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라도 살겠다” 가맹점 져버린 매정한 아모레퍼시픽…‘올리브영‧쿠팡’서 화장품 판매?

“본사라도 살겠다” 가맹점 져버린 매정한 아모레퍼시픽…‘올리브영‧쿠팡’서 화장품 판매?

  • 기자명 선다혜
  • 입력 2020.08.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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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로 인해서 화장품 시장 역시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국내 화장품 업계 1위를 달리던 아모레퍼시픽이 그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는 모양새다.

올해 2‧4분기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액은 1조 1808억원, 영업이익은 3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매출액은 25%, 영업이익은 67%가 감소한 것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51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3%나 급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실적부진을 온라인 채널 성장을 통해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최근 쿠팡을 비롯해 11번가,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했으며, 이니스프리 등 몇몇 브랜드는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을 출시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로드샵이나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 유통망을 디지털로 넓히는 것과 함께 MZ세대가 익숙한 플랫폼을 활용해 마케팅 강화에 나선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모레퍼시픽은 패션 커머스 기업 무신사와 합자조합을 결성해 디지털 관련 국내 스타트업 육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렇게 온라인과 디지털 부분에 총력을 쏟아 붓는 동안, 아모레퍼시픽 로드샵 가맹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 본사 때문에 생존이 어렵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심지어 한 가맹점주는 국민청원게시판에 “전국의 이니스프리 매장을 없애 달라”는 청원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가 매출 신장을 위해서 온라인 플랫폼 판매를 확장하고 H&B숍인 올리브영에 제품을 공급하는 동안 동안 가맹점들의 매출은 점점 하락하면서 매장 유지조차 어려운 실정에 놓이게 됐다. 때문에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가맹점을 정리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실적부진과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이라는 두 가지 난제에 부딪치게 된 아모레퍼시픽에 대해서 짚어보기로 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아모레퍼시픽은 대표 브랜드 아리따움을 비롯해 이니스프리, 에뛰드 하우스, 에스쁘아 등의 로드샵 브랜드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2000년대 중반 1세대 로드샵 브랜드 미샤, 스킨푸드와 같이 에뛰드 하우스를 런칭했고,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가맹점수를 늘리면서 성장해왔다.

아모레퍼시픽이 국내 화장품 업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맹점들이 자리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가맹점들이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 시장에서 로드샵 브랜드들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지는 5~6년 가량 됐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헬스앤뷰티(H&B)숍인 올리브영의 등장이다. 기존의 로드샵 화장품 매장들은 단일 브랜드 제품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리브영은 H&B숍으로 자체 제작 상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과 건강식품‧보조제 등을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었다. 한 곳에서 다양한 제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여기에 온라인 판매 채널까지 늘어나면서 로드샵들 경쟁력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2016년까지 로드샵들은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H&B숍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밀렸지만, 한국을 찾는 중국‧대만‧동남아 등 외국인 관광객들에게서 K-뷰티란 이름하에 불티나게 팔렸기 때문이다. 진짜 큰 문제는 한반도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이었다.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문제 삼아 국내 큰 손이었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행을 막아버렸고, 중국 현지에서 반(反)한 정서가 확산됨에 따라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판매율도 뚝 떨어졌다. 실제로 사드 보복 조치가 내려진 직후인 2016년 로드샵 화장품 시장 규모는 2조 8000억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2년 뒤인 2018년 1조 7000억원으로 3분의 1 이상이 쪼그라들었다.

이후 한한령이 해제됨에 따라 로드샵 브랜드들은 실적 반등을 기대했지만, 올해 초 코로나19확산으로 상황은 더 최악으로 치달았다. 한한령 속에서도 근근이 오가던 따이궁(보따리상)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의 발걸음 마저도 뚝 끊기면서 올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았던 희망도 완전히 꺾여버렸다.

‘기댈’ 곳 없는 가맹점

당연히‘K-뷰티’의 선두주자였던 아모레퍼시픽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에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올해 1분기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액 1조2793억원, 영업이익 6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67%가 하락했다. 면세점과 백화점 등 주요 오프라인 채널 매출 하락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도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움이나 이니스프리 등 가맹점들을 위해 32억원 규모의 ‘제품 특별 환입’ 등 지원책을 펼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상생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은 단순히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뒷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H&B숍이 강세인 화장품 시장에서 아리따움이나 이니스프리와 같은 로드샵 매장 운영이 가능했던 이유는 가맹점 외에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즉, 로드샵 브랜드의 제품을 원하면 해당 가맹점을 가야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러한 암묵적인 룰이 본사로 인해서 깨지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H&B숍인 올리브영에 한율 등의 제품을 공급하더니, 올해는 라네즈와 에뛰드 하우스까지 공급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피해는 본사를 믿고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움 가맹점을 낼 때 같은 상권에 동일한 매장을 들어 올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올리브영에 아리따움과 에뛰드 하우스의 제품이 판매되면서 가맹점주들은 경쟁력을 잃게 됐다.

