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 교수의 역사대학] 신역사학 강좌, 냉정의 역사학과 열정의 문학 만남과 아우름 - 3부

[윤명철 교수의 역사대학] 신역사학 강좌, 냉정의 역사학과 열정의 문학 만남과 아우름 - 3부

  • 기자명 윤명철 동국대 명예교수
  • 입력 2022.02.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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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학은 의미와 목적, 소재, 표현 공간, 인식과 체험, 주제의 문제 등이 만나 상호보완 한다!

▲ [윤명철 교수의 역사대학] 신역사학 강좌, 냉정의 역사학과 열정의 문학 만남과 아우름 - 3부

(22년 2월 23일자) (출처-유튜브)

[더퍼블릭 = 윤명철 동국대 명예교수] 윤명철 동국대학교 명예교수가 유튜브 ‘역사대학’에서 「냉정의 역사학과 열정의 문학 만남과 아우름」의 제목으로 사료와 객관의 도그마(역사학), 상상과 주관의 도그마(문학)에 대한 신역사학 강좌 3부를 업데이트 하였다.


[윤명철 교수의 역사대학 2022년 2월 23일자 주요 내용]


문학과 역사의 만남, 헤어짐, 아우름

역사학과 문학은 초기에는 표현양식, 소재나 주제 등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데 차이와 구분이 희미했다. 영역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의 삶과 본성을 이해하고, 특히 현대 인류가 당면한 본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두 장르는 ‘만남’을 통해서 상호보완할 필요성이 크다.

인간에게 표현은 절박한 생존의 문제였다. 자연물, 자연현상, 맹수 등 ‘대상체(對象體)’ 와 ‘나(主體)’를 표현하지 않으면 적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표현은 최초의 단계에는 즉자적, 즉 ‘몸짓(gesture)’이었으며, 이어 단순한 ‘신호(sign)’수준인 소리를 지르고, ‘말(telling)’을 했으며, 동시에 ‘부호(mark)’를 사용해 그림, 흙인형, 조각들을 만들었다.

이어 ‘언어(language)’를 이용해 ‘문장(sentence)’을 구성하면서 ‘이야기(story)’를 했고, 다양한 ‘기호(code)’와 ‘상징(symbol’)을 조합하고 활용해서 ‘문학(literature)’의 시원인 ‘설화(folktale)’ ‘ 전설(legend)’들이 나타났다. 비로서 예술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더 긴 세월이 흐른 다음에 ‘글자(letter)’가 나타났고, 이제 인간은 기억하고, 반성하며, 자신들의 삶을 개선하면서 ‘재생(recycle)’하는 능력을 갖게 됐다. 비로서 진정한 의미의 ‘역사(history)’를 갖게 된 것이다. 뒤따라서 발생한 고대 문명과 함께 복잡하고 논리적이고, 조직적인 표현인 ‘역사학(history)’이 등장했다.

이 단계에는 동일한 사람이 역사학자이면서 동시에 문학인인 시대였으며, 근대까지도 이러한 모습은 대체로 유지되고 있었다. 심지어는 조선 시대의 선비들은 문학이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인간의 격을 높이는데 더 쓸모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역사가 발전함에 따라 자연의 대상물들이 많아졌고, 공간적으로 활동범주는 확대되었다. 새로운 인간들과 문화를 만나면서 사회의 현상들도 복잡해졌다. 인간의 경험들도 질적, 양적으로 매우 다양해졌으며, 그에 따라 인간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표현하는 양식도 다양화되고 일반화되었다. 따라서 사회는 분화되고, 소사회는 차별화된 특성과 고유의 양식을 지니게 되었다. 이제 역사와 문학은 분화되어 자기역할을 찾아가면서 독립된 길을 걸었다.

역사와 문학은 ‘인간의 이해’와 사람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추구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현대문명은 인간을 한시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미래에 대한 의미도 상실하고, 단절되었다는 인식 속에서 기계적인 삶, 유한의 삶을 살아가게 만든다. 인간은 설 ‘자리(삶을 위한 자리, 헤겔)’도 마땅치 않고, 존재의 원근거를 상실한 채 방황하고 있다. 예측하지 못했던 현상들 속에서 마치 넋이 나간 듯 행동한다. 특히 한국은 근대문명이라는 검증이나 여과과정, 유예기간이 없이 타율적으로 신속하게 현대문명 속으로 편입됐다.

