모자라 사택임차보증금까지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다. A씨는 지난 2018년 12월 1일부터 2019년 11월까지 중국의 C시에 있는 주택을 하나 임차했다. 임차보증금만 4만 8000위안, 월 임차료는 2만 4000위안이어다. 이후 임차기간이 만료하자 같은시에 있는 다른 주택에 임차계약을 맺었다. 임차기간은 2019년 11월 30일부터 2020년 11월 29일까지였고, 임차보증금과 월 임차료는 기존 주택과 동일했다.

A씨는 새로운 주택에 계약을 체결하면서, 신규 주택에 대한 임차보증금을 지불하고 기존 주택의 임증보증금을 받아 진흥원에 반환해야 했다.

진흥원의 ‘해외지사 운영지침 제 16조’에 따르면 해외주재원은 주택‧사무실 및 차량의 임차보증금 반환 등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관리주무부서장(운영지원실장) 및 회계담당부서장(회계팀장)에게 보고하고, 예산편상담당부서장(기획조정실장)이 지정한 예산항목으로 귀속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A씨는 신규 주택에 대한 임차보증금 4만8000위안과 중개수수료 1만2000위안을 사업비 예산의 ‘재료 및 시설비’ 과목에서 지급받은 후, 기존 주택에 대한 임차보증금 4만8000위안을 반환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A씨는 기존 주택의 임대인으로 임차보증금을 받을 때 공급관리계좌가 아닌 중국 개인계좌로 받았다.

이후 진흥원이 2019년 연말 사업비 정산 과정에서 ‘재료 및 시설비’ 항목에서 초과 집행된 금액을 발견하고, A씨에 확인해줄 것을 요청하자 “신규 사택으로 이사하는 데 따른 중개수수료 및 박람회 부수임차비 발생으로 인한 문제”라고 보고했다.

A씨는 이렇게 돌려받은 임차보증금은 2020년 5월 22일까지 관련 예산과목에서 세입처리하지 않고, 생활비와 자녀 과외비 등의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이러한 사실이 감사로 인해서 드러나자 A씨는 자녀학비 보조비 편취와 기존 주택에 대한 임차보증금을 공금관리계좌가 아닌 사적계좌로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개인계좌로 임차보증금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 “부동산중개업자가 기존 주택의 상태를 살피고자 방문한 자리에서 반환받을 임차보증금 입금 계좌를 물어오자, 당시 공금관리계좌 직불카드가 들어있는 서류가방을 사무실에 두고 와 사적계좌를 알려준 것”이라며 “입금 받은 후 잠시 보관하다가 세입조치를 하려고 했는데 바쁜 업무수행으로 차일피일 미루면서 관련 사실을 잊어버렸다. 임차보증금을 보관한 것이지 ‘횡령을 한 것은 아니다 ”고 해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재료 및 시설비 항목에서 초과 집행된 사유를 물었을 때, 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해당 초과 집행이 기존 사택의 입차보증금 4만8000위안을 본인 계좌에 반환받은 것에 기인한 것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면서 “그런데도 초과 집행된 임차보증금 4만8000위안을 세입조치하지 않고 사택으로 이사한 것에 따른 중개수수료 및 박람회 부스 임차비 발생으로 인한 문제라고 해명하는 등 입차보증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사적계좌로 반환받은 임차보증금을 실제 사적용도로 이용한 점을 고려할 때, 기존 사택의 임차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을 뿐이라거나 임차보증금을 보관한 것으로 인정해 달라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A씨의 편취 및 횡령으로 2건의 잘못을 저질렀던 점, 편취 및 횡령한 금액이 1439만원에 이른다는 점 때문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 처분을 요청했다.

허술한 예산 관리

A씨 사례는 해외주재원의 개인적인 일탈이면서, 진흥원의 예산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했다. 이 사안 외에도 진흥원의 예산이 방만하게 관리되고 있다가 적발된 사례가 몇 건 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12월 26일 진흥원은 보건복지부가 대구 동구 E단지에 추진하고 있는 연구센터 건립사업의 보조사업자로 들어갔다. 이에 따라서 진흥원은 연구센터 건립을 맡을 예정인 F사와 건축설계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공사기간은 2017년 1월 3일부터 7월 1일까지로, 계약 규모만 8억2100만원에 달했다.

