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대출 출사표에 업계 팽팽한 입장차, 왜?

네이버 대출 출사표에 업계 팽팽한 입장차, 왜?

  • 기자명 김수영
  • 입력 2020.08.0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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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수영 기자] 국내 최대 플랫폼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통장에 이어 대출상품 출시계획까지 밝히며 영역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은 연내 자체 대안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소상공인(SME)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전자금융업법상 지급결제사업자로만 등록돼 있어 여신업무를 할 수 없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대출사업을 하는 것은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막대한 플랫폼 시장을 형성하며 인지도와 활용도 면에서 사실상 독과점적 영향력을 행사 중인 네이버가 금융업까지 진출하게 될 경우 상당 부분을 잠식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셈이다.

제도에 따른 정당한 절차라는 이견도 만만치 않다. 향후 금융업 진출을 위한 실무경험 축적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제도를 이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정부가 마련한 지정대리인 제도를 활용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대출업무를 수행하는 건 네이버와 업무제휴를 맺은 미래에셋캐피탈이고 네이버파이낸셜은 차주모집·자격심사 등의 중개업무만 수행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구조상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소재가 모호해진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는 여전하다. 핵심은 실제 대출은 미래에셋캐피탈의 돈으로 진행되지만 금융 라이선스가 없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모집·심사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공동으로 대출 주체의 지위에 선다는 점이다.

심사는 네이버가, 대출은 캐피탈이…제도 이용한 꼼수 논란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중은행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대출상품 출시계획을 발표했다.

네이버파이낸셜에 따르면 입점 업체의 67%가 2030세대다. 지난해 미래에셋그룹으로부터 8천억원을 출자 받은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이력이 적어 은행대출 과정에서 거절당하기 일쑤인 젊은층을 주 목표로 대출업무를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국내 최대 플랫폼을 두고 있는 네이버의 풍부한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대출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고,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 사업 영역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등 윈윈전략인 셈이다.

문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현행법상 단독으로 여신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핵심은 2018년 정부가 마련한 지정대리인 제도다. 이는 금융사의 핵심 업무를 핀테크 업체가 시범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대리운영 제도로, 금융사(미래에셋캐피탈)가 자신이 금융사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 일부를 지정한 대리인(네이버파이낸셜)에 이양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 라이선스 없이도 적법하게 여신업무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정대리인인 네이버파이낸셜은 연내 구축 예정인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해 입점 업체의 매출과 소비자 반응, 신뢰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만 진행할 뿐 차주가 빌리는 돈의 대출 주체는 여전히 미래에셋캐피탈이 된다.

이러한 구조상 네이버파이낸셜의 평가와 다르게 부실채권이 발생할 경우 배상책임은 네이버파이낸셜과 미래에셋캐피탈이 연대해서 지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이 여신업 자격이 없음에도 미래에셋캐피탈과 사실상 공동 대출주체로 기능하는 문제가 생긴다.

업계서도 시각 달라…금융당국은 “문제없다”

업계에서는 저마다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자체 고객망을 통해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 아니겠느냐”며 “정식 라이선스 없이 규제는 피하고 이득만 취하는 편법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당하게 제도를 통한 금융업 진출 시도로 보는 것이 온당해 보인다”며 “금융업 특성상 실무경험이 필수적인데 그런 차원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논란의 소지는 있을 수 있지만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지정대리인 제도의 목적이 인·허가를 받지 못한 핀테크 기업과 금융사의 협업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 만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위원회는 5차례에 걸쳐 31건의 지정대리인을 선정했다. 이 중 네이버와 비슷한 사례는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로, 지난해 3월 SC제일은행의 지정대리인에 선정됐다. 비바리퍼블리카는 보유중인 신용정보 등을 바탕으로 대출심사를 해오고 있다.

더퍼블릭 / 김수영 기자 newspublic@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수영 newspublic@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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