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국 칼럼]‘정인이 사건’, 아동학대 방지 시스템 절실…“태어난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조병국 더퍼블릭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1-01-04 1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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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조병국 더퍼블릭 논설위원] 이번에도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 고작 16개월밖에 되지 않은 영아가 양부모에게 학대받아 췌장이 절단되고 소장, 대장이 손상되어 죽었다. 그동안 주변에서 세 번이나 경찰에 신고했으나 모두 무혐의 처리되었다.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는데 막지 못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4만 1389건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고, 2019년 한 해 동안 아동학대로 사망에 이른 아동은 무려 42명이다.

아동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79.5%)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학대행위자 역시 부모(75.6%)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사망 아동 42명 중 0~1세의 신생아 및 영아의 비중은 45.2%로 과반수에 육박했다.

이번 정인이 사건을 막지 못한 핵심은 주변에서 세 차례나 신고를 했음에도 아이를 가해자인 양부모에게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정인이 뿐만 아니다. 불과 몇 달 전에 계모에 의해 여행트렁크에 갇혀 죽은 아이도 있었다. 목숨을 걸고 배수관과 옥상을 통해 탈출해 주변의 신고로 겨우 목숨을 구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매번 공분과 애도 외에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 정비는 계속 지지부진했다.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제도적, 사회적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2019년 ‘아동학대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아동학대 의심사건 초동수사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주로 담당하게 되었지만, 작년 11월 기준 전담공무원은 목표치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공무 조직의 특성상 순환보직을 하기에 해당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 확보가 어렵다. 관련 전문직 인력의 확충이 절실히 요구되는 바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위해 ‘경찰-공무원-사회복지기관’의 협력 역시 밀접해야 한다. 그동안 신고가 들어와도 관련 법이 미흡하여 경찰의 초동 대처가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정인이 사망이 논란이 되자 뒤늦게 보건복지부에서는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아동을 선제적으로 분리해 보호할 수 있도록 ‘즉각 분리제도’를 도입한다고 청와대 청원 답변을 통해 밝혔다.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이 출동하여 피해자를 즉각 가해자로부터 분리하고, 이를 행정적으로 뒷받침해줄 공무원과 피해자에게 쉼터를 제공할 사회복지기관의 연대가 공고해야 피해 아동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아동학대 처벌 역시 강화해야 한다. 미국 뉴멕시코주에서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경우 1급 살인으로 간주하여 3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프랑스에서는 아동의 직계존속이나 친권자가 폭력을 이용하여 15세 미만 아동을 의도와 상관없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 30년에서 최대 무기징역에 처한다. 영국에서는 신체적 폭력이 없더라도 방임과 폭언 등으로 아이에게 정신적 학대를 가한 경우 역시 최고 10여년의 징역을 선고한다.

금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최고위원은 아동학대에 대해 처벌 형량을 2배 강화하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필자도 형량을 강화하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형량 강화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입장이 아닌, 피해아동의 시각에서 양형을 결정하는 것이다.

현행 아동학대치사죄도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주양육자들의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고려되다 보니 심신미약 등이 인정되기 부지기수이고 학대행위조차 훈육의 일환으로 포장되기 다반사이다.

또한, 피해아동에게 조부모 등 가해자의 지인들이 탄원서 제출을 강요하는 경우가 잦고, 피해아동의 경우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 이렇게 반강제로 제출한 탄원서가 형량을 낮추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아동학대로 구속 기소된 이들 10명 중 1명만이 실형을 선고받는다는 사실은 그동안의 양형이 피해아동의 기준에서 선고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처벌 강화와 함께 피해자인 아동의 입장과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지켜봐 왔던 이들의 목소리가 양형의 최우선 기준이 되어야 제대로 된 처벌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어제 부로 대한민국은 공식적인 인구감소국가가 되었다.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더 적다는 말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를 안전하게 키우고 지킬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국민청원에 한 청원인이 적은 것처럼 태어난 아이들도 지키지 못하는 나라에서 출산율을 언급할 자격이 있을지 부끄러울 따름이다. 더 이상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반성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더퍼블릭 / 조병국 더퍼블릭 논설위원 webmaster@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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