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총수일가를 위해 혈세를 투입한다’는 정치권과 여론의 반발을 불식시키기 위한 긴급 조치라는 해석이다.
특히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한진그룹 일가의 잇따른 ‘갑질’이 사회적 공분을 산 점을 고려해 윤리경영을 위한 '안전장치'를 투자합의서에 명문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전날 한진칼과 8000억원 투자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ᄉᆞ외 이사 3인 지명권, 윤리 경영 위원회 설치 등 ‘7대 의무 조항’을 별도로 명시했다.
한진그룹 일가나 경영진이 약정을 위반하거나 이행을 거부하면 5000억원의 위약금을 물고 손해배상책임까지 진다는 조항도 투자합의서에 명시됐다. 위약금만 산은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의 60%가 넘는다.
산은은 한진 측이 위약금을 내지 못하겠다는 경우 등에 대비해 대한항공 발행 신주에 대한 처분 권한 위임 및 질권 설정 의무를 계약서에 삽입했다. 한진칼이 대한항공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약도 걸었다.
투자합의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윤리경영위원회 설치·운영 및 경영평가 협조·감독 책임이다.
산은 최대현 부행장은 전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계획을 발표하면서 윤리경영위에 대해 “한진칼 및 주요 계열사 경영진 및 계열주(오너)의 윤리경영을 감독하기 위한 독립기구”라며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진 일가의 갑질이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과 경영진 교체까지 할 수 있다는 내용도 투자합의서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칼 조원태 회장 이외 오너 가족이 항공사 경영에 개입하거나 이를 시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 부행장은 “계열주 일가는 윤리경영위 권고 조치에 적극 협조하기로 확약했다”며 “조현민씨와 이명희씨는 항공 관련 계열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또 조 회장은 경영 성과는 물론 두 항공사 통합 추진이 미흡한 경우에도 자리를 내놓기 했다.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 및 감사위원회 위원 등 선임과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협의권 및 동의권 준수 등도 의무 조항으로 포함됐다.
현재 한진칼은 조원태 한진칼 회장, 석태수 한진칼 사장, 하은용 한진칼 부사장 등 사내이사 3명과 8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있다.
이는 한진칼 지분 10.66%를 보유하게 될 산은이 한진칼 경영을 견제·감시하기 위해서다.
이날 투자합의서 체결로 시작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는 내년 6월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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