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지구온난화 위기' 한국전력의 고탄소 직행 포트폴리오은 무슨 자신감 인가?

김수영 기자 / 기사승인 : 2020-10-14 12: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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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계획 절반이 석탄사업'...'한전은 온실가스 제조시설 투자'
▲ (사진=그린피스 홈페이지 캡처)


[더퍼블릭=김수영 기자] 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이 수십년 전부터 세계 기후위기를 경고할 때 개발에 몰두하던 정·재계 관계자들은 이를 ‘FAKE NEWS(가짜뉴스)’라며 애써 일축했습니다. ‘그 덕’에 오늘날 전 세계가 급격한 기후변화 속에서 신음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위기는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우려가 여전히 들려옵니다.

국제연합(UN) 산하 국제기후변화협의체인 IPCC는 ‘1.5℃의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of 1.5℃) 특별보고서에서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기온이 1℃가량 상승했고, 이 추세대로라면 2030~2052년 사이 1.5℃ 까지 상승할 것이라 보고했습니다.

IPCC에 따르면 지구의 기온이 단 1.6℃ 상승해도 생물종의 18%가 멸종위기에 놓인다고 합니다. 생물개체 수의 18%가 위기에 처하는 것이 아니라 깡그리 없어져 씨가 마를 위기에 놓이는 종(種)이 18%라는 의미입니다. 결과적으로 사라지는 개체 수는 사라지는 종(種)의 수를 한참 넘어서게 됩니다. 이에 따라 IPCC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선에서 그치게 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30년까지 45% 감축(2010년 대비)하고, 2050년까지 탄소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경고도 덧붙였습니다.


▲ 사라지는 북극의 빙하. (사진=AP, 연합뉴스)

최근 세계 기후는 유난스러웠습니다. 한국은 몇 년간 마른장마와 온난한 겨울이 지속되더니 올해는 두 달가량 장마가 이어졌습니다. 중국도 두 달 넘게 폭우가 쏟아지며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진 양쯔강의 산샤댐 붕괴설까지 불거졌고,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는 단 하루 만에 기상정보가 폭염에서 폭설로 바뀌는 대이변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전 국토가 북극권에 속하는 그린란드는 우주에서도 90%가량이 하얗게 보일 만큼 혹한의 땅이지만 지난해에만 5천억톤 이상의 빙하가 녹아내렸습니다. 분당 약 100만톤의 빙하가 사라진 셈입니다. 기온과 함께 습도가 높아지자 모기떼도 극성입니다. 영구동토층(툰드라)으로 분류되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한겨울 남극에 버금가는 강추위가 일상인 지역에서도 한철 얇은 셔츠는 이제 필수가 됐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원인 상당부분이 석탄화력발전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한창입니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죠. 한국은 ‘온실가스’를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CO2(이산화탄소), CH4(메탄), N2O(아산화질소), HFCs(수소불화탄소), PFCs(과불화탄소), SF6(육불화황)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CO2eq·이산화탄소 상당량)은 7억900만톤으로 1990년(2억9천200만톤) 대비 142.7% 늘었는데, 이 배출량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분야가 바로 에너지 분야로 국가 총 배출량의 86.8%를 차지합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석탄화력발전에서 대용량 설비가 신규 설치돼 석탄배출량이 1천200만톤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습니다. 석탄화력발전과 온실가스 배출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국제사회는 기후협약 맺으며 감축 노력 중

일찍이 유엔 산하 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교토의정서, 파리기후변화협약 등을 채택했지만 이미 개발이 이뤄진 선진개발국과 한창 개발을 진행하려는 개발도상국 간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교토의정서는 일부 선진개발국만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설정했던 반면, 파리협약은 협약국 전체에 감축목표를 설정한 까닭입니다. 때문에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파리협약에 대해 “선진국이 개도국의 경제개발을 막아선 안 된다”며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국제사회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하나 둘 역행하는 기업·국가가 나오기 시작하면 노력 상당 부분이 희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될 파리협약은 195개국 전체를 감축 대상으로 분류하는 만큼 한국정부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상황입니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그린뉴딜이 이러한 예에 포함됩니다.

한전, 무슨 자신감?

사실 지금까지의 긴 이야기는 어느 한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기후위기는 날로 심각해지고, 내년부터는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시작하고, 정부도 이에 발맞춰 움직이는데 나 홀로 역행하는 기업이 있거든요. 심지어 국가 기간산업을 맡고 있는 공기업입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5일 베트남 정부가 2조5천억원 규모의 비용을 들여 설립을 추진 중인 붕앙2호기 석탄발전소(설비용량 1,200MW)에 2천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6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소(총 사업비 4조500억원·설비용량 2,000MW)에도 62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한전이 계획 중인 해외투자사업 8건 중 4건이 석탄사업입니다. 국제사회가 정부가 탄소절감을 위해 나서고 있는 와중에 국내 대표 공기업인 한전은 ‘온실가스제조기’ 설립을 부추기는 꼴입니다. 

