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 ‘후폭풍’‥국내 은행 울고, 외국계 은행 ‘웃었다’

사모펀드 사태 ‘후폭풍’‥국내 은행 울고, 외국계 은행 ‘웃었다’

  • 기자명 김미희
  • 입력 2020.07.3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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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미희 기자]올해 2분기 잇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코로나19 피해기업 금융 지원의 여파가 금융그룹들 실적을 뒤흔들었다.

이 같은 후폭풍은 펀드 금액 축소뿐만 아니라 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주식이나 다른 외국계 은행으로 자본이 몰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의 올 6월 말 펀드 판매 잔액은 4조4488억 원으로 지난해 말 4조1774억 원 보다 6.4%(2714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보면 SC제일은행은 이 기간 2조360억 원에서 2조2729억 원으로 11.6%(2369억 원) 늘었다. 씨티은행도 2조1414억 원에서 2조1759억 원으로 1.6%(345억 원) 상승한 수치다.

반면 신한·우리·하나금융그룹의 경우 문제가 불거진 DLS(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라임자산운용 펀드 등을 많이 팔았기 때문에, 향후 환급과 손실 등을 고려해 그만큼 많은 관련 비용 충당금을 쌓느라 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펀드 사태를 비껴간 KB·농협금융그룹은 기대보다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실적’ 차이가 있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4개 금융지주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KB금융 9818억 원 △ 신한금융 8732억 원 △ 하나금융 6876억 원 △우리금융 1423억 원 순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순이익이 신한(3조4035억 원), KB(3조3118억 원), 하나(2조4084억 원), 우리(1조9041억 원), 농협(1조7796억 원) 으로 나타났는데 부실 사모펀드 환매 중단사태로 실적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모펀드 판매가 일어나게 된 배경에는 사모펀드 진입규제 완화를 통해 활성화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전략과 더불어 비(非)이자수익을 늘리려는 은행의 전략이 합쳐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이 지난 5년간 사모펀드를 70조6735억 원 어치 판매하고 수수료는 3315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수수료는 펀드를 판매하거나 환매할 때 받은 수수료만 더한 값으로, 펀드 가입 기간 지속해서 받는 판매보수까지 고려하면 사모펀드 관련 수입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70조6735억 원 어치의 사모펀드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판매액을 보면 2015년 5조7586억 원에서 2016년 7조9650억 원, 2017년 16조7248억 원, 2018년 20조6559억 원 까지 늘었다. 이에 따른 사모펀드 판매수수료 수입 또한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는 356억 원, 2016년 489억 원, 2017년 674억 원, 2018년 836억 원, 2019년 960억 원을 기록했다.

5년간 받은 판매수수료 또한 하나은행(966억 원)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우리은행(682억 원), 농협은행(643억 원), 신한은행(640억 원), 국민은행(384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 은행들의 사모펀드 사태가 커지면서 사모펀드 개인 판매 또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잇따른 환매 중단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고객 신뢰가 추락하면서 개인 투자자 대상 판매 잔액이 약 2년 만에 20조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올 7월 기준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개인 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20조7000억 원으로 전월 말보다 5000억 원 줄었다.

이는 2018년 7월 말(20조8000억 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다.

개인 판매 잔액은 지난해 6월 말 27조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줄곧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어, 곧 잔액이 20조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이 가운데 외국계 은행 등은 사모펀드 사태에서 비켜서 있어 주목받고 있다. SC제일은행은 펀드 판매 전 운용사 신용등급과 운용조직, 리서치팀의 과거 실적과 평판 등을 조사하는 등 사전 심사 과정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 또한 상품 선정 프로세스 등을 통해 우수한 상품만을 골라 이번 사태에서 한 발 물러서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퍼블릭 / 김미희 free_00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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