여기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할인이다. 아리따움을 비롯한 가맹점들은 본사가 정한 할인 기간에 정해진 할인 폭으로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할인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올리브영은 공급을 받아 판매하기 때문에 할인율이나 할인기간을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구애를 받을 필요가 없다. 결국 같은 제품을 동일하게 판매한다고 했을 때 가맹점주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아리따움의 한 가맹점주는 “우리 매장에서 제품을 샀다가, 올리브영에서 같은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걸 보고 환불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차라리 ‘전국 매장’ 없애줘라 분통 






 

 

 

아모레퍼시픽이 가맹점과 직영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H&B숍으로 제품 판매와 온라인 채널 확대를 하는 이유는 ‘매출 부진’ 때문이다. 문제는 가뜩이나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끊긴 가맹점이 본사의 판매 전략으로 인해서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난 6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이니스프리 전국 매장을 없애달라”는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쓴 청원인은 6년 동안 이니스프리 매장을 운영한 가맹점주였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하루매출이 10만원이다. 그 하루 10만원 매출로 제품매입, 임대료,전기세, 세금, 관리비, 인건비 감당 못한다”면서 “하루에 10만원 팔면서 알바도 쓰냐 하실테지만, 평일 5일 동안 10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에 퇴근한다. 그나마 주말알바를 써야 애기랑 놀아줄 시간이 난다”며 “본사 갑질 때문에 가맹점들이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하루하루 죽고 싶은 심정으로 매장에 나오고 있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아모레퍼시픽이 직영몰이 온라인 전용 제품을 팔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하루에도 몇번씩 온라인 제품 찾다 돌아가는 고객들을 보면 왜 같은 이니스프리 제품인데 온라인 전용으로 구분지어 놨는지 울화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또 쿠팡에서 제품이 판매되면서 로드샵 매장은 ‘온라인 구매’를 위한 테스트 매장으로 전락했다는 점도 꼬집었다.

청원이는 “왜 본사는 가맹점을 모집해놓고 더 싼 가격으로 쿠팡에 공급하는 건가. 왜 가맹점에서 힘들여 키워온 브랜드를 온라인에 무임승차 판매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가맹비 내고 가맹계약서에 사인할 때 온라인에 판매한다는 조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맹점주들은 쿠팡에서의 이니스프리 철회와 동일한 정책을 요구하면서 본사 앞 집회와 공정위 제소까지 했지만 본사의 일관적인 모르쇠로 너무나 지쳐있다”며 “본사가 원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시고 전국의 매장을 모두 없애달라. 저희도 힘들다고 가맹 버린 본사와 더 이상 같이 일할 생각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은 올라온 이후 1460명 이상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서 한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지점들을 관리하는 것보다 H&B숍에 제품을 공급하고, 온라인 판매 채널을 늘리는 것이 비용적인 측면이든 시간적인 측면이든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방증은 아모레퍼시픽 로드샵 수가 지난 2018년 말 1250개에서 올해 4월 960여개로 약 300여개가 줄어들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맹점이든 직영점이든 관계없이 로드샵이 있으면 본사는 그만큼 그들을 위한 인력과 시간, 투자를 해야한다”며 “하지만 온라인 판매 채널이나 H&B숍에 납품해 판매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납품하는 것 외에 굳이 따로 투자를 해야할 필요가 없다. 또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점을 거치지 않고 바로 판매되는 만큼 더 나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은 가맹점과의 동반 성장을 위한 방안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생을 모색하는 한편 ‘다양한 판매 채널을 통해 소비자 접점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해명일 뿐이다. 물론 한한령에 코로나19까지 ‘겹악재’로 업황이 좋지 않고, 매출마저 악화된 상황에서 본사도 살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살길이 가맹점주를 고려하지 않고 ‘혼자 살아남는 방법’이라면 결국 본사만 살아남겠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사진제공 연합뉴스·국민청원게시판 캡쳐> 

더퍼블릭 / 선다혜 a4066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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