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의 IT기업인 화웨이에 오는 15일부터 반도체 공급을 사실상 중단한다. 미국 정부가 승인할 경우 공급이 가능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심각해진 상황에서는 한동안 공급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반도체 업계는 화웨이에 대한 공급중단으로 국내 기업들도 만만치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에 화웨이 반도체 공급을 하기 위한 승인신청을 했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발표한 화웨이 추가 제재안이 이달 15일부터 발효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안은 미국의 기술을 적용해 만든 반도체가 화웨이에 공급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거의 모든 전세계 반도체 업체는 식각, 검사, 계층 등 주요 공정에 미국 기업의 장비 및 부품을 사용한다.
따라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이달 14일 이전에 생산된 제품까지만 화웨이에 공급할 수 있으며, 15일부터는 미국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삼성‧SK에 이어 글로벌 3대 D램 업체인 마이크론도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승인이 없으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D램 등 반도체를 판매하지 못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미국이 쉽게 공급 승인을 해주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화웨이 공급 중단’ 국내 업체 타격?
화웨이에 대한 공급 중단으로 인해 국내 반도체 업계의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약 7조 3700억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에서 화웨이 관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1.43%로 약 3조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제재 발효를 앞두고 D램 대량 재고 쌓기에 나선 만큼 당장 3분기 실적에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3분기 이후부터는 대처 수요처가 없을 경우 여파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승인해준다고 해도 화웨이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핵심부품공급 차질로 스마트폰 생산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21년 화웨이 스마트폰 점유율이 (현재 19%에서) 4.3%로 대폭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연간 25조 원어치의 반도체를 사들였던 화웨이가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또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에 대해서만 공급을 승인해주다고 하더라도 화웨이가 구매할 여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현재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를 앞두고 단기간 재고 쌓이게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자금난도 심각해진 상황이다.
실제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니포스트(SCMP)는 8일 화웨이가 자금 조달을 위해 약 20만 명에 달하는 전 세계 직원들을 상대로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초부터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향후 5년간 급여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사주 매입에 쓸 수 있는, 새 자사주 매입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새로운 고객사 ‘확보’가 절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당장 4분기 실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큰 손 화웨이가 빠지는 ‘빈틈’을 메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거래처 확대다.
업계에서는 화웨이 퇴출에 대한 반사이익은 같은 중국 기업은 샤오미와 오포, 비포 등이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이들 기업이 반도체 주문량을 늘릴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을 한다면 화웨이에 빈자리를 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샤오미에 이미 제품을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주문이 가능한 상황이다. 또, 삼성전자 역시도 추가 물량을 받을 수 있을 것 보인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이미지센서(CIS),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5G 등 비메모리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화웨이 쇼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함께 장기적으로 보면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웨이가 반도체 조달을 하지 못해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면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화웨이에 추격을 받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점유율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를 잡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화웨이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통신 장비 시장에서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사진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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