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내부거래·편법 승계’ 의혹에…국세청 조사4국, 곰표 ‘대한제분’ 상대 특별 세무조사

‘과도한 내부거래·편법 승계’ 의혹에…국세청 조사4국, 곰표 ‘대한제분’ 상대 특별 세무조사

  • 기자명 최태우
  • 입력 2022.01.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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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 지배구조(G)부문에 발목 잡혔나...친환경 캠페인에도 지난해 ESG B등급

‘곰표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이 최근 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세청 조사4국은 주로 기업 탈세 또는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부서로,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소재 대한제분 본사에 사전예고 없이 조사 요원들을 투입해 회계관련 자료를 확보해 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과거 대한제분 오너일가를 둘러싼 ‘편법 승계’와 ‘과도한 내부거래’ 등의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제분 측은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는 등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에 <본지>는 이번 국세청이 대한제분의 회계자료를 바탕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과거 ‘편법 승계’와 ‘과도한 내부거래’ 등의 의혹에 대해 짚어봤다.



대한제분, 과도한 ‘내부거래’에 국세청 조사 4국 움직이나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최근 세정가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서울 중구 소재 대한제분 본사에 조사 인원을 투입해 회계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무조사는 국세청 조사4국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너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승계 등의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일반적인 정기세무조사가 아닌 기획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로, 주로 기업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한 혐의가 있을 시 조사에 착수한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세무조사를 대한제분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디앤비컴퍼니와 관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대한제분 지분 변동과 계열사 간 자금 거래 전반을 확인하고 이 과정에서 세금 탈루와 일감 몰아주기 등을 상세히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제분은 지난해 9월 기준 최대주주인 디앤비컴퍼니(27.71%) 와 특수관계인이 42.4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특수관계인 중 ▲이종각 명예회장의 장남 이건영 회장이 7.01% ▲차남 이재영 부사장이 2.32% ▲장녀 이혜영씨가 0.99% ▲차녀 이소영씨가 0.9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제분의 최대주주이면서 실질적인 지주사 디앤비컴퍼니는 지난 1970년 설립돼 파스타 및 와인냉장고 수입·판매 및 밀가루 조제품 수출을 주력으로 사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디앤비컴퍼니는 이 명예회장과 그의 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100%로 사실상 오너일가 소유다. 이에 실질적인 대한제분 지분 중 총수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실질적인 지주사인 디앤비컴퍼니가 그룹 계열사들의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는 점이다.

특히 수입 파스타 판매 등 대한제분이 직접 영위할 수 있는 사업기회를 대신 수행하면서 대한제분에 이를 판매해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디앤비컴퍼니가 대한제분과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총 281억원을 웃돌며, 내부거래율은 최대 64%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2008년(64%) 41억원 ▲2009년 42억원(60%) ▲2010년 44억원(63%) ▲2011년 36억원(48%) ▲2012년 40억원(54%) ▲2013년 21억원(34%) ▲2014년 34억원(49%) ▲2015년 22억원(40%) 등 2014년 말까지의 디앤비컴퍼니 자산규모에 상응하는 규모다.

지난해에도 디앤비컴퍼니의 매출액 20% 이상은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디앤비컴퍼니의 지난해 9월 기준 매출액은 70억9000만원으로, 이 중 대한제분을 통해서만 14억6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지난달 30일 시행된 전부 개정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내부 거래 등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인 상장·비상장사와 이들이 주식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로 규정했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은 계열사 중 내부 거래액이 연간 200억원을 넘거나 연 매출액의 12%가 넘는 경우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대한제분이 중견기업이기 때문에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너일가, 디앤비컴퍼니 통해 대한제분 ‘편법승계’ 논란


대한제분의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자회사였던 디앤비컴퍼니를 통해 경영권을 우회적으로 승계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현재 대한제분의 실질적인 지주사로 자리잡고 있는 디앤비컴퍼니는 지난 2015년 5월 18일 이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대한제분 주식 32만721주를 전량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현물출자 받았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별도의 주간사를 선정하지 않아도 되는 등 주식발행 절차가 간소하며 기존 대주주와 다수의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공모 대비 실권이 발생할 우려가 없기 때문에 편리한 자금조달 방식이다.

디앤비컴퍼니는 이 명예회장의 주식을 현물출자 받기 위해 자사의 보통주 332만391주를 신주 발행해 자금을 마련했다.

이 자금 바탕으로 이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대한제분 주식 전량을 인수했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대한제분의 지분 8.73%에 인수한 지분을 더해 총 27.71%의 대한제분 지분을 보유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난 2014년 말 자산규모가 290억원 수준이었던 디앤비컴퍼니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자본총계 8874억원 수준의 대한제분 최대주주(27.71%)로 오르면서 실질적인 그룹 지주사가 된 것이다.

이에 지난 2020년 기준 디앤비컴퍼니의 자산 역시 이 명예회장의 대한제분의 주식을 현물출자 받기 이전보다 8배 증가한 수준인 2442억원으로 늘었다. 아울러 오너일가→디앤비컴퍼니→대한제분→대한제분 계열사들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도 완성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제분 측은 현물출자 당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효율성 증대를 위한 디앤비컴퍼니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분을 장남인 이건영 회장에게 직접적으로 증여하지 않고 이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디앤비컴퍼니에 넘긴 것을 두고 세금을 줄이기 위한 ‘편법승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분을 직접 물려줄 경우 증여세(최고 50%)를 내야 하지만, 2세가 주식을 보유한 법인에 주식을 우회적으로 넘길 경우 법인세(최고 22%)만 부과되기 때문이다. 특히 비상장사 주식은 미래가치가 반영되지 않아 상장주식보다 세금을 적게 낼 수도 있다.

세정가의 한 관계자는 “대한제분이 과거 지주사 전환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금을 줄이기 위해 지분을 개인에게 증여하지 않고, 자회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증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제분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으로부터 ESG경영 B등급으로 평가 받았다. 자사의 대표 밀가루 브랜드인 곰표를 통해 업계 ESG경영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모습에 비해 다소 낮은 등급을 받은 것이다.

대한제분은 지난 2018년 굿즈 마케팅에 처음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곰표 브랜드를 통해 굿즈 판매 등 브랜드 마케팅에 중점을 뒀지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각종 사회공헌, 친환경 캠페인과 연관 지어 전개해왔다.

특히 소래산을 등산하며 주워온 쓰레기를 굿즈로 바꿔주는 ‘플로깅(plogging)’이라는 친환경 캠페인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했었다. 소비자가 금전을 지불하더라도 굿즈를 절대 판매하지 않고, 등산을 통해 주워온 쓰레기와 교환이 가능하도록 한 덕분이다.

이로 인해 업계 안팎에선 대한제분이 ESG경영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한제분의 ‘우회승계’와 ‘내부거래’ 등의 의혹 때문에 G(지배구조)부문의 저평가됐고, 그 영향이 전반적인 ESG경영 등급 평가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재계 한 관계자는 “ESG평가 중 가장 민감한 대목이 지배구조다. 아무리 친환경을 강조하고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더라도 ‘지배구조’에 있어 투명하지 못하다면 만사휴의”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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