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감 고조…돌파구 찾기 나선 文

北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감 고조…돌파구 찾기 나선 文

  • 기자명 조성준
  • 입력 2019.08.0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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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조성준 기자=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여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남측을 향한 경고'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 중재를 위한 당장의 뾰족한 방법이 없는 가운데 북한의 군사행동을 멈추게 할 카드마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판 자체를 깨지 않으면서도 우리 군의 미사일방어체계의 허점을 정확히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강경 대응을 할 수도, 가만히 있을 수만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놓인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31일 오전 5시6분과 5시27분께 강원도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두 차례 걸쳐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2발 모두 고도 30㎞를 보였고, 250여㎞를 날아간 것으로 합참은 추정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지난달 25일 발사한 신형 전술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나토명 'KN-23')과 같은 종류의 미사일로 평가하고 있다. 6일 전 발사에 성공한 이른바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저각 발사를 통해 사거리를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이동식발사차량(TEL)을 이용하는 특성 때문에 사전 탐지를 통한 요격이 어려운 특징이 있다. 사전 탐지(킬체인)-요격(KAMD)-응징보복(KMPR)을 골자로 하는 '한국형 3축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위협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5월9일과 7월25일 발사 당시 고도를 50㎞로 일정하게 통일시켰다가 이날 30㎞로 낮춘 것도 우리 군이 보유한 저고도방어체계인 PAC-2(패트리엇)의 요격 고도(40㎞)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최대 사거리가 600㎞에 달한다는 점은 북한 어느 곳에서든 남한 전역을 타격권으로 둘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위협으로 평가된다. 기존의 노동-스커드-화성 등 사거리별로 주요 미사일 벨트를 구축한 것과 달리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날 시험발사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이 됐다.


우리 군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하고 있는 스텔스 전투기 F-35A는 미사일 발사 징후의 사전 탐지를 전제로 북한의 방공망을 피해 정밀 타격하는 용도(KMPR)지만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발사 때는 제 효용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6일 "위력시위 사격이 목적한 대로 겨냥한 일부 세력들에게는 해당한 불안과 고민을 충분히 심어주었을 것"이라고 한 것도 우리 군이 떠안게 된 방어체계의 근본적인 고민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달 31일 "오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3축 체계를 다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며 "특히 F-35A와 '킬체인'까지도 무력화시키며 언제 어디서든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어 우리 군으로서는 상당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메시지와 관련해선 "미국이 한 차례 북한에 사실상의 면죄부를 줬다는 점에서 대남 메시지 측면이 강하다고 봐야 한다"면서 "우리의 전투기 도입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강행을 명분 삼아 작년에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못했던 북한 내부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그를 통해 남측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미사일 발사를 통해 북한 내 누적된 불만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동시에 남측을 압박하기 위한 다목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동시에 미국을 향해서는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함께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탄도미사일 발사의 근본적인 명분을 남측의 전투기 도입과 한미연합훈련에 두고 있는 이상 우리 정부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놓인 측면이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하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사거리를 중심으로 위협의 수준을 평가해 왔다.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판을 깨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5월9일 발사(사거리 420㎞) 때까지만 해도 '탄도미사일'로 규정하지 않다가 7월25일 발사(사거리 600㎞)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즉각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그동안 청와대는 사거리를 분석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왔는데 오늘 발사는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사거리 한 가지만 가지고 모든 것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명으로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난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딱히 북한을 움직일 만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미사일 발사 현장 지도 당시 "남조선 당국자들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 공격형 무기반입과 합동 군사연습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문 대통령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를 트럼프 대통령이 사거리가 짧다는 이유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대화의 시도로 보고 대화 모멘텀을 전략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고민됐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not at all)"고 말했다. 또 "그것은 단거리 미사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미사일을 갖고 있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하노이 충격'에서 벗어나 새로운 협상을 위한 체제를 완전히 갖췄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면서 "게다가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의 완성은 대화할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관계를 견인한다는 평소 문 대통령의 '두 바퀴 평화론'에 입각하더라도 최근 높아지고 있는 군사적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선 문 대통령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9·19 평양 공동선언을 도출한 것을 계기로 10월 유럽 5개국 순방 이후 본격 추진했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다시 추진하는 것만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4·11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당시 한 차례 거절당했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카드를 다시 꺼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실제로 3월까지 유엔 제재 틀 내에서 금강산·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던 청와대는 4월 한미정상회담 이후로 관련 언급을 한 차례도 하지 않고 있다.


4·11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 허용 대신 식량 등 대북 인도적 지원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거절하며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 형국이다. 이럴 때 일수록 문 대통령에게 북미 간 중재할 수 있는 재량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조야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적성국분석국장은 지난달 26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미 중재자로서 힘을 실어주고, 북미가 차근차근 상응조처를 주고받는 게 현실적 해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엽 교수는 "지금은 미국을 극복하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지금 문 대통령이 처한 상황에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카드 외에는 국면을 타개할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NSC 상임위가 이날 회의 후 "역사적인 6·30 판문점 남북미 3자 정상 회동 이후 조성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 재개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데에서 현실적 어려움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더퍼블릭 / 조성준 jsj@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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