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박發 집단 암 발병 논란…KT&G 묵묵부답에 ‘백복인’ 사장 책임론 대두

연초박發 집단 암 발병 논란…KT&G 묵묵부답에 ‘백복인’ 사장 책임론 대두

  • 기자명 김지은
  • 입력 2019.12.2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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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지은 기자] KT&G는 최근 전북 익산 잠정마을에서 발생한 ‘집단 암 사태’에 휘말리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앞서 장점마을에선 인근 비료 공장으로부터 흘러나온 발암물질로 인해 지난 2001년부터 저수지 물고기 대량 폐사와 주민들의 피부병 문제 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지난달 14일 열린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 발표회’에서 “비료공장 배출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해당 비료공장인 ‘금강농산’은 퇴비로만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적으로 건조 공정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향조사 연구진의 모의시험 결과 연초박 건조 과정에서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등 발암물질이 발생하는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러자 주민들은 연초박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금강농산에 담뱃잎 찌거기 폐기물을 위탁처리한 KT&G에도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측은 절차에 있어 법과 규정을 준수해왔다는 해명을 내놓은 이후 대책마련에 있어서는 한발 물러서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해당 비료생산 업체인 금강농산은 이미 파산한 데다 회사 대표가 사망해 주민들이 소송을 내도 손해배상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장점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에게서 암이 발생해 이중 14명은 숨졌고 8명이 투병하고 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KT&G

결국 참다못한 주민들은 서울까지 상경했다.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은 이달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에 집단 암 발병 사태에 대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9월 26일 시위에 이은 두 번째다.

주민들은 이 자리에서 KT&G를 대상으로 ‘배출한 연초박 때문에 마을 주민이 집단으로 암에 걸렸다’며 KT&G 백복인 사장의 사죄와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상경한 장점마을 주민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3시간 넘게 KT&G를 규탄했지만, 이날도 KT&G는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번 집회에는 KT&G타워 문을 걸어 잠그고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첫 번째 시위에서는 KT&G 직원에게 성명서를 전달하는 절차라도 진행이 됐는데 이번에는 아예 반응이 없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KT&G에서 배출한 폐기물 때문에 주민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렸는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업으로서 정상적인 태도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KT&G가 적법하게 연초박을 위탁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금강농산이 연초박을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 적정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확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KT&G는 연초박의 유해성에 대해 금강농산에 알린 적도 없다”며 “주민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렸는데 나몰라하는 것이 KT&G의 기업 철학인가”라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KT&G를 규탄했다.

KT&G “법령에 따라 적법절차 거쳤다”

이 사태와 관련 KT&G의 입장은 분명하다. 법과 규정을 지켰다는 입장이다.

현행 폐기물 처리규정은 연초박을 퇴비로 쓸 경우에는 반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연초박은 폐기물관리법 및 비료관리법 등에 따라 재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된 익산 비료공장의 경우 연초박을 380도의 고열로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을 배출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KT&G 입장에서는 관련 법령을 준수해 법령상 기준을 갖춘 폐기물 처리시설인 비료공장에 적법하게 매각했으나 해당 공장에서 불법으로 가공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KT&G의 태도에 대해서는 ‘도덕성’ 측면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의원도 장점마을에 대한 환경부 발표와 관련해 지난 11월 15일 “정부는 장점마을 사후대책(주민건강모니터링·제도개선 등) 철저히 이행하고 가해기업(KT&G)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초박 논란에 금감원 조사까지

KT&G는 최근 연초박 사태를 비롯해 내·외적인 논란으로 ‘바람잘 날 없는’ 날들을 보내면서 사장인 백복인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KT&G 백복인 사장은 지난달 14일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등과 관련해 분식회계 혐의를 받아 금융감독원에 소환조사됐다.

금감원은 KT&G의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회계처리에 대해 감리하던 중 최근 백 사장의 일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혜선 국회 정무위원회(정의당) 소속 의원에 따르면 2011년 KT&G가 트리삭티를 인수할 당시 트리삭티의 지분 51%는 싱가포르 렌졸룩이 보유하고 있었다.

KT&G는 트리삭티를 인수하기 위해 렌졸룩 최대주주인 조코로부터 렌졸룩 지분 100%를 897억원에 사들였다. 장부가액인 180억원의 5배 수준이다.

금감원은 렌졸룩 지분 인수 가격이 너무 높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조코가 받은 대금 897억원 중 590억원이 조세회피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로 흘러 들어갔을 수 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은 KT&G가 중동 알리코자이에 담배를 공급한 뒤 받아야 할 3000억원 중 일부를 감면한 것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복인 사장이 KT&G를 진두지휘하는 동안 개인이나 기업의 ‘도덕성’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 계속해서 불거지면서 당분간 백 대표에 대한 책임론은 계속될 전망이다.

더퍼블릭 / 김지은 webmaster@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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