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롯데그룹’ 국적 논쟁…흔들리는 뉴롯데·일본해 표기논란으로 스스로 인증?

해묵은 ‘롯데그룹’ 국적 논쟁…흔들리는 뉴롯데·일본해 표기논란으로 스스로 인증?

  • 기자명 김다정
  • 입력 2020.11.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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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임원인사’ 휘몰아친 인사 칼바람 …어디서부터 시작된 ‘위기’일까?

모든 사람들이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쌓아 온 나만의 ‘정체성(Identity)’을 갖고 있듯 긴 시간 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기업들도 저마다 확립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같은 정체성을 바탕으로 사업의 방향이나 우선순위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곤 한다. 그만큼 회사의 정체성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기업이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도 혹은 반대로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한번 확립된 정체성은 웬만해선 잘 바뀌지 않지만 유독 ‘롯데’를 두고서는 해묵은 정체성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롯데는 과연 한국 기업인가, 일본 기업인가’로 시작되는 정체성 논란은 반일감정이 불타오를 때마다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으로 ‘노(NO) 재팬’ 운동이 크게 힘을 받을 당시 롯데는 어김없이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그럴 때마다 롯데는 일본 기업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롯데홀딩스와 지분관계가 얽혀있고, 불매운동의 표적이 되고 있는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등 일본 브랜드에 합작사로 참여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계속 되는 국적 논란에 롯데는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세우면서 일본 롯데와 지분 고리를 끊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 상장은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고 스스로 논란을 자초하면서 ‘일본 기업’ 속 앓이는 계속되고 있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올해는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초유의 사태 속 국내 기업들의 위기는 한 달 앞당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잘 보여준다. 국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 확대 속 내년도 경영계획을 조기 확정하고 실천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인사 칼바람’이 불었다.

지난 26일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진 올해 정기인사에서 임원 100명을 줄이고 50대 초반 임원들을 대거 새 대표이사로 전진 배치하는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35개 계열사 총 임원 600여명 가운데 30% 정도가 물러나고 50명이 새로 임명됐다.


임원 수를 대폭 축소해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젊은 인사를 등용해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기 인사를 단행한 다른 유통 대기업집단 역시 임원수 감축 혹은 보다 젊은 CEO 전진배치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시장의 수요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젊은 경영자를 전진 배치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or 일본 기업’ 논란으로 시작된 실적 하락세

올해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부진은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유독 롯데그룹을 두고 ‘위기설’이 난무하고 인사 칼바람이 휘몰아친 이유는 뭘까?


롯데의 실적 부진이 단순히 올해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롯데의 실적 부진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는 롯데의 혼란한 정체성, 즉 ‘국적 논란’으로부터 시작됐다.

 
롯데 계열사들의 하락세는 지난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이 ‘한국 관광 금지령’을 시행하는 등 사드 보복을 본격화하면서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국내 기업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특히 경북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롯데는 1순위 보복 타깃으로 지목되며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중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는 ▲제과 ▲마트 ▲백화점 ▲관광 ▲화학 등 20여개로, 2017년 한 해 동안 롯데가 입은 유무형의 피해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한다. 결국 중국 사업을 적극 추진하던 롯데는 사드 사태를 계기로 순차적으로 계열사 사업을 정리하기 이르렀다.


롯데는 중국 내에서 ‘한국 기업’이기 때문에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서는 ‘일본 기업’이라는 이유로 또 다른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의 일환으로 수출 규제 조치를 내리자 국내에서는 ‘노(NO)재팬’ 운동이 크게 확산됐다. 최근 들어 다소 시들해졌지만 일본 불매운동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국내 롯데 계열사들은 대부분의 사업장이 한국에 법인 등록해 영업활동을 하고 있지만, 롯데 그룹이 일본 롯데와 복잡하게 지분관계로 얽혀 있단 사실로 인한 국적 논란에 휩싸이면서 실적 부진을 겪어야 했다.


또 불매운동의 표적이 된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등 일본 브랜드에 합작사로 참여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가중됐다.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국내 매장은 대부분 롯데 유통 계열사에 입점했다.


