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의 탄생?…기대 뒤 겹겹이 쌓인 현실의 벽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의 탄생?…기대 뒤 겹겹이 쌓인 현실의 벽

  • 기자명 김다정
  • 입력 2020.11.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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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다정 기자]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흘러나오면서 ‘초대형’ 항공사의 탄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되면 자산 40조원, 매출 19조6492억원에 이르는 세계 10위권 초대형 국적 항공사가 탄생한다. 항공기 보유대수도 260대에 달해 경쟁사 에어프랑스를 넘어선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인수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한진그룹이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자하면,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산은은 보도자료를 통해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도 “확인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당장 다음주 열리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두 회사의 합병 추진이 공식 발표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상황에서 딜이 무산될 까닭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산은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직후 대한항공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 내부에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항공업 노하우가 풍부한 대한항공 에 맡기는 것 외에는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산은의 자금 지원을 통해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나고, KCGI(강성부 펀드) 등이 참여한 ‘3자 주주 연합’의 경영권 위협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특히 두 회사의 합병은 국내 1, 2위 항공사를 통합하는 빅딜을 통해 초대형 국적항공사를 출범시킨다는 정부 방침에도 맞아 떨어진다.

‘산 넘어 산’ 초대형 항공사 탄생에 뒤따를 ‘난항’

항공업계의 유례없는 빅딜 추진설이 수면위로 떠오른 만큼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 탄생에 온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 그룹이 될 경우, 우리나라의 과점적 항공그룹이 탄생하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최고운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승자의 저주’가 우려될 수 있으나, 우리나라 항공 시장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더 중요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은행의 자금이 투입된다면 인수 후 재무 부담보다 정부가 우리나라 항공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집중 지원해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과 한진그룹, 정부까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초대형 빅딜이지만 상상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먼저 산은이 한진칼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조 회장이 승기를 잡게 되므로 3자 주주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측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사모펀드 KCGI는 13일 입장문에서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한느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적 시너지와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 재무적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임직원의 고용과 항공안전 문제 등 고객들의 피해와 주주 및 채권단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충분한 검토와 투명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양사의 결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도 예상된다. 양사가 합칠 경우 FSC(대한항공, 아시아나)와 LCC(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를 포함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선 점유율을 따져볼 시 62%에 달한다.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결합한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지난 4월 공정위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했을 때의 논리처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 외에는 회생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승인이 가능하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추진과 관련 “일반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은 두 회사가 결합하면 집중도가 매우 높아져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의 허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국외에서 진행될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쟁국에서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 반발이 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재벌 경제구조를 탈피하겠다는 현 정권에서 정부와 산은이 나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을 유도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합병 이후 구조조정, 노조 이슈 등 진통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더퍼블릭 / 김다정 92dda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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