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코로나 확산·수급난에 ‘초호황기’ 보낸 반도체 업계…분야별 2022년 전망은?

[신년특집] 코로나 확산·수급난에 ‘초호황기’ 보낸 반도체 업계…분야별 2022년 전망은?

  • 기자명 최태우
  • 입력 2021.12.3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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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 속에서 반도체 업계는 유일하게 호황기를 보냈다.

전세계 주요 도시에 이동 제한 조치와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산업 전반이 정체됐지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노트북 등 전자기기의 수요 폭증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 역시 반도체 수급 우려로 조기에 서버 투자를 재개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또한 긍정적인 업황을 보였다.

최근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와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업계의 호실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체들이 오는 2023년분 물량까지 수주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본지>는 올 한 해 반도체 업계에서 발생한 이슈들과 현황, 내년 전망에 대해 메모리, 파운드리, 팹리스로 구분해 결산해봤다.


보합세 유지 중인 메모리 반도체…2022년 호황 기대감 ↑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최근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PC용 D램 범용 제품인 DDR4 8기가비트(Gb) 현물가격은 3.280달러를 기록했다.

올초 3.673달러에서 시작한 뒤 지난 3월 16일 5.300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한 뒤 지난달 22일에는 3.168달러까지 하락했다. 이후 소폭 회복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고정거래가격은 올 초 3달러에서 7월 4.1달러까지 오른 뒤 9월 말까지 유지되다 하락해 지난달 말 기준 3.71달러를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D램 현물 시장에서 D4 16G 제품만 소폭 하락한 가운데, eTT 및 8G, 4G 제품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DDR4 Gb는 5.5%로 상승폭을 확대하며 10일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낸드 MLC 64Gb 현물 가격 역시 5.0% 반등하면서 DXI 지수는 3.1% 상승했다.

현물거래가격은 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로, 통상적으로 3~4개월의 간격을 두고 반도체 제조업체와 수요업체간 대규모 거래시 적용되는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된다.

가격이 시장에서 현물로 인도되는 제품에 먼저 반영되고 대형계약 건에 차후에 반영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시간 차가 발생한다.

낸드플래시도 유사하다. 올 초 4.2달러에서 시작한 128기가비트(Gb) 멀티레벨셀(MLC) 제품(메모리카드·USB향 범용)이 지난달 기준 4.81달러까지 상승했다. 전자기기 구매와 함께 서버 투자로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

이 같은 호황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에서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600억원으로 지난 2018년 3분기(13조6500억원) 이후 3년만에 분기 두 자릿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누적 영업이익 역시 20조3600억원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SK하이닉스 또한 2분기 매출이 10조3217억원으로, 3년 만에 분기 두 자릿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11조8053억원)에는 11조원까지 넘어섰다. 누적 영업이익(8조1908억원)도 8조원을 넘기면서 전년동기(4조537억원) 대비 배 이상 늘었다.

당초 업계에서는 4분기 D램 가격 하락 등으로 메모리 가격 하락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제 하락 폭이 시장 전망치 보다 크지 않아 선방하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중국 시안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봉쇄령이 내려졌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생산기지인 시안 반도체 공장의 생산라인이 일부 축소됐다.

시안 1공장은 2014년 가동을 시작했고, 2공장은 지난해부터 제품을 출하했다. 생산능력은 삼성전자 전체의 42.5%에 달하며, 글로벌 전체 생산량의 15.3%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올해 말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시안 공장의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 대부분을 정리했다”면서도 “사태 추이에 따라 물류 문제로 출하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반도체 업계 안팎에선 시안 공장의 가동이 제한되더라도 삼성전자의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시안공장의 제품 생산 비중이 큰 만큼, 이 물량이 시장에서 공급되지 않으면 반도체 공급난을 겪는 상황에서 낸드플래시 가격이 높아진다.

이에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낸드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해 타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D램과 낸드의 고정거래가격은 내년 1분기까지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데이터센터와 기업용 스토리지 메모리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과 AMD의 새로운 플랫폼 도입으로 인하 기업들의 서버 교체, 언택트 업무 방식의 확대,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데이터 주권에 대한 통제 강화 등으로 서버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 데이터센터의 성장률을 13~14%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대만 IC 설계사들은 내년 수요 대응을 위한 캐파 지원 확보를 위해 파운드리 업체들의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수용하려는 분위기다.

특히 세트 출하가 정상화되면서 세트 단의 D램 재고도 피크아웃 조짐을 보이고 있어 내년 상반기 D램 가격 하락폭은 기존 우려 대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수급난’에 초호황기 누리는 ‘파운드리’…내년 3nm 경쟁 본격

이처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메모리 시장의 전망이 긍정적으로 나온 가운데, 파운드리 시장은 호황임에도 결이 다른 모양새다. 올해 초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시작으로 발발한 파운드리 수요 급증이 ‘초호황기’를 이끌어냈다.

파운드리 업계 1위와 2위를 점유하고 있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생산라인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고 단가 역시 인상하고 있지만, 부족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되자 미국과 독일,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서 TSMC와 대만 정부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통상적으로 자동차 제조사와 반도체를 포함한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는 매년 납품 가격을 협상하는데, 자동차 제조사가 원가 절감을 명목으로 2~3%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당시에는 입장이 역전되기도 했다.

여기에 일본에 진도 7.3의 강진이 발생하고, 미국 텍사스 전역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치면서 반도체 공급난은 더욱 심화됐다.

