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조짐 보이는 노루그룹…오너 3세, 내부거래로 지분 확보?

‘경영권 승계’ 조짐 보이는 노루그룹…오너 3세, 내부거래로 지분 확보?

  • 기자명 최태우
  • 입력 2022.08.0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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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페인트 등으로 알려진 노루그룹의 오너 3세 장남이 지주사인 노루홀딩스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해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장남의 개인 회사가 한영재 노루그룹 회장의 지분을 사들이는 데 들인 금액의 출처다.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간 계열사들을 동원해 내부거래를 이어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 전무는 개인 자금을 전혀 투입하지 않고 그룹 지주사 지분 4.45%를 확보해 그룹 내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 회장의 장녀 한경원 노루서울디자인스튜디오 실장이 최근 두 달새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10배 이상 지분 보유량을 끌어올렸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노루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도에 새 국면을 맞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노루그룹 오너 3세들의 지분 매입과 자금 출처, 오너 3세 장녀의 지분 매입 등에 대해서 짚어봤다.



오너 3세 경영권 승계 초석 다져…장남에 블록딜로 지분 매각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노루홀딩스 최대주주인 한 회장은 지난 5월 13일 시간 외 매매를 통해 지분 4.45%(보통주 60만주)를 계열사 디아이티(DIT)에 처분했다.

이에 따라 노루그룹의 지주사 노루홀딩스는 한 회장이 30.15%, 계열사인 디아이티가 4.45%, 한원석 전무가 3.70%, 한경원 실장이 1.1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 외에도 친인척인 한인성, 한봉주, 한명순, 한진수씨 등이 있으며 특수관계자 지분을 모두 합하면 45.13%에 달한다.
 

▲노루홀딩스 특수관계자 지분 보유 현황(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당초 한 전무는 지분 3.70%를 보유해 2대 주주였지만, 계열사인 디아이티가 한 회장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표면적으로는 2대 주주 자리를 디아이티에 넘겨주게 됐다.

하지만 디아이티는 한 전무가 지분 97.7%를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로, 실질적으로는 한 전무가 지분을 8%대로 늘린 것일 뿐이다. 디아이티 지분 2.3%는 자사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한 전무가 노루그룹 3세 유력 승계후보인 점을 감안할 경우, 사실상 후계구도가 한 전무로 굳혀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원석 노루홀딩스 전무의 타회사 임원겸직 현황(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계열사 임원 겸직 현황을 보더라도 한 전무의 경영 승계가 유력하다. 지난 2014년 노루로지넷 이사회에 입성해 사업전략부문장(상무보)로 경영수업을 시작한 한 전무는 2017년 11월 전무로 승진, 현재 업무부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 내 영향력을 키워 노루그룹 20개 국내 계열사 중 10개사 안팎의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아울러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평가되는 농생명 계열 자회사 더기반과 노루알앤씨, 디아이티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그동안 한 전무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노루홀딩스의 보유 지분이 적었던 만큼 지배력 확대와 경영 승계 차원에서 부친의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디아이티, 내부거래 통해 오너 3세 장남 지배력 확대…내부거래 통한 사익편취?

다만 문제는 오너 3세 장남의 지분 확보가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디아이티는 1994년 노루홀딩스(당시 디피아이)의 전산실에서 분리된 IT 회사로, 현재까지도 노루그룹의 IT솔루션과 시스템관리,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 제공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디아이티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6억원, 2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7%를 웃돈다. 당기순이익도 43%에 달하는 알짜회사다.

이처럼 디아이티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데에는 노루그룹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노루홀딩스 특수관계자 거래내역(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노루홀딩스는 지난해 디아이티에 재고매입 명분으로 1억2000만원, 수수료 명분에 해당하는 ‘기타 지출’ 48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 86억원 중에 50억원이 노루홀딩스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도 별반 다르지 않다. 노루홀딩스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디아이티에 수수료 명분으로 지급한 금액이 적게는 36억원에서 많게는 49억원에 달한다. 연간 지급 수수료 평균치는 43억원으로, 그룹 매출 의존도가 과반을 넘는다.

이렇듯 디아이티가 수년간 내부거래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이번 노루홀딩스 지분 인수에 쓰였다. 디아이티는 지난해 말 기준 현 자본금 10억원에 자기자본이 114억원인데, 한 회장의 노루홀딩스 지분 4.51%(보통주)를 매입하면서 70억원의 자기자금을 지급했다.

이 덕분에 한 전무는 개인 자금을 전혀 투입하지 않고 그룹 지주사 지분 4.45%를 확보해 그룹 내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오너 일가가 소유한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통해 올린 이익을 배당금 또는 지분 확보 자금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선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시의무 대상 기업집단(대규모기업집단)으로 사익편취 규제를 받게 되지만, 노루그룹은 자산 5조원을 넘지 않아 해당 법안에 저촉되지 않는다.

다만 디아이티가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매출 의존도와 영업이익률이 높은 만큼 계열사간 정상거래가 대비 7% 이상 특혜성 거래가 있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별도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달새 지분 10배 늘린 장녀…승계 구도 새 국면 맞나?

이처럼 노루그룹 오너 3세 장남이 8%대 지분을 확보하면서 한 전무의 경영권 승계가 유력했지만, 최근 장녀인 한 실장이 지난 6월 초부터 최근까지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노루그룹 승계 구도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16년 6월 처음으로 노루홀딩스 지분을 취득한 한 실장은 지난해 8월까지만 하더라도 지분이 0.04%에 불과해 유력 승계후보임에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지분 일부를 매입해 0.11%까지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두 달새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 실장은 지난6월 10일을 시작으로 지난달 28일까지 거의 모든 개장일마다 노루홀딩스 지분을 장내매수로 취득했다. 적게는 200여주에서 많게는 1만주까지 사들이면서 총 15만3018주를 확보해 단기간에 지분을 0.11%에서 1.13%까지 10배 이상 끌어올렸다.

▲노루홀딩스 공시 현황(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한 회장의 장녀인 한 실장이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노루그룹 승계 구도가 새 국면을 맞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한 전무는 승계 구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히고 있지만, 초고속 승진과 계열사 임원 과다 겸직, 경영 능력 입증, 개인회사를 통한 지분 취득 논란 등에서 의문점을 남겨왔기 때문이다.

반면 한 실장은 직접 사재를 들여 지분을 매입했다는 점과, 한 전무와 관련된 ‘사익 편취’ 논란 등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현재까지는 한 실장의 지분이 사실상 8%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 전무에 미치지 못하지만, 노루홀딩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승계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당분간 주식을 꾸준히 매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더퍼블릭 / 최태우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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