당시 진흥원은 E사 측에 계약금의 50%에 달하는 선금 4억1000원을 같은해 1월 5일에 지급했다. 하지만 연구센터 건립은 얼마 되지 않아 무산됐다. 복지부가 E단지에 연구센터 뿐만 아니라 훈련원 건립을 추진했는데, 두 개의 기관의 기능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복지부는 같은해 3월 6일 훈련원에 대한 기성금 3억6700만원을 설계용역업체에 지급하고 사업을 중지시켰다. 자연스럽게 진흥원이 추진하던 연구센터 건립도 무산됐다. 이후 복지부는 2018년 3월 15일 훈련원과 연수센터 기능을 하나 ‘통합 연수원 건립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제는 진흥원이 2017년 3월 2일 F사에 연수센터 건립사업 중지를 통보한 이후, 제대로 된 정산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래대도라면 진흥원은 연수센터 건립이 무산된 이후 후속조치로 용역계약을 해지하고 기성검사 등의 정산절차를 통해 잔액을 계약상대자로부터 반환받아 복지부에 반납했어야 했다.

하지만 진흥원은 복지부가 재추진하는 ‘연수원 통합안’을 마련하는데 집중해 정산 관련 사항을 미쳐 고려하지 못했다면서 감사가 진행됐던 6월까지 선금 410만원에 대한 정산절차를 밟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선금 4억1000만원 중에서 기성금으로 지출한 1억3400만원을 제외한, 2억7600만원이 복지부에 제대로 귀속되지 않고 있었다.

누구보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야하는 진흥원이 ‘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 하에 약 3년 동안 약 3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퇴직 임직원’ 위한 비공개 채용? …특혜 논란 


이 뿐만 아니라 감사에서는 진흥원의 초빙 연구원위원 채용과 지급된 수당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지난 2016년 7월 진흥원은 초빙연구위원 운영지침을 마련했다. 여기서 불거진 문제는 ‘공개채용 방식’을 비공개 채용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은 직원을 채용할 때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진흥원 역시 초빙 연구위원을 뽑을 때 공개채용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퇴임 임원인 D 전 본부장을 초빙 연구위원으로 채용할 당시에는 비공개로 채용이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위해서 진흥원은 같은해 7월 11일 인사위원회를 거쳐 초빙연구위원 채용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다음날인 12일 ‘계약직원 관리지침’, ‘초빙연구위원 운영지침’을 각각 개정했다. 특히 초빙연구위원 운영지침에서는 초빙연구위원 신청서 제출과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원장이 정하도록 해 ‘비공개 채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제8조를 통해서 ▲수행업무 및 진흥원 발전에 대한 기여도 등을 감안해 인센티브 지급 가능 ▲초빙연구위원이 신규 수탁과제 연구책임자로 선정될 경우 해당 과제 내부보전액의 10% 이내에서 책정할 수 있도록 했다.

D 전 본부장으로 인해서 바뀐 것은 채용 방식 뿐만이 아니었다. 원래대로라면 진흥원은 각종 수당 및 급여성 복리후생비를 신설 또는 변경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지급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초빙연구위원 지침을 개정할 당시 초빙연구위원에게도 인센티브도 지급할 수 있다는 항목이 신설됐다. D 전 본부장은 급여 및 수당 167만원과는 별도로 인센티브 4차례에 총 4천8778만원이 지급됐다.

퇴직한 임직원은 D 전 본부장을 계약직인 ‘초빙연구위원’으로 채용하기 위해서, 채용 과정을 임의로 변경했다는 것도 문제인데 여기데 급여와 인센티브 제도까지 손을 댄 것이다. 특혜 채용 논란으로 불거질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에 감사원 역시 “공기업‧준정부기관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 등 상위규정에 위배되게 직원을 채용 및 수당 관련 지침을 제‧개정해 공개채용 절차 없이 직원을 채용하거나 수당을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적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자료제공 감사원> 

더퍼블릭 / 선다혜 a4066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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