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에 디스커버리, 옵티머스 사태에 2년 전 한화투자증권 '책임론 솔솔'

라임에 디스커버리, 옵티머스 사태에 2년 전 한화투자증권 '책임론 솔솔'

  • 기자명 김수영
  • 입력 2020.06.1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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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중개자, 책임 없다”

 

▲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김수영 기자] 지난해 터진 라임 사태에 이어 해외 및 국내 대체투자 부문 펀드에 대한 운용사들의 환매 중단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화투자증권의 사례가 재조명받고 있다.

증권사 직원 개인의 일탈 의혹이 담겨있다는 점 등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불완전판매 의혹과 현지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라임자산운용을 포함해 최근 불거진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이른바 ‘중국기업 어음부도 사건’과 관련한 공판기일이 열렸다. 지난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이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에 국내 증권사들 간 수백억원대의 기망행위가 있었다는 검찰 기소에 따른 두 번째 공판기일이었다.

피해자 채권단 대표인 현대차증권 변호인은 “(한화증권 등이) CERCG의 ABCP발행에 주관회사로서 실사의무를 위반했고, 중국 외환당국(SAFE) 등록 사항 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판매사 측은 줄곧 “단순 중개역할만 해왔을 뿐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판매사(증권사 등)들은 투자처를 발굴하면 운용사와 함께 실사를 진행하지만 책임은 운용사의 몫으로 귀속된다. 실제 투자자에게 상품을 소개·설명하고 판매하는 업체와 책임을 지는 업체가 다르다는 뜻이다.

제도가 이렇다보니 판매사들은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판매사 측에도 해외 실사나 판매자산에 대한 책임소재가 인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중국 기업 어음부도 사건…피해액만 1천600억원

사건은 2018년 5월 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화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은 특수목적회사(SPC·‘금정제십이차’)를 설립해 현대차증권, BNK투자증권, KB증권 등 국내 6개 증권사에 CERCG의 역외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이 발행한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ABCP 1억5천만달러(1천6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문제는 CERCG의 역외 자회사인 CERCG오버시즈캐피탈이 발행한 3억5천만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채권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발생했다. CERCG본사의 지급보증이 되지 않은 게 원인이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중국 당국의 금융통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은 자본유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중국에서 해외로 자본 유출이 있을 경우 SAFE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해외 기업에 발행한 어음을 자산화 할 경우 중국 자본이 한국으로 유출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SAFE에는 CERCG본사의 지급보증을 허락한 이력이 없었다.

같은 구조로 CERCG캐피탈 회사채를 기초로 한화증권이 발행한 ABCP도 자연스레 부도 위기에 몰렸고, 2018년 11월 9일 어음은 만기를 맞았지만 원리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그 결과 현대차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KB증권(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등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됐다.

◆ CERCG 어음은 ‘투기등급’…직원은 수억원 수수 정황

한화·이베스트증권이 설립한 SPC가 CERCG측 ABCP를 발행할 당시 A등급을 부여했던 나이스신용평가는 불과 20여일 뒤 C등급으로 전격 변경한 바 있다. 서울신용평가 역시 해당 채권 등급을 기존 A2에서 C로 대폭 내렸다. C등급 이하는 소위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위험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당초 신평사들은 CERCG를 중국의 지방 공기업으로 분류했지만, CERCG는 중국국유자산관리위원회(SASAC)에 등록되지 않은 민간기업이었다. 첫 번째 과대평가 요소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CERCG오버시즈캐피탈이 부도낸 3억5천만달러의 회사채도 한몫했다. CERCG캐피탈의 회사채를 기반으로 한화·이베스트 측이 발행한 ABCP도 교차부도(cross default)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시 경찰 수사 결과 이베스트증권 실무 담당직원 A씨가 CERCG로부터 가족계좌로 3억~5억여원의 돈을 받아 한화증권 실무직원인 B씨와 나눠가진 정황이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이 CERCG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대가로 CP를 판매한 증권사들에 중국 SAFE 승인과 관련한 정보를 고의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직원들은 “돈을 받지도 않았고, 판매 과정에서 SAFE 승인 관련 규정도 설명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중국에서 자본유출이 있을 경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은 세일즈메모에도 안 들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통상 CP 등을 중개할 때 신용평가서와 세일즈메모가 실무자들 사이에 핵심적인 투자판단의 기준이 된다. 한화증권과 이베스트증권 측의 불완전판매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 피해액은 고스란히 중국으로

이 사태로 인한 피해자는 금융사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화·이베스트증권으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ABCP를 사들인 KTB자산운용은 이를 다시 개인투자자들에게 팔았는데, KTB측이 판매한 펀드에는 총 2천억원가량이 설정됐다. 금융사를 믿고 해당 펀드에 돈을 넣은 일반투자자들은 망연자실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증권 발 1천600억이 환전 후 CERCG측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출처를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정당국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달러로 환전돼 CERCG측으로 갔을 것이라 본다. 한화·이베스트는 수수료 수익이라도 남겼는데 우리는 정말 남 좋은 일만 해준 셈”이라 말했다.

더퍼블릭 / 김수영 기자 newspublic@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수영 newspublic@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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