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66년만에 사라진다...헌재 "헌법불합치...내년말까지 법 개정해야"

낙태죄 66년만에 사라진다...헌재 "헌법불합치...내년말까지 법 개정해야"

  • 기자명 정재환
  • 입력 2019.04.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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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조항에 대해 사실상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 등이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 1항 및 270조 1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4(헌법불합치) 대 3(단순위헌) 대 2(합헌)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해당 조항의 무효를 나중으로 미루는 것으로 사실상 '위헌' 결정과 같다.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야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대해 헌재는 2020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개정하되 그때까지 현행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낙태죄 조항은 1953년 도입된 이후 66년만에 개정 수순을 밟게 됐다. 형법 269조 1항에 따르면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같은법 270조 1항은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약종상이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얻어 낙태하게 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모자보건법 14조에 따르면 의사는 대통령령에서 정한 정신장애 및 질환이 있거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이 불가한 혈족·인척간 임신, 임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만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다. 단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하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죄 관련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형법 270조 1항 중 조산사에 대해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한 경우 처벌하는 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헌법재판소의 이같은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수정되는 시점부터 존엄한 인간이며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존재인 태아의 기본 생명권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고착시키고 남성에게서 부당하게 면제하는 결정"이라고 평했다.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직접 죽이는 죄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천주교회는 이번 헌재 결정을 보완할 법 도입도 요구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새 생명을 잉태한 여성과 남성이 용기를 내어 태아의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선택하도록 도와줄 법과 제도의 도입을 대한민국 입법부와 행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는 것이다. 

더퍼블릭 / 정재환 jhju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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