특히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인 TSMC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수 시간 동안 정전이 발생해 반도체 수급난이 한계치까지 치달았다.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됐던 지난 2분기 차량용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 생산 리드 타임은 26~38주 이상 소요됐다. 정상적인 리드타임인 12~16주보다 2배 이상 소요된 것이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선 일부 생산라인을 중단하는 등 극단적인 조치까지 감행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현대차 울산 1공장에 이어 아산공장, 한국GM 보령공장, 쌍용차 평택공장까지 잇달아 휴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수급난에 반도체 업체들이 제품을 생산하자마자 즉시 출고했고, 파운드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에 내년에도 반도체 업계의 호황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와 시장에선 내후년까지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수요 우위로 공급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생산라인 증설 등을 통해 고객 수요 잡기에 나서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총 170억달러(약 20조원)을 투자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제 2의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최종 확정지었다.

당초 목표대로 오는 2024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면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파운드리 생산라인은 오스틴과 테일러의 투트랙 체제로 가동될 전망이다.
 

업계 절대 강자인 TSMC 역시 시장 장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TSMC는 120억달러(약 14조2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하는 파운드리 공장도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양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도 200억달러(약 24조원)을 들여 애리조나에 두 개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어서 향후 삼파전 구도가 형성될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TSMC와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3나노(nm) 공정 파운드리 생산을 시작할 방침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2022년 상반기에 신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한 3nm 파운드리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채널을 제어하는 게이트로 이루어지는데, 게이트올어라운드는 트랜지스터의 채널과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채널과 게이트가 3면에서 맞닿은 기존 핀펫(FinFET) 방식보다 높은 성능과 효율성 등을 챙길 수 있게 된다.

TSMC도 2022년 하반기에 각각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TSMC는 3나노 파운드리에서도 핀펫 기술을 유지한다.

이를 두고 업계와 시장에서는 양사가 각자 기술 초격차를 통해 본격적으로 초미세공정 점유율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 1위 TSMC는 시장 점유율이 53.1%, 2위 삼성전자는 17.1%로 각각 집계됐다.


팹리스 시장에 출사표 던진 SK…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 일으킬까

이처럼 국내 반도체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를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가운데, SK가 최근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 기업들이 팹리스 시장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경우다.

SK텔레콤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신설 법인 ‘사피온코리아’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업을 넘기는 영업양도 안건을 의결했다고 22일 공시했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AI반도체 ‘사피온 X330’ 설계 구현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사피온 X330은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이 출시한 AI 반도체 사피온 X200의 차세대 제품이다.

AI반도체는 낮은 전력으로 AI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AI 가속기라고도 불린다.

사업의 구체적인 로드맵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2022’에서 공개할 것으로 보이며,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사피온 X330 출시를 계기로 팹리스 분야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2002~2020년 팹리스/시스템 반도체 기업 평균 매출 성장률(사진=IC인사이츠)

팹리스는 자체적으로 ‘팹(Fabrication facility)’을 보유하지 않고 제품을 설계 및 개발만 한 뒤 팹을 갖고 있는 회사에 반도체 생산을 위탁하는 업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설계 기술력은 있지만 대규모 생산 공장을 보유하지 못한 소규모 기업들이 이 같은 사업형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AMD, 엔비디아, 퀄컴, 애플 등과 같이 규모가 큰데도 제품 생산에 소모되는 비용과 인력을 절감해 개발에 집중시키는 기업들도 있다.

반도체는 크게 연산·제어·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구분할 수 있다. 시장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규격에 따라 소품종 대량생산체제 위주인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인 시스템 반도체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보다 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국내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이 나머지 70%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육성이 필수적인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강자가 되기 위해선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인 팹리스 회사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현재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수준은 낙제에 가깝다.

▲2019년 국가별 반도체 기업 시장 점유율 (사진=IC인사이츠)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팹리스 시장 상위 10개 업체에는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미디어텍 ▲AMD ▲노바텍 ▲마벨 ▲리얼텍 ▲자일링스 ▲하이막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세계 10대 팹리스는 미국과 대만이 주로 장악하고 있다. 퀄컴·엔비디아·브로드컴·AMD·마벨·자일링스는 미국 기업, 미디어텍·노바텍·리얼텍·하이막스 등은 대만의 기업들이다. 이 중 한국 업체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이들 10대 팹리스의 지난 3분기 매출은 337억2900만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5%나 성장한 수준이다.

특히 팹리스 업체들은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률보다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는데, 올해 1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상위 17개 반도체 기업 가운데 지난해 대비 올해 50% 이상의 매출 증가를 보인 곳은 4곳으로 모두 팹리스 업체다. AMD가 65%, 미디어텍이 60%, 엔비디아는 57%, 퀄컴은 51%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같은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은 1%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인력 부족과 자금난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LX세미콘 UNGC 가입증서 전달식

국내 팹리스 기업 수는 지난 2009년 약 200개에서 최근에는 70여 개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 1조원을 넘긴 곳은 LX세미콘이 유일한 상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성장해 오면서 팹리스 업계로의 인재 유입이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절대적인 반도체 전공자 졸업생 숫자도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우수한 인력들은 대부분 대기업들이 포진한 메모리 반도체 업계로 진출한다는 것이다.

결국 중소형 기업이 대부분인 한국 팹리스에는 인재가 오지 않고, 인재가 없어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가 팹리스 사업에 진출하면서 세계적인 반도체 팹리스 업체들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대표 기업 중 한 곳인 SK에서 팹리스 사업에 진출한 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의 선순환을 불러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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