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슈퍼 ‘갑질’ 논란…현장 누비는 신동빈 회장은 듣지 못한 파견직원 ‘곡소리’

롯데슈퍼 ‘갑질’ 논란…현장 누비는 신동빈 회장은 듣지 못한 파견직원 ‘곡소리’

  • 기자명 김다정
  • 입력 2020.08.0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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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갑질·협박 등 ‘종합선물세트’…검색어 자동완성에도 등장한 롯데슈퍼 갑질

직장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갑질’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된 일명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지난해 7월 16일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행동의 범위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애초 법안의 취지와는 다르게 직장 내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갑질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물며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 집단에서도 연이어 폭로가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유통 공룡’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롯데슈퍼에서 벌어진 도 넘은 갑질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갑질을 넘어 직장내 괴롭힘, 나아가 협박까지 말 그대로 ‘종합선물세트’ 격이다.

더욱이 롯데슈퍼는 이전에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갑질’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따라붙을 정도다.


이에 <더퍼블릭>은 계속된 고발에도 불구하고 개선되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롯데슈퍼의 도넘은 갑질 의혹에 대해 들여다봤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최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5월 일본에서 귀국한 후 주말마다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기업 실적 하락이라는 악재를 맞으면서 현장 경영을 통해 극복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을 시작으로 24일에는 롯데마트, 6월 4일에는 경기도 안성 롯데칠성음료와 스마트팩토리, 27일에는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7월 24일과 25일에는 롯데푸드 광주 공장, 여수 롯데케미칼 제1공장과 국동 롯데마트를 방문했다.


이달 1일에는 롯데슈퍼 프리미엄 공덕점을 찾아 식품코너와 외식매장 등을 둘러봤다. 이날 현장 방문에는 롯데 유통BU(사업부문)장인 강희태 부회장도 함께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신 회장의 행보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 계열사들에 대한 응원·격려와 함께 오너로써 직접 현장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객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유통업종 특성 상 현장 경영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들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공식 일정이 아닌 잠행 형식의 방문을 통해 계열사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신 회장은 지난달 진행된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직접 가서 보니 잘하는 것도 있지만 부족한 점도 보였다”며 “이처럼 어려운 상황일수록 본업의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서 터져 나오는 파견 직원 ‘곡소리’

그러나 코로나19 위기타파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신동빈 회장의 행보와는 달리 실제로 일선 현장에서는 잡음이 터져나온다.


신 회장은 현장이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취지로 현장 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곡소리는 듣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지난 5일자로 ‘롯데슈퍼 ‘슈퍼 갑질’…2년간 계속된 여사님들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롯데슈퍼에서 본사직원들이 파견된 직원들을 상대로 폭언·협박, 직장내 괴롭힘을 넘어 협박까지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파견 직원들은 농심·오뚜기·대상 등의 기업에서 롯데슈퍼로 파견돼 해당 기업들의 제품을 판매하고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시식 업무를 주로 맡아서 하면서 일명 ‘여사님’으로 불리다.


논란이 된 매장은 서울 홍제동 소재 롯데슈퍼 유진점이다. 롯데마트 유진점에서 9년째 근무했던 A는 해당 점포 점장에게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최대의 수치심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그린포스트코리아가 제보 받은 내용에 따르면 롯데슈퍼 유진점 점장과 점장이 데려온 대리 2명은 파견 직원들에게 폭언, 막말, 근무 중 동료사원들 앞에서 모욕을 주는 행위, 근무 및 휴무 스케줄 갑질 행위를 일삼았다.


A씨는 “점장이 부르면 휴식시간, 점심시간에도 밥 먹다가도 바로 가야한다”며 “한번은 이렇게 하는게 부당하다고 말하자, 본사 제품들을 다 빼버린다고 협박했다”고 증언했다.


그럼에도 A씨가 이들의 지시에 따랐던 것은 본사MD가 역풍을 맞아 오히려 보복당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가공식품 등을 진열해 두는 매대 설치는 동원, 농심, 오뚜기 등의 제품 담당자들이 직접 방문해 진행을 한다.


그러나 롯데슈퍼 유진점의 경우 모든 발주와 매대 설치뿐 아니라 제품 진열까지 여사님들과 점장이 직접 조율해서 진행했다. 그러면서 여사님들이 불만사항을 주장하면 다음날 해당 제품은 구석자리에 잡화들과 함께 진열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나는 파견된 직원으로, 롯데슈퍼 직원인 아님에도 그들의 말을 2년 내내 들었던 이유는 본사에서 온 동료들과 같은 MD들이 힘들까봐 참은 것”이라며 “내가 그렇게 부당하다고 했다가, 본사MD가 역풍을 맞아 오히려 보복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만둔 마당에 숨길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도 “소리지르는 건 기본이고 점심도 제때 못 먹었다”며 “점심 먹는 중에도 단체카톡에 ‘00담당자 오세요’라는 똑같은 내용의 카톡을 10번 넘게 보내는 등 신종 괴롭힘까지 당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점심 먹는 중이라고 하면 지금 점심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는 둥 소리를 질렀다”며 “휴무도 함부로 쓸 수 없었다. 지금 매출이 얼만데 휴무를 쓰고 싶은 대로 쓰냐고 했다”고 말했다.

