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추적]‘롯데상사 VS 가나안RPC’ 진실공방 그리고 군산지청

[심층추적]‘롯데상사 VS 가나안RPC’ 진실공방 그리고 군산지청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0.05.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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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갑질’, 가나안은 ‘블랙협력사’ 오명…檢, 관리부실 또는 은폐 의혹

▲ 2018년 12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롯데 갑질로 피해 본 한일기업 연대투쟁 선언 기자회견(정의당 추혜선 의원 블로그)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롯데는 대기업 갑질 유형이 총 망라된 종합세트인데, 갑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거나 소송을 걸면 ‘롯데’는 협박을 하고, 집회를 하면 명예훼손이나 집회금지 가처분신청으로 대응한다. 또 롯데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김앤장’과 같은 대형로펌을 앞세워 공정위와 재판부를 무력화해 ‘을’들에게는 피해 구제를 받기까지 너무 많은 절벽이 있다.”

지난 2018년 10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간담회’에서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장을 맡고 있는 추혜선 의원이 한 말이다.

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상사·롯데쇼핑몰·롯데시네마·세븐일레븐 등 롯데그룹 계열사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협력업체들로 결성된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는 롯데가 원가 이하의 납품을 요구하거나 물류비·인건비 떠넘기기, 납품업체 몰래 과다한 판매수수료 책정 등의 갑질을 자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갑질피해자연합회 소속 협력업체들은 현재 갑질 피해 여부를 두고 롯데 측과 분쟁 중에 있는데, 최근 롯데상사와 피해자연합회 회장인 김영미 전 가나안당진RPC(Rice Processing Complex·미곡종합처리장) 대표 간 소송전에 특이점이 포착됐다. 검찰이 보관하고 있어야 할 김영미 전 대표의 경찰 조사 기록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검찰의 사건 기록 관리부실 또는 은폐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퍼블릭>이 롯데상사와 김영미 전 가나안 대표 간 소송전은 물론 이로 인해 불거지고 있는 검찰의 관리부실 또는 은폐 의혹에 대해 살펴봤다.

가나안에 협업 제안한 롯데상사

日 회사 편지 공개‥사문서 위조

지난 2월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갑질피해자 두 번 죽이는 롯데 규탄 및 사실 규명’ 기자회견.

‘롯데가 쌀 공장 설립 및 제품 매입 약속을 지키지 않아 2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김영미 전 가나안당진RPC 대표는 “롯데의 갑질로 부도까지 당하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있는데 롯데는 죽어가는 피해자들에게 대형 로펌(김앤장)을 선임해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며 “갑질피해자를 ‘블랙협력사’로 몰고 ‘을 코스프레’, ‘사기꾼’으로 여론을 몰고 가는데, 대기업 롯데에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문제제기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김영미 전 대표는 이어 “신동빈 회장님, 2018년 10월 감옥에서 출소하면서 무어라 말씀하셨습니까? 롯데가 성장하는 과정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회장님께서 직접 말씀하셨으면서 왜 아직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계십니까? 신(新) 동반성장, 상생, 협력, …. 근사한 문구는 다 가져다 외치시면서 왜 아직도 을들을 짓밟고 외면하고 계십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1974년 롯데그룹이 설립한 종합 도매업체인 롯데상사에 지난 1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롯데가 쌀 공장 설립 및 제품 매입 약속을 지키지 않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김영미 전 가나안RPC(가나안) 대표와의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것이다.

앞서 롯데상사는 지난해 3월 김영미 전 대표를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 업무방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형사고발한데 이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냈는데, 채무부존재확인 민사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롯데상사가 가나안에 200억 원을 지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이란 자신에게 채무가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채무변제를 청구당할 경우, 법원에 채무가 없다는 것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는 소송을 말한다.

즉, 롯데상사가 가나안에 변제할 채무가 없음에도 가나안이 갑질 피해 보상액 명목으로 200억원을 요구하자, 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승소를 했다는 것.

롯데상사가 채무부존재확인 1심 민사재판에서 승소함에 따라 가나안은 금전취득 등을 목적으로 기업을 거짓 비방하거나 일부 정치인을 포섭해 자신에게 유리한 기자회견 및 시위를 하는 이른바 ‘블랙협력사’로 낙인 찍혔다.

이에 김영미 전 가나안 대표는 지난 2월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해 롯데상사와의 제2라운드를 재개했다.


