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의 이유있는 ‘중국산 맥아’ 대규모 수입…그러나 풀리지 않는 몇가지 ‘의혹’

오비맥주의 이유있는 ‘중국산 맥아’ 대규모 수입…그러나 풀리지 않는 몇가지 ‘의혹’

  • 기자명 김지은
  • 입력 2019.12.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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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지은 기자] 국내 맥주업계 1위를 달리는 오비맥주가 주력제품으로 내세운 ‘카스’를 비롯한 국내 생산 맥주가 사실은 값싼 중국산 맥아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앞서 오비맥주는 2016년과 올해 4월 두 차례 맥주 가격을 인상하면서 “주요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 다른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한 만큼 이같은 의혹에 따른 후폭풍이 거센 상황이다.

일단 회사 측에서는 중국산 맥아는 주로 수출용 맥주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는 입장이지만, 오비맥주의 국내시장 점유율과 연간 맥주 판매량을 고려하면 국내 유통 제품에도 사용됐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2016년 10톤에 불과했던 중국산 맥아 수입량은 2017년 1112톤, 2018년 2만8152톤 등 3년 사이 무려 ‘281%’ 가량 증가했다.

현재 국내 맥주업체 중에서 중국산 맥아를 원료로 사용하는 곳은 오비맥주가 유일하므로, 수입된 이들 중국산 맥아의 대부분은 오비맥주가 사용한 것으로 추론된다.

맥주의 주원료 중 하나인 맥아는 알코올과 탄산을 만드는 기본 재료이자, 맥주의 색과 풍미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원료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주류업체들은 생산지의 대기 질, 토양 상태 등을 고려해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호주나 유럽·북미 등에서 생산된 맥아를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오비맥주가 중국산 맥아를 수입한 지역은 허베이성 친황다오, 저장성 닝보 등 중국에서도 유명한 공업 밀집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근원지로 꼽힌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지난 5년간 중국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74개 도시 중 서울의 미세먼지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도시는 1위가 허베이성 친황다오, 2위는 랴오닝성 다롄, 3위는 톈진 등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오비맥주 측에서는 “중국 맥아 제조업체들은 맥아의 원재료인 보리를 100% 캐나다와 호주에서 수입했다”며 “공장의 실내에서 제맥 과정을 거쳐 생산했으므로 미세먼지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교묘히 맞아 떨어지는 ‘카스 가격 인상’ 시점

오비맥주의 중국산 맥아 사용과 관련한 문제는 단순히 이들 맥아가 미세먼지 근원지에서 수입됐기 때문만이 아니다.

더 큰 파장은 오비맥주의 국산 맥주 가격 상승 시점과 중국산 맥아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이 교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오비맥주가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국산 맥아 가격 추이에 맞춰 국내 가격을 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오비맥주는 2016년 11월과 올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카스 등 주요 맥주 출고가를 각각 평균 6%, 5.4% 인상했다.

당시 오비맥주 측에서는 “주요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원가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나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맥아의 톤 당 추산 가격은 2016년 600달러에서 2017년 410달러로 31% 낮아졌는데 오비맥주가 국산 맥주 출고가를 올린 시점은 이 기간인 2016년 11월이었다.

또 중국산 맥아 가격은 지난해 403달러에서 올해(10월 기준) 446달러로 올랐다. 이 기간인 지난 4월 오비맥주는 카스 등 주요 맥주 출고가를 평균 5.4% 올렸다. 이후 중국산 맥아가격이 오른 10월에 가격을 원상 복구했다.

일반적으로 원가가 감소하면 가격을 유지해 수익을 증대시키지만 오비맥주는 중국산 맥아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 가격을 올리면서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비맥주의 최근 3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증가세를 기록했다.

오비맥주는 2017년에는 매출 1조 6635억 원, 영업이익 4940억 원, 영업이익률은 29.7%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 6981억 원, 영업이익 5145억 원, 영업이익률 30.3%로 큰 실적을 나타냈다.

그러나 오비맥주는 중국산 맥아 사용과 국산 맥주 가격 상승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수입된 중국산 맥아의 대부분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되는 제품에 사용됐다는 것이다.

오비맥주는 2016년부터 ‘호가든’, ‘버드와이저’ 등을 광주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홍콩 1위 맥주 블루걸도 광주공장에서 생산된다.

대규모 중국산 맥아, 수출용만으로 소진 가능?

그러나 중국산 맥아 사용은 수출용 제품에 사용됐다는 오비맥주 측의 주장과는 달리 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중국산 맥아 수입량이 수출용 제품에만 사용되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고 보고 있다.

연간 맥주 판매량과 오비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추정치 60%)을 고려하면 대표 품목인 ‘카스’에도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맥아 1톤당 맥주 2만6000병(300㎖)을 생산할 수 있다. 2018년 수입된 맥아는 2만8152톤으로 7억3000만병 정도가 제조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10월까지)도 3만987톤이 수입됐다. 이는 8억500만병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오비맥주의 연간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약 10%이므로, 이 물량을 전부 수출 물량으로만 소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의혹들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본지>는 오비맥주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 이후 어떤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

더퍼블릭 / 김지은 webmaster@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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