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피살 공무원 동료들 “월북 가능성 전혀 없다”는데…해경, 진술 숨기고 ‘월북 ’ 주장

北피살 공무원 동료들 “월북 가능성 전혀 없다”는데…해경, 진술 숨기고 ‘월북 ’ 주장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0.10.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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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피격 사망' 공무원 수색하는 헬기와 함정

[더퍼블릭=김영일 기자]북한군에게 살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씨의 동료 선원들은 ‘그의 월북 가능성이 없다’고 입을 모아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이씨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갑판 위 슬리퍼에 대해서도 이씨 소유라고 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경은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24일 ‘자진 월북’ 가능성을 언급했고, 29일 같은 결론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월북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지난 9일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입수한 ‘무궁화 10호 선원 13명의 진술조서 요약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3~24일 이틀 동안 해경 조사를 받은 동료 선원들은 이씨의 월북 가능성이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A선원은 이씨의 월북 가능성에 대해 “조류도 강하고 당시 밀물로 동쪽으로 흘러가는데 부유물과 구명동의를 입고 북쪽으로 헤엄쳐 갈 수가 없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B선원은 “이씨가 평소 북한에 대해 말한 적도 없고 월북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해경은 이씨의 월북 정황 증거로 슬리퍼가 가지런하게 밧줄 밑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해경은 국감에서 슬리퍼에 대해 “직원 대부분이 이씨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씨 실종 당일 함께 당직 근무를 했던 항해사 C씨는 조서에서 이씨 복장에 대해 “해수부 로고가 새겨진 파란색 상의와 검은색 바지, 운동화를 신고 있었던 것 같다”며 “(갑판 위) 슬리퍼가 이씨의 것인지 잘 몰랐다”고 말했다.

결국 해경은 동료 선원들로부터 “월북 가능성 없다”는 일치된 진술을 확보하고도 15일 이상 은폐하며 ‘월북’으로 몰아간 것으로 8일 확인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동료 선원들은 이씨가 자진 월북보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가정과 채무 등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이양수 의원은 “동료 선원들이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해경이 이씨를 자진 월북자로 몰아간 것은 정치적 의도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정부의 수사와 발표 자체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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