▲ 지난 2018년 10월 5일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롯데상사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게 된 가나안

대체 롯데상사와 김영미 전 가나안 대표 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소송전까지 불사하고 있는 것일까.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장을 맡고 있는 추혜선 의원과 김영미 전 대표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롯데상사와 김영미 전 대표의 인연 또는 악연의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화점 등에 명품 쌀을 판매하던 가나안은 2004년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상사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게 된다.

당시 가나안은 ‘원적미’를 즉석에서 도정하는 등 차별화된 방법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었는데, 롯데상사 양곡부 박모 팀장으로부터 기존 거래처를 다 정리하고 롯데상사와 공동사업 추진 및 원적미 독점납품이라는 협업을 제안 받은 것이다.

롯데상사는 가나안에 협업을 제안하면서 미곡종합처리장(RPC) 건립을 요구 조건으로 내세웠고, 미곡종합처리장이 완공되면 롯데상사가 원적미 등 쌀을 대량수매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원적미는 대량으로 열풍 건조하는 일반 쌀과 다르게 소량씩 원적외선을 쪼여 고르게 건조하는 프리미엄 청정 쌀이다. 원적미로 밥을 지으면 일정한 수분을 유지해 밥이 고슬고슬하고, 영양소 파괴가 적어 균일한 맛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나안은 롯데상사의 협업 제안을 받아들였고, 또 롯데상사 요구대로 충남 당진에 미곡종합처리장을 짓기 시작했다.

대출 등을 통해 100억 원을 쏟아 부은 미곡종합처리장은 2005년 9월 완공, 규모는 4000여 평에 달했다.

가나안, 롯데의 ‘약속 불이행’으로 부도…롯데상사 “RPC건립·대량수매 약속한 적 없어”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미곡종합처리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당초 가나안에 협업을 제안했던 양곡부 박모 팀장이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해온 사실이 내부감사에서 적발돼 퇴사한 것이다.

가나안 입장에선 박모 팀장의 퇴사로 협업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됐지만, 롯데 감사실 측은 ‘일단 미곡종합처리장을 지어놓고 연락하라’며 가나안을 안심을 시켰다. 그러나 미곡종합처리장 완공 이후에도 롯데 측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결국 롯데상사가 쌀을 대량수매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가나안은 미곡종합처리장 건립비용과 운영 적자로 2009년 부도를 맞게 된다.

부도를 맞은 김영미 전 대표는 롯데와 협업한다는 가나안을 믿고 10억원이 넘는 벼를 납품했던 농민들과 함께 2009년~2011년까지 매주, 매달 롯데상사를 찾아가 관계자들을 수차례 만났다고 한다.

롯데 측은 면담 자리 때마다 ‘조금만 기다리라. 기다리면 해결 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었다.

기다리란 롯데 측 말만 믿고 기다리다 지친 김 전 대표와 농민들은 결국 롯데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2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봤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하지만 롯데상사는 줄곧 “김영미 전 대표 측에 미곡종합처리장 건립을 제안한 적도, 쌀 구매를 약속한 적도 없으며 가나안은 롯데상사와 전혀 무관한 회사”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日 가네코사 직원…국회서 공개 증언

관리 부실? 의도적 은폐? 제공 거부?

롯데가 日 농기계 회사에 보낸 협조공문 진위 여부

‘가나안과 무관한 회사’라는 롯데상사의 입장에, 김 전 대표는 미곡종합처리장 건립 과정에서 롯데상사가 ‘가나안에 농기계를 외상으로 판매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일본 농기계 제조업체 ‘가네코농기’에 보냈다고 반박했다.

김 전 대표의 주장대로 롯데상사가 일본 농기계 회사에 ‘가나안에 농기계를 외상으로 판매해 달라’는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면 ‘롯데상사와 전혀 무관한 회사’라는 롯데 측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롯데상사는 “가네코농기에 기계를 보내달라고 한 사실도 없고, 가네코농기와는 어떤 교류도 없었다”며 김 전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처럼 롯데상사가 ‘가네코농기에 기계를 보내달라고 한 사실이 없다’고 잡아떼자, 김 전 대표는 급기야 2018년 11월 가네코농기를 방문해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그 결과 가네코농기는 “10여 년 전 롯데 측으로부터 공문을 받았으며, 그 공문을 받고 가나안에 농기계를 보내줬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써줬다.

