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이미 생산 끝났는데 전국민 무료 접종?…“추가 공급 빨라도 내년 1월에야 가능”

‘독감백신’ 이미 생산 끝났는데 전국민 무료 접종?…“추가 공급 빨라도 내년 1월에야 가능”

  • 기자명 김다정
  • 입력 2020.09.1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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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다정 기자]제약업계·보건당국이 주도하는 독감백신 판에 정치가 끼어들면서 이상한 모양새로 흐르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는 ‘전국민 독감백신 무료 접종’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제약업계에서는 유통단계에서의 논의는 현실과 크게 동떨어졌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보건당국까지 야당이 제시한 독감 백신 무료 접종 확대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히면서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무의미한 논쟁만 오고간 모양새가 됐다.

최근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2차 재난지원금 중 통신비 2만원에 대해 반대하면서 전국민 독감백신 무료 접종 카드를 꺼냈다.

이에 민주당은 이미 3차 추경에서 독감 백신 대상자를 늘렸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반대했다. 그러다 최근 4차 추경안 처리를 앞두고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차원에서 무료 백신 방안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독감백신을 공급하는 제약사나 보건당국은 전국민 무료 독감백신 접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독감백신은 연초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올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독감 바이러스를 발표하면 3월께 생산에 착수한다. 이후 8월까지 생산을 마친 뒤 시판 전 마지막 품질을 확인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가출하승인을 거쳐 시중에 유통된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독감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되는 9월 이전에는 모든 생산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독감 백신 접종은 8일 이미 시작됐다. 생후 6개월~만 18세 청소년, 임신부 및 62세 이상 등 고위험군 1900만명이 무료 접종 대상이다. 국민의 37%이다.

올해 국내에 유통되는 독감 백신은 이미 생산이 끝나고 병·의원 공급과 유통 단계에 접어든 만큼 지금 상황에서는 전국민을 위한 물량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제조에서 품질 검증까지 6개월이 걸리는 유정란 방식보다 기간이 짧은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하더라도 최소 3~4개월은 필요하다.

지금 당장 생산하더라도 내년 1월이나 돼야 추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마저도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만 가능하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입장에서 보더라도 전국민 무료 접종은 제약사에 득이 될 것이 없다. 그만큼 기대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제약사들은 올해 무료접종대상 1900만명에 대한 공급가를 8790원에 낙찰한 상태다. 나머지 1100만명분 민간시장용 백신은 1만4000~1만5000원 선에서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5000원~6000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박능후 “독감 백신, 국민 60% 정도면 충분”

보건당국도 전국민 무료 접종에 대해 ‘난색’을 표하면서 사실상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17일 국회 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 세계적으로 국민 절반 이상에 독감을 맞춘 나라가 없다”며 “논쟁한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장관은 “수요를 감안해 (전국민의) 60%까지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했다”며 “60%에 접종할 물량을 확보하면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사실 저희가 과도하게 (독감 백신을) 비축한 상태”라며 “과도하게 준비해서 질책을 받더라도 모자라서 겪을 수 있는 사회적 불안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더 준비해 비난받겠다고 해서 확보한 것이 이 정도”라고 재차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늘 전체회의에서 독감 무료접종 확대를 비롯한 논의를 진행한다. 오늘 회의에서 독감 무료접종 확대안의 운명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사진제공=연합뉴스]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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