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남·북·미 3자 정상회동 또다시 연출…중재역 결실

文대통령, 남·북·미 3자 정상회동 또다시 연출…중재역 결실

  • 기자명 조성준
  • 입력 2019.07.01 16:40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퍼블릭]조성준 기자= "저도 살면서 실패가 많았습니다. 대통령 당선도 재수로 되지 않았습니까. 우리를 주저앉히는 것은 결코 실패 그 자체가 아닙니다. 실패 때문에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실패는 오히려 우리를 더 성장시켜주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2월12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졸업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긴 축사 중 한 대목이다. 사회진출을 앞둔 졸업생에게 전한 응원의 메시지이면서, 자신을 향한 다짐과도 같았던 메시지가 남북미 3자 회동을 성사시킨 대목에서 의미 있게 다가온다.
 

스스로를 '재수 전문가'라 부르는 문 대통령이 남북미 3자 정상간 만남의 자리를 두 번째 도전 끝에 현실로 만들었다. 지난해 한 차례 실패 속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추진한 끝에 역사적인 장면을 또 한 번 연출했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남측 지역 자유의 집 일대에서 만났다. 남북미 3자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분단 70년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비록 의전과 격식을 갖춘 합의문을 도출한 일반적인 정식회담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남북미 3자 정상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는 평가다. 각본 없는 드라마로 더 많은 감동을 줄 수 있었다는 시각에 무게가 쏠린다.
 

북미, 남북이 따로 만나 각자 나눈 얘기를 공유하는 것에서 벗어나 한 자리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작업을 통해 오해와 왜곡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끝까지 거두지 못했던 불신과 반복을 해소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특히 이번 3자 회동을 통해 그동안 북한과 미국 양쪽으로부터 받아왔던 문 대통령의 비핵화 중재외교에 대한 회의감도 불식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북한 외무성의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은 지난 27일 개인명의 담화를 내고 "조미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 적대관계의 발생 근원으로 봐도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남측을 향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오늘의 3자 정상회동에 있어 '철저한 조연'으로 스스로를 낮췄다. 문 대통령은 "원래는 오울렛 GP 공동방문까지만 예정돼 있었던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제안에 따라 이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졌다"며 모든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딛고 이뤄진 남북미 3자 회동에 대한 문 대통령의 구상은 지난해 처음 시작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4·27 판문점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문 대통령은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던 지난해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북미 정상의 역사상 첫 만남이 예고됐던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움직일 수 없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길을 원했다. 합의-파기-불신을 반복해 온 과거 북미 협상의 사슬을 끊기 위해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었다.
 

이에 따라 '센토사 합의' 직후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었다. 늦어도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던 7월17일 전후로 종전선언이 이뤄지기를 희망해 왔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인 중국이 관여하면서 3자 종전선언은 무산됐다.
 

강하게 추진했었던 지난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무산된 데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도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그동안 장점으로 내세워왔던 '톱다운(Top-down·정상 간 합의를 하위로 이행하는 방식)'에 회의론이 제기 됐었다.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던 외교가의 속설이 무너지면서 미국 조야에는 정상 간에 이뤄지는 즉흥적 판단이었다는 비판이 집중됐다. 문 대통령이 최근 '보텀업(Bottom-up·실무 레벨에서부터 상위로 협의를 진행하는 방식)'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테판 뢰벤 총리와의 정상회담뒤 기자회견에서 "북·미 간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사전에 실무협상을 열 필요가 있다"며 "실무협상을 토대로 양 정상 간 회담이 이뤄져야 지난번 하노이 2차 정상회담처럼 합의 없이 헤어지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1년 간 북미 대립 70년사를 뛰어넘을 환희의 순간도 없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의 외교 행보에는 시행착오와 실패, 인내의 순간이 더 많았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불었던 '한반도 봄'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실제로 이날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는 '한반도 중재자'를 자임한 문 대통령의 업적을 면전에서 부정하는 외신 기자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김 위원장을 만나러 가기 직전에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원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들어야 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일이 한 방향으로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며 "똑바로 나가기도 하지만, 구불구불 돌아갈 때도 있고, 때로는 멈출 때도, 때로는 후퇴할 때도 있는 것"이라는 말로 불편한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그러나 대화 외에는 평화를 이룰 방법이 없다"며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는 3시간 만에 역사적인 남북미 3자 회동의 역사적인 현장에 섰다. 
 

대학입시, 사법고시, 대통령 선거까지 한 번에 이루는 일 없이 재수를 해야했던 문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는 실패는 성장의 힘이 된다'는 자신의 철학이 결과적으로 옳다는 점을 입증해 보였다. 특유의 인내심을 바탕으로 전례없는 남북미 3자 회동마저 2년 간 도전 끝에 이뤄냈다.

더퍼블릭 / 조성준 jsj@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