김 전 대표는 해당 편지를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장을 맡고 있는 추혜선 의원에게 보냈고, 추 의원은 그 해 12월 6일 국회에서 편지를 공개했다.

이쯤 되면 롯데상사가 가나안과의 관계를 시인할 법도 했지만, 롯데상사는 “일본 가네코사 측에 편지의 진위를 확인한 결과 가네코 대표이사는 해당 편지를 작성하거나 보낸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지난해 11월쯤 김영미 전 대표가 가네코 직원에게 본인 주장을 담은 편지작성을 요청했으나 거절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는 가네코사가 김 전 대표의 편지작성 요청을 거절함에 따라 추혜선 의원이 공개한 편지는 허위라는 것이다.

추 의원이 공개한 편지가 허위라고 주장한 롯데상사는 지난해 3월 김영미 전 대표를 사문서 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형사고발했고, 채무부존재확인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日 농기계 회사 직원 “롯데에서 공문 보냈다”

앞서 언급했듯이 채무부존재확인 민사 1심 재판부는 “롯데상사가 가나안에 200억 원을 지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사문서 위조 등 형사 재판도 김 전 대표 측에 불리한 판결이 선고될 여지가 커졌으나 반전이 일어났다.

가네코농기에서 근무하고 있는 요시오카 부장이 직접 대한민국 국회까지 와서 ‘롯데상사가 가나안에 농기계를 외상으로 판매해 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냈다고 증언한 것이다.

요시오카 부장은 지난 2월 7일 ‘갑질피해자 두 번 죽이는 롯데 규탄 및 사실 규명’ 기자회견에서 “문서에 대한 진실공방을 밝히기 위해 결국은 제가 한국까지 와서 이 자리에 서게 됐는데,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사실은 2004년 9월 롯데그룹에서 저희 회사 가네코 시게오 전무 앞으로 공문을 보냈었다는 것”이라며 “공문의 내용은 ‘가네코의 농기계를 외상으로 보내 달라. 채무를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요시오카 부장은 “(롯데상사로부터)공문을 받았기에 저희 회사에서는 4억엔(한화 약40억원) 정도의 기계를 단돈 1엔도 받지 않고 충남 당진에 위치한 가나안으로 보냈고, 저는 팀원들과 함께 한국에 와서 1개월 동안 가나안에 기계 설치를 했다”며 “당시 저희 회사의 한국 담당이자 본 프로젝트를 맡았던 팀장 우에무라 상은 가나안이 부도가 나자 충격으로 한국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는 동료를 잃은 아픔이 있고, 가나안의 김영미 전 대표는 모든 것을 잃은 걸로 알고 있다”며 “저는 (롯데가 가네코농기에 보낸)문서 건으로 2019년 10월경 한국 경찰서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도 받았다. 통역이 있었지만 한글로만 되어 있었고 통역사가 읽어주긴 했지만 이해가 부족했을 수도 있었을 거라 판단해 김영미 전 대표의 오늘 이 자리의 참석 요청을 수락했다”고 덧붙였다.


▲ 지난 2월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일본 농기계 제조업체 가네코 농기 요시오가 부장(정의당 추혜선 의원 블로그)


애써 말 아끼는 롯데상사…항소장 제출한 가나안 전 대표

롯데상사의 협조공문을 받고 직접 한국으로 날아와 가나안에 기계를 설치했던 요시오카 부장의 국회 증언으로 ‘미곡종합처리장 건립을 제안한 적도, 쌀 구매를 약속한 적도 없으며 가나안은 롯데상사와 전혀 무관한 회사’, ‘가네코농기에 기계를 보내달라고 한 사실이 없다’고 했던 롯데상사의 주장은 거짓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상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형·민사상 사건이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따로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 지금 재판 중에 있는데 굳이 이것을 언론에서 이러쿵저러쿵 (보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애써 말을 아꼈다.

김영미 전 가나안 대표는 지난 2월 18일 롯데상사가 승소했던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했다.

일본 농기계 회사 직원의 공개증언을 확보한 만큼 항소심에서 역전이 연출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1심 재판에 진행될 당시)일본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법원으로부터 재판과 관련해 어떠한 공문도 받지 못했다”면서 “1심 재판 결과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1심에서 패소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이러한 사실을 변호사를 통해 재판부에 전달을 했고, 그 결과 재판부가 항소심을 받아들여 줬다”고 부연했다.