“결혼 축의금 30만원 미리 줘라”…신종 괴롭힘

이들은 대리들의 괴롭힘 또한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슈퍼 유진점 직원들은 이를 ‘신종 괴롭힘’이라고 부른다는 후문이다.


대리들은 직원들을 따라다니면서 금품을 요구하고, “명절 선물 세트가 팔리지 않았다”며 직접 제품을 사라고 강요하는 등의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것이다.


피해자 C씨는 “명절에 선물 세트가 다 팔리지 않았다면서 직접 제품을 좀 사라고 했다”며 “어이없어서 장난치지 말라고 했는데 장난이 아니고 10만원치만 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나한테는 대리가 몇 달 뒤에 결혼하니까 돈이 없다”며 “30만원만 미리 달라고 하면서 한동안 계속 따라 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는 수산식품 대리가 나를 불렀다”며 “대화가 격양되자 그 대리는 주위에 있는 음료나 제품들을 발로 차며 ‘XX 나를 X같이 보는거지. 나를 아주 개 XX로 보니까 이딴 행동을 하는거야’라며 이성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롯데슈퍼 유진점의 갑질 사태는 ‘롯데슈퍼 갑질 욕설, 막말을 멈추게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몇 년을 지속적이게 욕설과 막말은 당한 직원들의 한이 담겨있다”며 “이건 공정거래법위반을 떠나 국가인권위원회도 나서야 하는 사건”이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사전동의 100명 이상이 돼 현재 관리자가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 롯데슈퍼 관계자는 <본지>에 “해당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사실 확인 중”이라며 “관련 입장은 이번 주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객에 협박 문자…“바로 앞 정육점 가면 우리 매장 평생 오지마”

롯데슈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롯데슈퍼는 영업손실 1038억원을 기록하며 롯데쇼핑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롯데쇼핑은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힘겨운 상황에서 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급기야 포털사이트에 롯데슈퍼를 검색하면 유진점, 갑질 등이 자동완성되는 수준이다.


롯데슈퍼는 유진점 갑질에 앞서 불과 두 달 전에도 도 넘은 갑질로 입방아에 오른 적이 있다. 심지어 당시 갑질 대상이 ‘고객’이라는 점에서 후폭풍이 거셌다.


롯데슈퍼의 한 지점장이 고객들에게 슈퍼 앞에 새로 문을 연 정육점을 갈 경우 앞으로 이 롯데슈퍼는 이용하지 못하게 할 거라는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지난 5월 말과 6월 초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롯데슈퍼 한 지점에서 보낸 메시지와 황당하다는 글이 수 건 올라왔다.


국내 한 지방 소재 롯데슈퍼는 전화번호가 등록된 고객들에게 “저희 마트 바로 앞에 정육점이 이번에 생겼는데 한번이라도 가신 분은 저희 마트 오시지 마시기 바랍니다(영원히 평생)”라며 “강력 대응입니다. 정말 아주 강력 대응이오니 이해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이어 “정 뭐하시면 저희 마트 바로 앞 정육점 말고 다른데에도 정육점이 많이 있잖습니까”라며 “왜? 하필 저희 마트 앞에 정육점 오픈했다고 가시는지요? 저가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라고 했다.


문자메시지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비난여론이 일었다. 누리꾼들은 “롯데슈퍼가 롯데했네” 등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일종의 영업방해죄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난이 거세지자 해당 지점장은 메시지 발송 이틀 뒤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경쟁 정육점이 마트 바로 앞에 오픈해 일시적인 감정과 실수로 보낸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공식 사과문을 발송했다.


이와 관련 롯데슈퍼를 운영하는 롯데쇼핑 측은 “문자를 발송한 해당 매장은 가맹점으로, 회사의 뜻이 아닌 가맹점주가 독단적으로 실행한 것”이라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가맹점이 롯데슈퍼의 이름을 달고 운영하는 만큼 이로 인해 롯데슈퍼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와 같은 일련의 갑질 사건들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이 ‘롯데’라는 이름에 가졌던 부정적 인식이 다시 재점화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더퍼블릭 / 김다정 92dda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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