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코로나 백신, ‘세계 최초’ 얻고 ‘안전성’ 잃고?…3상 임상 건너뛴 ‘무리수’

러시아 코로나 백신, ‘세계 최초’ 얻고 ‘안전성’ 잃고?…3상 임상 건너뛴 ‘무리수’

  • 기자명 김다정
  • 입력 2020.08.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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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다정 기자]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등록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11일(현지시각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원격 내각회의에서 “백신이 모든 필요한 검증 절차를 걸쳤으며 효과가 입증됐다”며 글로벌 백신 개발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백신 이름은 냉전 당시 구(舊) 소련이 개발한 세계 첫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서 ‘스푸트니크V’다.

냉전 시대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쏘아올려 미국에 충격을 준 인공위성 이름에서 백신 이름을 따올 만큼 코로나19 백신 경쟁을 두고 미국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푸틴이 언급한 백신은 모스크바의 가말레야 국립 감염병·미생물학 연구소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말레야 연구소를 지원한 러시아 국부펀드 ‘직접투자펀드’(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이날 “20개국에서 10억번 투약할 수 있는 양만큼의 백신 문의가 쏟아졌다”며 “우리는 이미 5개국에서 매년 5억번 투약할 수 있는 양의 백신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겨냥한 러시아의 무리수?

그러나 러시아가 개발한 이 백신은 1차 임상 한달여 만에 최종 승인을 할 정도로 급하게 진행된 데다가 국제 지침인 3차 임상을 건너뛴 채 승인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즉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백신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미국을 의식해 ‘무리수’를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백신이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다”며 “본인의 두 딸 중 한 명도 이 백신이 임상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받았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수천~수만명을 상대로 몇 개월간 진행되는 3차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은 성급한 백신 접종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HO 타릭 야사레비치 대변인도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여러 백신 후보 물질이 개발되는 속도에 고무돼 있으며 이들 중 일부가 안전하고 효율적인 것으로 입증되기를 바란다”며 “절차를 가속하는 것이 곧 안전성과 타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단 러시아가 속도전에서는 전세계 1등을 차지하긴 했지만 이 백신이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보건복지부 엘릭스 에이자 장관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최초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미국인과 전세계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韓정부 “안정 입증돼야 국내 도입 가능”

한국 정부도 러시아 백신에 대해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돼야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김강립 1총괄조정관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러시아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기본적 데이터가 확보돼야 국내 도입 및 접종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이 부분에 관한 정보를 확보한 수준”이라며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검토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더퍼블릭 / 김다정 92dda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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