 

▲ 환경단체 '기후위기비상행동' 관계자들이 18일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앞에서 해외 석탄투자 중단 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9.18 (사진=연합뉴스)

‘수익성이 있으면 투자한다’는 명제는 시장논리 상으로 매우 합리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 온실가스 제조사업은 수익성마저 뚜렷하지 않아 보입니다.

당초 붕앙2호기는 홍콩 중화전력공사(CLP)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 일본 미쓰비시, 츄고쿠전력 등이 참여하던 사업이었지만, 지난해 12월 CLP가 투자를 철회한 데 이어 GE도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싱가포르 DBS, OCBC은행 등 글로벌 투자자들마저 발을 뺐습니다. 한전이 이번에 참여하는 사업은 DLP가 던진 지분 40%를 매입하는 것입니다.

올해 초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해당 사업이 950억원의 적자를 낼 것이라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전은 내부 검토 결과 기대 수익률이 높은 우량사업이라는 점과 공공성 등에서 사업성이 있다며 투자를 강행한다는 입장입니다.

몸 달았나…김종갑 사장 취임 만2년 지나도록 수익성과 저조, 올해 전망도 기대 이하

그렇다면 한전은 왜 온갖 비판을 받아가면서까지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는 걸까요? 답은 한전의 재무상태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전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2천80억원, 1조2천77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영업손실을 낸 바 있습니다. 당기순손실을 따져도 2018년 1조1천745억원, 2019년 2조2천635억원에 이릅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지배구조는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32.9%)과 정부(18.2%), 국민연금공단(7.88%)이 58.98%를 보유 중입니다. 즉 이 적자는 한전이 만회하지 못할 경우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이 됩니다.

2018년 4월 취임한 김종갑 사장은 한전의 재무상태를 파악하고 제1의 과제로 수익성을 강조했지만 지난해 적자는 더욱 심화됐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천898억원, 2천28억원으로 흑자 전환하긴 했지만 1분기 5천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전망한 증권가의 예측을 한참 밑도는 실적입니다. 게다가 이 흑자마저도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유가가 마이너스까지 고꾸라지며 연료비 절감의 혜택을 본 덕분입니다.

 

▲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10.7 (사진=연합뉴스)


KB증권은 한전의 3분기 영업이익이 2조8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면서도 국제유가 상향 전망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전기 판매량 하향 등을 감안해 2021~2022년 예상 영업이익을 각각 32.8%, 22.7% 낮추기도 했습니다. SK증권은 한전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2조6891억원, 9월28일 기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전으로서는 2년 연속의 대규모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달성할 필요가 있지만, 이처럼 기대 이하의 흑자 전망이 이어지자 무리수를 두면서라도 온실가스 투자를 감행하려 한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투자금 다 빠지고 오명은 ‘한국’ 몫

이미 내로라하는 글로벌 금융투자기관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세우며 친환경 투자를 강조하는 추세입니다.

JP모건은 자사가 지분을 보유한 주요 석유화학·가스·전력·자동차 업체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친환경 프로젝트에는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유럽의 은행과 연기금은 기후변화 문제를 인지하고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를 저탄소 중심으로 바꾸는데 동참하고 있으며,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습니다.

세계 4위 규모로 알려진 네덜란드 연기금(APG)은 2017년 한전 지분을 절반 이상 매각했고, 한전 주식 지분율 2위였던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도 투자자본 상당 부분을 회수해 올해 6월 기준 남은 투자금은 2016년 대비 22.1% 수준입니다.

당시 APG는 자금을 회수한 것과 관련해 세계 금융시장이 석탄화력 부문 투자를 줄여나가는 추세인 점을 감안해 한전 사장과 이사회가 스스로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비단 APG 뿐 아니라 해외 기관의 투자회수 경고는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13조원 규모의 기부금 펀드를 운영하는 영국성공회는 한전이 한국에서는 탈석탄에 동참하면서 해외에서는 신규 석탄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프로젝트가 지속되면 투자를 철회한다는 경고장을 날렸고, 세계 2위 연규모의 노르웨이 연기금 GPFG는 한전이 석탄사업 투자에 의존한다며 투자금지기업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공사 서초지사 앞에서 시민단체 청소년기후행동과 정치하는엄마들의 회원들이 한전의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베트남에 새로 짓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함으로써 기후위기를 앞당긴다고 주장, 발전소 건설 계획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10.5 (사진=연합뉴스)

 

국내 금융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신한금융그룹, KB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사들을 필두로 석탄화력발전 관련 투자·대출을 중단하고 신재생 에너지 등 ESG경영에 초점을 맞춘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습니다.

 

자산 증식에 우선가치를 두는 금융기관들조차 이러할진대 환경단체들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겠죠. 이미 국내·글로벌 단체들은 한전에 투자계획을 철회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한국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한 그린뉴딜을 스스로 어기는 꼴”이라며 “코로나19 와중에도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국제사회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투자 주체가 공기업인 만큼, 말 뿐인 탈석탄·친환경의 오명은 자연스레 ‘한국’의 몫으로 돌아오는 셈입니다.

 

더퍼블릭 / 김수영 기자 newspublic@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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