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악화·北도발에 文대통령, 광복절 메시지 고심

한일 관계 악화·北도발에 文대통령, 광복절 메시지 고심

  • 기자명 조성준
  • 입력 2019.08.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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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악화·北도발에 文대통령, 광복절 메시지 고심
 
▲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경축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더퍼블릭]조성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5일 발표할 광복절 경축사의 메시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다 북한이 연일 미사일 발사로 남북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어 대일·대북 메시지의 방향과 수위 등을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11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번 주말 광복절 경축사 초안을 놓고 참모진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방향을 잡아나가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어서 문 대통령이 어떤 대일 메시지를 내놓게 될 지에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이 지난 7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법안을 공포하면서 수출 규제 강행 움직임을 이어간 만큼 문 대통령도 이번 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이 지난 8일 수출규제를 강화한 3개 품목 중 1건의 한국 수출을 허가하는 등 강대강 충돌을 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청와대는 대일 메시지의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일본에 수출 규제 중단을 촉구하면서 양국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 규제를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언급했고, 우리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서로 돕지 않으면 안 되는 관계인 만큼 대일 메시지는 그런 흐름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광복절 전까지 일본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청와대가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양국간대치전의 성격을 '전략·반복 게임'으로 규정하고 일본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 조치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을 경제학의 게임 이론에 비유하면 전략 게임이자 반복 게임"이라며 "한 가지의 전략을 끝까지 밀고 가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서 내 전략을 변경하는 것이다. 그것을 한 번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종전기념일인 오는 15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결정할 경우 국내 반일 여론이 고조되면서 문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도 더 강경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로 남북 관계 경색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청와대의 고심을 크게 하고 있는 부분이다.
당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 관련 메시지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17일 동안 5차례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발사체를 발사하면서 문 대통령이 남북간 긴장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대북 메지시에도 적지 않은 비중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이후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도 남북 대화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북한은 이날 권정근 외무성 국장 명의의 담화에서 "미국 대통령까지 우리의 상용무기개발시험을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아주 작은 미사일 시험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주권국가로서의 우리의 자위권을 인정했는데, 도대체 남조선 당국이 뭐길래 우리의 자위적 무력건설사업에 대해 군사적 긴장 격화니, 중단 촉구니 하며 횡설수설하고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또 "앞으로 대화에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 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미 연합훈련의 책임을 우리 측에 돌리면서 '통미봉남(通美封南)' 행보를 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미연합훈련이 11일부터 열흘간 진행되기 때문에 광복절 전까지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는 전날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에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관계 장관들은 이번 북한의 발사가 11일부터 실시할 예정인 한미연합지휘소훈련에 대응한 무력시위로서 자체 개발한 신형 단거리 발사체의 성능 확인 목적도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이 군사적 움직임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어떤 제안을 하게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대일·대북 메시지의 수위와 비중을 결정하는 아주 초기단계여서 의미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며 "논의를 거치다 보면 메시지의 내용과 비중이 다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며칠 남은 동안 일본과 북한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알 수 없어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며 "또 우리 국민들이나 국제 사회의 여론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조성준 jsj@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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