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한전기술의 스리랑카 출장...예산낭비 등 '외유성 논란' 확산

말많은 한전기술의 스리랑카 출장...예산낭비 등 '외유성 논란' 확산

  • 기자명 홍찬영
  • 입력 2022.05.0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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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그룹의 엔지니어링 전문 공기업인 한국전력기술의 임직원들이 스리랑카에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을 두고, ‘외유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스리랑카에 출장을 갔던 임직원들은 사업 전문성이 전무한 ‘감사팀’이며, 이들은 출장비를 받았음에도 법인카드로 200만원에 달하는 차량 렌트비를 지출 하는 등 예산 낭비를 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스리랑카는 현재 정국이 극도로 불안한 상태라 사업을 협력할 겨를이 없을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출장이 시기상으로 적절치 않았다는 것도 외유성 의혹에 한몫 보탰다.

그간 공기업의 외유성 출장 문제는 끊임없이 논란으로 제기돼 왔다. 공기업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인데, 외유 출장 같은 ‘예산 낭비’ 문제가 불거지면 국민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치권도 이러한 공기업의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날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다만 한전기술 측은 스리랑카 정부에서 초청한 것이며, 지출은 회사 규정내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부분이라며 '외유성'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출장비 지급에도 법인카드 사용…차량 렌트비로 196만원 


▲ 정일순 한전기술 상임감사 일행이 스리랑카에서 지출한 차량렌트비 내역 (사진제공=제보자A씨)

6일 한국전력기술 내부관계자라고 밝힌 A씨의 제보에 따르면, 정일순 한전기술 상임감사를 포함한 임직원 세 명은 지난 3월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 간 스리랑카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이번 해외 출장을 위해 정일순 상임감사와 곽 모 검사역에게 지급된 출장 체재비(항공료 불포함)는 각각 253만원, 250만원이었다.

다만 이들은 출장비를 지급받았음에도 불구, 동행한 신 모 사업개발팀장의 출장비 중에서 일비와 식비를 공제하고, 신 모 사업개발팀장의 법인카드로 차량 렌트와 호텔 식사비 등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차량 렌트 비용으로만 196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불과 1주일 출장이면서 과도한 ‘예산 낭비’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이들은 출장 기안을 상임감사와 감사실 검사역 출장과 사업개발팀장 출장 두개로 나눠서 결재받았다고 한다. 이는 법인카드를 ‘꼼수’라 사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의심된다는 게 A씨의 지적이다.

A씨는 “출장 기안을 두 개로 나눠 결재받은 건, 법인카드를 꼼수로 사용하기 위한 것 아니냐”면서 “차량렌트비라고 하는 196만원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은 현지투어 비용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비상사태’ 에 놓인 국가에 출장을?…명분 부족 지적 잇따라 


이번 임직원들의 스리랑카 출장은 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현지 정부 부처 협의를 통한 정보수집 및 시장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졌다.

한전기술은 한국수출입은행이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빌려주는 원조 지원금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스리랑카에 총 사업비 1억달러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을 지난 2017년부터 타진해왔다.

이 사업은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중단된 상태지만, 회사는 이번 출장을 계기로 고위급 접촉을 통해 파트너십을 구축하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런 해외출장의 목적마저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게 제보자 A씨의 주장이다. 우선 한전기술의 주력 사업은 신재생이나 태양광이 아닌 원자력 발전소 설계며, 현재 스리랑카는 국가비상사태에 놓여 사업을 협력할 겨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스리랑카는 경제난에 신음하던 국민들이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소요사태가 벌어진데다 대외부채 510억달러를 상환하지 못하겠다며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등 정국이 극도로 불안한 상태다. 


대통령 퇴진 촉구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등 비상사태에 놓인 국가다.

더욱이 한전기술은 스리랑카에서 현지 사업부도, 지금 현재 진행 중인 사업도 없다고 A씨는 설명했다. 실제 한전기술의 주력 사업은 원자력 발전소 설계로, 태양광 사업의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또한 해외 사업을 제안하는 자리에 전문성이 전무한 ‘감사팀’ 임원을 보냈다는 점도 지적됐다.

A씨는 “어떤 회사도 감사실에서 해외사업 개발을 하는 회사는 없다”면서 “감사와 감사실에서 해외사업개발 명목으로 출장을 간거 자체가 외유성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A씨는 한국전력기술이 특정사업을 개발한다는 명시를 하지 않는 등 출장보고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게재된 임원 국외출장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출장에서 정 상임감사 일행은 ▲ 3.12 CEB(스리랑카 전력공사) 담당자 협의 ▲ 3.14 SEA(신재생부) 미팅Prime Minister(총리) 사무실 방문 및 총리보좌관 미팅 ▲ 3.15 MoSP(재생에너지개발부)·Ministry of Finance(재무부) 미팅 ▲ 한인회 방문 및 현황파악 등Prime Minister(총리) 사무실 방문 및 총리보좌관 미팅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고 명시돼 있다.

A씨는 “특정사업을 개발한다는 명시가 없고, 그냥 사업개발이라고 적혀있다”면서 “출장일정에 Prime minister를 만난다고 되어있는데, 스리랑카 현지상황 및 총리급과 공기업 감사와 레벨 차이를 고려하면 등 과연 만났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건은 현재 한전기술 직원들의 민원으로 감사원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러한 공기업의 외유성 출장 문제는 그간 끊임없이 비판을 받아 왔던 사안이다. 공기업은 국민 혈세가 투입돼 운영하는 곳인데, 외유 출장과 같은 ‘예산 낭비’ 문제가 불거지면 해당 공기업은 국민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치권도 외유성 출장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현 정부 임기 말 해외로 출장을 가는 고위공직자들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출장이 업무상 긴급하거나 꼭 필요한 경우 였던 건지, 출장을 빙자한 외유성인지 여부를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한전기술 측 “외유성 의혹 사실 아냐…스리랑카 측에서 초청”

다만 한전기술 측은 외유성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은 상태다. 이번 출장은 스리랑카 정부에서 초청을 먼저 했다는 입장이다. 지출 비용 관련해서도 회사 규정 내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전기술 관계자는 “출장자들이 사업개발팀장의 회사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면서 “렌트카의 경우 일비 산출을 다 제외했고, 현지에서 견적 받아서 집행한 부분이어서 과도한 예산낭비라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또 감사실 임원이 이번 출장을 간 것에 대해서도 “감사실은 사업개발이든 회사 운영이든 회사의 전반적인 내부통제를 시행하는 부서다”라며 “감사 임원은 스리랑카가 정국이 불안한 만큼, 현지 방문을 통해 사업의 적정성 및 지원 등을 검토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출장을 다녀 왔던 임직원들의 감사원 조사에 대한 질의에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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