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6월 하순 방한…靑 "北비핵화 방안 협의"

트럼프, 6월 하순 방한…靑 "北비핵화 방안 협의"

  • 기자명 조성준
  • 입력 2019.05.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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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조성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미국 안팎 현안에 분산된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을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재개 쪽으로 잡아두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중국·이란·베네수엘라 등 통상마찰과 안보문제로 갈등 전선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 문제를 미국의 정책 우선 순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오전 서면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은 6월 하순 개최되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방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같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발표는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공식 초청한지 한 달 만에 이뤄졌다. 2개월 사이에 한미 정상이 무릎을 맞대고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고 대변인은 "두 정상은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동맹 강화 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역시 "두 정상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을 위한 긴밀한 협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비핵화 방안 논의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다음 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예정된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련된 만큼 1박2일 일정의 실무방문 형태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 "외국 정상의 방한은 국빈·실무·공식 방문으로 나뉘지만 어떤 방식으로 오게될 지는 한미 간에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가급적 G20 이전에 방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아직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미의 공동발표에서 방한 일정이 빠지게 된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 가능하다.
 

청와대가 G20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요청한 것은 현재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 일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의 통상분쟁 해결보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G20 이전에 방한을 원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리 카자니스 미국 국익센터(CNI) 방위연구국장은 지난 15일 tbs라디오 '김어준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지금 중국과의 관세 전쟁, 무역전쟁 중에 있다"며 "사실 워싱턴에서는 한반도 문제에 쏟을 정신이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미 정상이 지난달 11일 워싱턴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대북식량 지원 방안이 북한을 대화의 판으로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식량 지원이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유인할 직접적인 요소가 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신형전술유도무기를 비롯한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한 데 이어, 9일에도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의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또 미국이 14일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자국 화물선인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 호를 압류하는 등 북미 대화 재개의 돌파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한미 정상이 다시 마주 앉기로 한 것은 한미→남북→북미로 이어지는 정상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미 3자 정상의 '톱다운' 대화가 멈춰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미 모두 북한의 무력 시위에도 '로우 키(low-key·저자세)'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대화의 판을 완전히 깨서는 안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계획된 행동으로 보여지지만 북한이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문 대통령이 "이제 북한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북한에 적극적으로 회담을 제안하고 대화를 끌어갈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톱다운 방식의 대화를 살려나가겠다는 구상으로 평가된다.
 

이어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바빠진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미 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며 "북한도 대화를 원하는 만큼 우리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조성준 jsj@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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