결국 현재의 롯데 ‘위기설’은 2017년부터 국내외에서 잇따라 터진 국적 논란을 통해 더욱 가중된 모양새다.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코로나 직격탄에 손발 ‘꽁꽁’

롯데그룹 신격호 명예회장은 1948년 일본에서 롯데를 세운 후 1967년 한국으로 건너와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국내 사업을 시작했다. 투자 과정에서 일본 롯데 자금을 활용하면서 복잡한 지분 관계가 조성됐다.


계속되는 국적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롯데그룹은 이미 3년 전 롯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는 지배구조 개편에 핵심이 되는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현재 롯데그룹의 중간 지주회사 격으로 롯데지주, 쇼핑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로, 지분 19.07%를 보유하고 있다. 또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일본 광윤사가 가지고 있다.


그룹 내 자금 흐름의 종착지가 일본이란 점에서 ‘일본 기업’이라는 오명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호텔롯데는 결산 배당으로 주당 100원, 총액 102억1800만원 규모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중 지분 비중에 따라 일본 롯데 계열사가 챙겨간 배당금 규모는 101억원을 상회한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주주 구성을 바꾸고, 일본 지분을 희석하는 방식으로 계속되는 국적 논란을 탈피하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롯데그룹은 약 5년간 이어졌던 경영권 분쟁이 종지부를 찍으면서 호텔롯데 상장을 핵심으로 하는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 구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호텔롯데의 핵심 사업인 면세점과 호텔 사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올해도 상장이 어려워졌다.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호텔롯데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인 1조796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영업손실도 3420억원에 달했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시 호텔롯데의 빠른 상장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를 향한 국적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끝내 해결되지 않은 만큼 해묵은 정체성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발목 잡힌 호텔롯데 상장…굳어지는 ‘일본 기업’ 이미지

일본과의 정치적·외교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는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일본 기업’ 논란이 억울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까지 약속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롯데가 스스로 이같은 ‘정체성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춰질 여지가 있다. 국민 정서와 반대되는 행동으로 반감을 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에서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빚을 당시 롯데마트는 일본 맥주 끼워팔기 마케팅으로 큰 질타를 받았다.


롯데마트는 지난 2월 아사히 수퍼드라이 6캔을 구입하면 KF94 마스크를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행사 당일 종료했다.

전국적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진 가운데 굳이 국내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 일본산 맥주에 이 같은 마케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특히 아사히맥주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곳이 롯데라는 점에서 이 행사가 롯데마트에서만 진행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롯데칠성음료와 일본아사히그룹홀딩스가 각각 지분 50%씩 갖고 있는 롯데아사히주류는 아사히 수퍼드라이, 프라임리치, 드라이블 등 일본 맥주를 수입해 판매한다.


불과 며칠 전에는 롯데호텔이 ‘동해(東海)’를 언어별로 이중표기하면서 다소 사그라들었던 일본 기업 이미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지난 23일 다수의 언론은 롯데호텔 일본 ‘긴시초’ 지점이 국내 국문 홈페이지를 제외한 모든 국가의 홈페이지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日本海)’로 표기하고 있다고 보도해 파장이 일었다.


호텔 측이 국문 홈페이지에서만 동해로 표기하고 타 국가 언어에서는 모두 일본해로 지칭한 것이다.

홈페이지 내 언어를 영어로 설정한 결과 동해는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됐다. 중국어 설정에서도 ‘일본해’(日本海)로 나타났다. 태국어나 아랍어 등도 마찬가지였다.


독도에 대해서도 한국 웹페이지에서는 ‘독도’로 표기되지만, 일본어·영문·태국어 웹페이지로 확인할 경우 모두 다케시마로 표기된다.


이와 관련 롯데호텔 측은 긴시초 호텔은 한국 롯데가 아닌 일본 롯데홀딩스 소속이기 때문에 일본 구글 데이터 사용하며, 한국 롯데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국 기업이라는 롯데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다.


또 국내 롯데호텔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지점 홈페이지로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논란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선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소관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점을 미뤄봤을 때 해당 논란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 탈피 계획과는 반대로 일련의 논란을 중심으로 ‘롯데=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굳어지는 모양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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