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목숨까지 위협하는 중고차 시장…‘전면개방’하자는 소비자 요구에 정부는 뒷짐만?

서민 목숨까지 위협하는 중고차 시장…‘전면개방’하자는 소비자 요구에 정부는 뒷짐만?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5.1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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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쇄적인 국내 중고차 시장 구조로 인해 불법적인 관행 거래 이어져
- 주무처인 중소벤처기업부 1년 넘도록 결론 내지 못해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중고차 강매 등의 불법행위로 최근 60대 A씨가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중고차 시장 개방으로 소비자의 선택권과 권리를 보호하는 등의 시장 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완성차 업계의 진출이 제한됐었다. 다만, 지난 2019년 2월 지정 기간이 만료됐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고, 중소벤처기업부의 결정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와 관련해서 1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판단 유보로 기존 중고차 업체들의 후진적이고 불법적인 관행이 지속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기존 업계만 중고차 매매업을 할 수 있는 폐쇄적인 중고차 시장 구조로 인해, 중고차 업체들은 허위 미끼 매물을 비롯해 침수차·사고차 매물, 주행거리 조작, 불투명한 가격산정 등을 일삼고 있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최근에는 중고차 업체의 불법행위로 한 사람이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태까지 발생했다.

지난 11일 충북지방경찰청은 허위 매물을 미끼로 중고차를 강매한 중고차 딜러 A씨(24) 등 4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일당은 온라인에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중고차 허위 매물을 올려놓고 이를 보고 구매하기 위해 찾아온 구매자를 속인 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차를 강매했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에 올린 매물을 보고 찾아온 구매자와 계약을 체결한 뒤 해당 차량에 급발진 등 하자가 있다며 계약 철회를 유도하는 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차량의 문제를 보여준 뒤 사람들이 계약 철회를 요구하면 약관을 이유로 출고비용 환불은 물론 대출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며 다른 차를 구입하라고 압박하고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살 것을 강요했다.

이들은 문신을 보여주며 위압감을 조성하며 돈이 없다고 하자 8시간 동안 차량에 감금하고 강제로 대출까지 받게 했다.

중고차 사기로 큰 충격을 받은 60대 A씨는 지난 2월 차를 산지 20여 일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중고차 매매 집단에 속아 자동차를 강매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중고차 대출 금융 사기도 사회적 문제 

이처럼 한 사람을 죽으로 내몬 중고차 업체의 허위 매물뿐만 아니라, 중고차 대출 금융사기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지난 11일 “중고차 대출 금융사기 피해는 금융사에 보상을 요구하기 어려우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중고차 매매시장의 불투명성과 자동차 담보대출의 취약성을 악용한 중고차 대출 금융사기가 지속 발생해 그 유형과 유의사항을 안내한 것이다.

주요 유형으로는 렌트카 사업의 수익금 또는 중고차 수출의 이익금을 제공하겠다며 명의 대여와 차량 인도를 요구하거나, 저리의 대환대출이나 취업 또는 현금융통이 가능하다며 중고차 대출계약을 요구하는 등이다.

금감원은 “중고차 대출 명의를 대여해달라는 제안은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며 “금융사와 중고차 대출 계약을 진행할 경우 본인 명의로 체결된 모든 대출계약의 원리금 상환의무는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고차 대출을 받으면 저리의 대환대출이 가능하다’는 광고는 반드시 차단하고, 현금융통을 제안하며 금융사와의 대출계약과 별도의 이면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거나, 금융사에 거짓 답변을 유도하는 경우에는 단호히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중고차 시장 완전 개방 촉구 목소리…온라인 서명 운동 10만 명 돌파

이와 같이 중고차 관련 사기가 만연하고 피해가 지속되자, 중고차 시장을 완전히 개방해야 한다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이 혼탁한 것은 기존 매매업계만 중고차 매매업을 할 수 있는 폐쇄적인 시장구조 때문이며, 중고차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여 소비자의 선택권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 정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등 6개 시민단체가 연합한 ‘교통연대’는 지난달 12일 “중고차 시장 개방 논의를 소비자 관점에서 풀어가고, 기존의 후진적인 중고차 시장의 거래 관행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중고차시장 전면 개방을 촉구하는 ‘범시민 온라인 서명 운동’을 개시했다.

온라인 서명 운동은 시작한지 28일 만인 지난 9일, 참여자 수가 1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참여자들은 서명 운동 참여와 함께 기존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만과 실제 피해 사례를 함께 남겼다.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한 달도 안 돼 10만 명이 넘는 소비자가 참여한 것은 중고차 시장의 변화를 바라는 불만의 표출”이라며 “중고차 시장의 혼란과 소비자 피해 방지 차원에서 정부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 포함하는 건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바 있고 중고차 시장의 개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계속 결정을 미루고 있다.

중고차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지속되는 만큼, 하루 빨리 중고차 시장의 완전 개방을 통해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편익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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