롯데상사가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사건을 경찰로 내려 보냈고, 경찰 조사 때 일본 농기계 회사 부장 등이 증언한 내용 등 관련 자료를 다 제출했다”며 “지금은 다시 (사건이) 검찰(서울동부지검)로 송치된 상황이고, 출석 요구나 이런 것은 아직까지 없었다”고 했다.

▲ 2004년 9월 9일 롯데상사가 일본 농기계 회사 가네코에 보낸 협조 공문 원문(좌)과 번역본


추혜선 “가나안에 대한 檢 사건 기록 확인 안 돼”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민사 1심 재판부는 일본에 있었던 김영미 전 대표가 출석하지 못해 롯데상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롯데상사가 농기계 외상 판매 공문을 보냈다는 가네코농기 부장의 공개 증언으로 항소심에선 치열한 법적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특이할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검찰이 보관하고 있어야 할 김영미 전 대표에 대한 과거 사건 기록이 어디서도 확인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추혜선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상사 측이 (가나안 부도를)나 몰라라 하는 동안 김영미 전 대표는 2010년 (가나안에 쌀을 납품하고도)쌀값을 받지 못한 농민들로부터 고소를 당해 전라북도 군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면서 “당시 조사 과정에서 롯데상사 측 담당자였던 이모 씨도 소환돼 김 전 대표와 대질심문을 받기도 했다. 이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고 전주지검 군산지청에서 이 사건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추 의원은 이어 “롯데상사는 김 전 대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재판에 대응하기 어려웠던 김 전 대표는 1심 재판에서 패소했지만, 항소해서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롯데상사와 가나안 간의 거래관계를 입증할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기 위해, 김 전 대표 측은 지난 4월 2일 전주지검 군산지청을 방문해 2010년에 조사받았던 사건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곳에서 들은 답은 사건 기록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사건번호와 송치번호를 겨우 확인했지만, 현재까지도 사건 자료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법적으로 당시 사건 당사자였던 김 전 대표가 요청하면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자료이고,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도 아니며 기소 중지된 사건이기 때문에 반드시 자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검찰 담당 직원의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추 의원은 “저도 (법무부를 통해)검찰청에 해당 사건 기록이 존재 여부에 대해 물었으나, 기록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는 답변만 받았을 뿐, 그렇다고 자료를 폐기한 기록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어이없는 관리 부실이거나 의도적인 자료 은폐 또는 제공 거부가 아니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검찰이 분명히 해명하고 책임져야 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롯데상사-가나안RPC에 대한 검찰의 사건 기록 제공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정의당 추혜선 의원 블로그)


롯데와 가나안 간 거래사실 입증 자료…관리부실 또는 의도적인 제공 거부 의심

김영미 전 대표에 따르면, 롯데상사의 약속 불이행으로 부도를 맞은 김 전 대표는 농민들과 함께 롯데 측에 대책을 요구했지만 롯데 측이 모르쇠로 일관하자, 농민들한테 차라리 자신을 고발하라고 했다고 한다.

자신을 고발하면 농민들한테 왜 벼 값을 지불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2010년 농민들은 김 전 대표의 말대로 경찰에 고발했고, 김 전 대표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당시 롯데상사 측 담당자였던 이모 씨와의 대질심문은 물론 거래내역 등 롯데상사와 가나안이 연관된 증거자료를 모두 제출했다.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항소장을 제출한 김 전 대표는 재판부에 이 2010년 경찰 조사 기록을 제출하려 사건 기록이 송부된 전주지검 군산지청을 찾았으나 두 달 넘게 사건 기록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공소시효가 끝난 것도 아니고 사건 기록을 폐기한 것도 아닌데 2010년 김 전 대표가 군산경찰서에서 조사받은 사건 기록을 군산지청이 두 달이 넘게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

추혜선 의원이 군산지청의 어이없는 관리 부실이거나 의도적인 자료 은폐 또는 제공 거부라 의심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편, 김 전 대표는 당초 5월 6일 항소심 재판부에 2010년 사건 기록을 제출하기로 했지만 군산지청이 해당 사건 기록을 찾지 못함에 따라, 법원은 이런 사정을 받아들여 자료 제출 기한을 6월 24일로 연기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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