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경영 참여에 경영구도 새 국면?...깨끗한나라, ‘내부거래·실적부진’에 오너 3세 리더십 시험대

최대주주 경영 참여에 경영구도 새 국면?...깨끗한나라, ‘내부거래·실적부진’에 오너 3세 리더십 시험대

  • 기자명 최태우
  • 입력 2022.07.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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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지 생산·유통기업 깨끗한나라가 수 년째 오너 3세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최병민 회장의 장녀인 최현수 사장이 기업을 이끌고 있지만, 최근 최 회장의 장남인 최정규 이사가 수년 전 최대주주로 오른 데 이어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되면서 경영 체제가 새 국면을 맞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최 이사의 이사회 입성을 두고 사실상 경영승계를 위한 준비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머지 않아 깨끗한나라의 경영구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깨끗한나라는 최근 수년간 실적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선 원자재값과 해상운임비가 급등하면서 수익성 개선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가기간산업이었던 제지업은 이미 성숙기로 접어든지 오래다. 제지업을 넘어 신 성장동력 모색이 시급한 상황에 놓인 상태다. 오너 3세들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만한 좋은 기회이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경영 승계와 멀어질 수도 있어 신중해야 된다.

과도한 내부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해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 가족회사인 주식회사 보노아, 케이앤이, 온프로젝트 등의 기업들은 모두 과도한 내부거래를 통해 키워온 회사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지만, 특혜성 거래 행위가 의심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 물망에 오를 수 있다.

경영 참여나선 최대주주 장남…사내이사 신규 선임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30일 재계에 따르면, 깨끗한나라는 고(故) 최화식 창업주가 1966년 설립한 회사로, 당시 ‘대한팔프’라는 사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최 창업주의 아들인 최 회장이 기업을 물려받았다.

현재는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장녀인 최 대표가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1979년생인 최 대표는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심리학과 순수미술을 전공했으며, 지난 2006년 깨끗한나라에 입사했다.

최 대표는 마케팅팀, 제품개발팀장, 경영기획실장, 생활용품사업부장, 경영기획담당 상무를 거쳐 2019년에 부사장, 2020년엔 대표이사로 승진해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회사 지분을 고려한다면, 최 대표의 경영권이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깨끗한나라의 개인 최대주주는 최 대표의 남동생이자 최 회장의 장남인 최정규 이사다.

깨끗한나라의 주식 지분은 40%가 특수관계자가 소유하고 있는데, 최 이사가 지분 16.12%를 보유하고 최 대표는 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다.

최 회장의 차녀인 최윤수씨도 7.7%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최 이사에 이어 자매가 각각 2대 주주로 올라있다. 최 회장과 최 회장의 부인이자 구자경 전 LG그룹 명예회장의 차녀인 구미정씨 역시 각각 3.46%, 4.96%를 보유하고 있다.
 

▲깨끗한나라 주식 지분 보유 현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 같은 지분구조가 형성된 이유는 장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LG가(家)의 ‘장자승계’ 전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깨끗한나라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채비율이 1500%에 달할 정도로 재무상황이 악화됐고, 최 회장은 처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구미정씨의 오빠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지분 70.75%를 넘겨 받았고, 이후 회사가 정상화되면서 최 회장 일가는 2014년에 다시 지분을 사들였다. 이 때문에 현재도 희성전자가 20.6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대학생 신분이었던 최 이사에게 지분이 몰리면서 단숨에 깨끗한나라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재계에서는 LG가의 전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최 이사의 경영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경영 승계 수업을 받는 오너 일가 인사들은 기획이나 전략, 재무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확한 직급이나 소속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본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 있는 조직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이사가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최 이사는 과거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지난 2020년 3월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입성했다. 당시 이사로서 업무를 보긴 했지만 실무를 담당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사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서 활동하게 됐다. 이에 재계에서는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겠다는 움직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된 데 더해 현업에 직접 뛰어든 만큼 당장은 아닐지라도 장기적으로 경영 일선 참여를 시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원자재값 급등에 제지업계 ‘한숨’…실적부진 돌파할 수 있을까

