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사회 여전히 ‘거수기’ 역할…내부거래 안건 99.5% 원안대로 가결

대기업 이사회 여전히 ‘거수기’ 역할…내부거래 안건 99.5% 원안대로 가결

  • 기자명 선다혜
  • 입력 2020.12.0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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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삼성과 한화 등 대기업집단 20곳은 총수가 계열사 이사직을 맡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는 전체 안건의 99%를 원안대로 의결하는 등 거수기 역할에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5월 기준 58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총수일가 이사 등재·이사회 작동현황을 담았다.

이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중에서 총수가 있는 51곳 소속회사 1905개사 중 총수일가 한 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 16.4%(313개)였다. 이러한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곳은 삼성을 비롯해 한화, 현대중공업, CJ, 신세계, 미래에셋, 대림,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효성, 이랜드, DB, 네이버, 한국타이어, 태광, 동원, 삼천리, 동국제강, 하이트진로, 유진 등 20개였다.

이 중에서 절반 총수를 포함해 2·3세도 이사를 맡지 않았다. 지난 5년간 연속으로 공정위 분석대상에 기업집단 21곳을 중심으로 비교하면, 총수일가가 이사로 오른 계열사 비율은 13.3%로 2016년(17.8%)이나 2019년(14.3%)보다 낮아졌다.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을 맡을 경우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져야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회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기업집단의 주력회사(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나 지주회사는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돼 있는 비율이 높았다. 주력회사의 39.8%, 지주회사의 80.8%,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54.9%는 총수일가가 이사로 올라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주력회사, 지주회사는 총수일가의 지분이 많아 이사로 등재하는 비율이 높다"며 "이사로 등재해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그 이사회가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58개 기업집단 소속 266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864명으로 전체 이사의 50.9%를 차지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을 96.5%에 달하지만, 최근 1년 사이에 전체 이사회 안건 가운데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인해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한 것은 0.49%에 불과했다.

즉,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중 99.51%는 원안대로 가결됐다는 것이다. 특히 계열사 사이 대규모 내부거래 안건(629건)의 경우 1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넘어갔다. 때문에 내부 감시 기능을 해야하는 사외이사가 사실상 거수기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한편, 58개 대기업집단 중 19개 기업집단의 35개 회사는 계열사 퇴직임원 출신 4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공정위는 퇴직임원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이사회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봤다. 내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사진제공 연합뉴스> 

더퍼블릭 / 선다혜 a4066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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