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번지 보궐선거, 뼛속 종로인을 선택하는 이유 [칼럼]

정치 1번지 보궐선거, 뼛속 종로인을 선택하는 이유 [칼럼]

  • 기자명 김정순 정치·언론학 박사
  • 입력 2022.03.0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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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대선에 묻힌 것인지, 여느 선거와 달리 조용'
-'선택 기준, 대선 후보와 달리 지역구 의원 비교적 단순해야'

▲사진=김정순 전 간행물윤리위원장 (정치·언론학 박사)
3·9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서울 종로 보궐선거가 대선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12명이나 되는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에 대한 이슈와 정책은 모두 대선에 묻힌 것인지, 여느 선거와 달리 조용하다. 그나마 한동안 구민들에게 민주당의 무공천과 국민의힘의 전략공천을 비교 조롱은 관심거리였는데 이젠 이마저도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종로 대진표를 두고 3선 구청장 출신의 주민 추천, 뼛속 종로인 김영종과 국민의힘 전략공천 수혜자 최재형 2파전이라고 전망한다. 혹자는 정의당 배복주 포함 3파전이라고도 한다. 정작 종로구민에게 중요한 것은, 2파 3파가 아니다. 나와 내 가족의 오랜 삶의 터전인 종로지역을 위해, 문화적 유산이 많은 종로를 위하여, 과연 기준으로 어떤 후보를 고를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필자는 정치학 전문 학자적 관점에서, 또한 종로 거주 유권자로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기준에는 복잡한 정치 논리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 복합적인 정치적 변수 등 선택 기준이 복잡한 대선 후보와 달리 지역구 의원은 비교적 단순해야 한다. 즉 어떤 후보가 더 종로를 구석구석 잘 알고 있느냐, 즉 종로를 얼마나 뼛속 깊이 아느냐로 시작해 귀결점도 매한가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누가 더 종로를 잘 아는 후보인가에 따라 종로의 문제점을 그만큼 잘 알고 풀어내고 또 발전시킬 수 있다는 단순한 이치 때문이다.

 

요즘 우리 선거판에는 때아닌 공정 논란이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하다. 그런 탓인지 얼마 전에 막을 내린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불공정 판정 불신 논란 속에 ‘눈뜨고 코베이징’ 이라는 촌철살인 페러디가 정치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유행, 공감을 산 바 있다. ‘눈뜨고 코베이징’ 현상이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정치, 1번지라는 종로에서도 목도된다.

 

전 최재형 감사원장의 정치계 입문 후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 등 지금까지의 행보가 딱 눈뜨고 코베이징 형국 아닐까? 대선 후보로 나서더니 이제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 전략공천을 받아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로 변신했다. 한때 공정한 심판의 상징이던 감사원 수장이 종로와 아무 인연도 없는 처지에 민주당의 무공천 지역에 전략적인 공천... 이 같은 정치 공학적인 고질적 폐해는 고스란히 종로구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종로구민의 민심은 아예 무시되고 있다. 종로는 정치적 거물들의 전략공천지역 희생양을 자초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더구나 최재형 후보자는 자신을 국민이 불러낸 측면이 있다고 말하는데 종로구민은 최재형을 종로 인물로 불러낸 적이 없다. “의원 배지 달고 나면 자기 야망을 좇아 떠날 사람들이지 종로를 위해 일할 사람 아니다”라는 어느 종로구민의 인터뷰에 깊이 공감 가는 이유다. 최재형의 전략공천은 공정을 외치면서 공정하지 않은 제1야당의 정치적 모순과 많이 닮아있다. 종로구 주민이자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눈뜨고 벌어진 ‘코베이징’의 한국 정치판 현실에 실망과 분노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종로구민은 누가 더 종로를 위해 일할 사람인지, 누가 더 종로를 잘 아는 후보인지 알고 있다. 정권교체를 출마의 변으로 내세우지만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정작 중요한 내용 없이 그저 공허한 구호 남발 후보가 아닌, 종로를 가꾸어 왔고 앞으로도 더 키워줄 후보에게 표심이 가기 마련이다

 

“최재형은 종로가 정치 1번지라는 수사를 앞세워 종로와 무관한 개인 정치인의 재기와 영전의 놀이터가 되어냐 하느냐”는 종로 구청장 12년 경력의 무공천 김영종의 외침을 허투루 들을 일은 아닌 것 같다. 혹여 정치 1번지라는 덧없는 허명에 걸맞게 후보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종로를 스쳐야만 하는 간이역 정도로 생각하는 후보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다시 생각해보라 당부드리고 싶다.

 

3.1절 탓일까? 종로 유력 후보인 최재형 후보 관련해,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최재형은 독립운동가 후손 행세” 의혹 제기와 맞물려 시민단체 ‘사세행’이 최재형을 고발 조치했다는 보도에 독립운동가로 생을 바친 필자의 아버지가 겹친다. 독립운동가 자녀로서 깊은 한숨이 나온다. 누구든 숭고한 독립운동 정신을 훼손하는 사람이 정치인이 되려 한다면 정말 민망한 노릇 아닐까?

 

더퍼블릭 / 김정순 정치·언론학 박사 lee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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