인간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모든 학문에게 주어진 절박한 과제이고, 특히 역사와 철학, 문학이 받아서 풀어야 할 숙제이다. 그럼 역사와 문학은 어떻게 만나 어떤 방식으로 상호보완해야 할까?

의미와 목적의 문제이다.

역사학은 삶의 다양성과 숭고성을 이해하고, 의미와 지향성을 추구하게 지극한다. 사람들이 인류의 탄생, 과정, 실수와 업적 등 존재의 원근거에 깊은 관심을 갖게 한다. 문학도 그러한 측면이 있지만, 개인의 문제에 더 상세한 관심을 갖고,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는 방식에 주력한다. 특히 인간에 대한 애정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다.

소재의 문제이다.

문학 속의 서사시나 역사소설 등은 대부분은 역사 속이 아닌 당대의 사람들이 직접, 간접으로 경험한 과거를 소재로 삼는다. 만약에 역사의 시간성을 인정하고, 부분적인 차용과 공조가 이루어진다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금 더 객관적이 묘사가 가능하고,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반면에 문학은 시간이란 측면에서 동시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 인간의 미세한 정서와 행동까지도 이해하는 능력, 현재적 삶에 대한 진한 애정 등을 바탕으로 과거 인간을 묘사하는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역사는 문학의 장점을 수용하여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과거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조명할수 있다.

표현 공간의 문제이다.

문학은 기본적으로는 개인의 작업이므로 인식이나 실제 활동범주가 주변이나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한국의 현대문학은 분단현실로 인하여 공간적인 제약이 한층 심했다. 하지만 역사는 시간은 기본이고, 시간과 짝을 이룬 공간의 제약마저도 비교적 자유롭게 뛰어넘고 있다. 지역이나 국가, 민족을 훌쩍 뛰어넘고, 현재와는 다른 활동영역을 무수히 넘나들 수 있다. 역사의 이러한 공간성을 수용하면 문학의 소재와 주제가 될 부분은 너무나 많고 다양하다. 이러한 이동은 문학이 가진 또 하나의 한계인 일상성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인식과 체험의 문제이다.

문학은 창작자가 직접, 간접의 체험을 소재로 삼고, 표현하는 틀을 크게 벗어나기 힘들다. 때로는 현실의 참여라는 미명을 내세우고 일상성에 매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때로는 일상적인 삶을 희생시키는 위험을 감수하고, 특별한 삶을 원하기도 한다. 의미가 크고, 행동반경도 거대하며, 치열하고 극적인 일을 경험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문학은 인식과 체험의 부족으로 그러한 상황의 구체적인 상태도 묘사하기가 힘들다. 반면에 역사는 문학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데 의미있는 도움을 준다. 역사에 남겨지고 전승된 대부분의 사건은 특수한 것이며,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고 의미가 있는 사건들이다.

주제의 문제이다.

역사학은 해석의 역할과 중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고증’에 집착하여 건조하고 무의미한 면도 보인다. 반면에 문학은 작가의 통찰력이나 영감 등이 비교적 자유롭게 작용하며, 인간의 내면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들을 진지하고 솔직하게 다루고 있다. 역사처럼 거창한 전체는 아니지만 구체적인 인간들의 일상적인 삶을 이해하고, 신원을 복원해 낼 수 있다. 그리고 역사가 표현해 내지 못하는 부분들, 예를 들면 신(God)에의 회귀, 초월적인 세계지향 등을 추구하고 표현한다. 따라서 역사는 문학의 인식과 손끝을 빌어야 보다 생생한 역사 속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문학과 역사는 존재의 원근거를 찾고, 회향하는 행위이며,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작업이다. 하나로 출발했던 문학과 역사를 근대문명은 갈라놓았다. 이제 인간을 놓고 문학과 역사가 다시 만나야 할 때다. 때때로 만나서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고,힘을 보태 가면서 무너져 가는 인간을 구원해야 한다.

[해설 관련 서적]


(참고저서) 윤명철 저서, 역사는 진보하는가(1992), 윤명철 해양논문선집 8권 중 6권 역사활동과 사관의 이해(2012) 등

(참고평론) 운명철 저서, 문학과 역사의 만남과 헤어짐. 아우름(1998년) / 역사학의 동반자로서 문학의 의미(2008년) 등
 


윤명철 교수 / ymc04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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