이처럼 오너 일가 3세의 경영권 승계 모습이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제지업계가 당면한 과제들을 해소하고 부진한 실적을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깨끗한나라는 지난 2016년 희성전자로부터 경영권을 되찾은 뒤 7060억원까지 상승했던 연간 매출이 ▲2017년 6599억원 ▲2018년 6263억원 ▲2019년 5941억원 ▲2020년 5915억원 등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도 5787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데 그치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업이익도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83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252억원, 29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2017, 2018연도 영업 손실 기록(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어 2019년 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갑작스레 흑자전환에 성공하더니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반사이익으로 5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영업이익이 130억원으로 감소하면서 불안정한 수익성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 흐름의 배경으로는 2017년 ‘생리대 파동’이 주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깨끗한나라가 제조·유통한 릴리안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고, 이를 기점으로 실적이 곤두박칠 쳤다.

당시 사측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 위해하지 않은 것으로 나오자, 소비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1심과 2심 모두 승소하면서 중대 리스크를 해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해당 문제를 지적했던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는 패소하면서 일부 논란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깨끗한나라는 릴리대 생리대 파문에서 벗어나 실추된 기업 이미지와 고객 신뢰, 실적 회복 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과거 국가 기간산업이었던 제지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실정이다.

올해 들어 종이 원자재 가격과 해상운임비 등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악재가 이어지는 데 더해 수출량도 줄어들고 있어 실적 보전 조차도 어려운 분위기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남부산 혼합활엽수펄프 가격은 톤당 940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톤당 925달러를 기록한 이후 650달러 선까지 하락했으나, 12월 655달러로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675달러 ▲2월 725달러 ▲3월 785달러 ▲4월 840달러로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제지업계는 생산량의 35% 이상을 수출했지만, 최근에는 20%선을 간신히 사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제지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제품 가격을 인상해 수익성 개선에 나섰지만, 펄프 가격이 6개월 이상 오르면서 가격 인상만으로 손실 비용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했다.

깨끗한나라, 가족회사 내부거래 의혹으로 ‘홍역’

이처럼 실적 회복이 절실한 깨끗한나라는 가족회사인 주식회사 보노아, 케이앤이, 온프로젝트 등과의 내부거래 의혹도 해소해야 한다.

먼저 2015년 8월에 설립된 온프로젝트는 최 회장의 차녀인 윤수씨가 대표로 있는 광고대행사로, 주로 깨끗한나라의 광고 업무를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깨끗한나라는 온프로젝트에 매년 수수료로 20억원가량의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7년 동안 총 127억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20억2388만원 ▲2016년 20억4849만원 ▲2017년 21억9437만원 ▲2018년 18억9291만원 ▲2019년 18억7267만원 ▲2020년 13억6915만원 ▲2021년 13억2198만원이다.

일례로, 온프로젝트는 2017년 매출은 53억원인데, 이 중 43.7%가 깨끗한나라를 통해 매출을 올린 셈이다.

지난 1992년 10월 설립된 용인시스템도 깨끗한나라로부터 적잖은 수수료를 챙겨왔다. 2019년 이후 휴업 상태로 전환했지만, 생산·물류·판매 분야 등의 인력파견 사업을 영위해왔으며, 매년 100억원을 웃도는 수수료를 챙겨왔다.
 

▲2017연도 깨끗한나라 특수관계자 거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특히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는 깨끗한나라로부터 챙긴 지급수수료가 각각 323억원, 335억원에 달했다.

1993년 4월 설립된 화장지 제조업체 나라손(계명물산 전신)도 유사한 형태다. 용인시스템이 1대주주로서 지분 72%를 보유했으며, 나머지 28%는 구미정씨가 소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나라손은 지난 2020년 177억원의 연간 매출 중 170억원을 깨끗한나라를 통해 올리면서 내부거래율이 96%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인 매출 의존도를 보였다.

이들 회사는 모두 과도한 내부거래를 통해 키워온 회사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시의무 대상 기업집단으로 사익편취 규제를 받게 된다.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일정 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이며,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비율이 연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다만 깨끗한나라의 경우 공시의무 대상 기업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법안이 적용되지 않지만, 정상거래가 대비 7% 이상 특혜성 거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별도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들의 사익 편취 만을 감시할 게 아니라 중견기업도 감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수많은 중견기업들이 이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법안 개정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더퍼블릭 / 최태우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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