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선 넘네” 금융당국·증권사들, 잇따른 신용거래 빗장

김수영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7 17: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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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점 물린 레버리지 투자자들, 반대매매 때 비극 될 수 있어”
금융당국, DSR카드 만지작…일괄 규제 아닌 핀셋 규제
증권사들도 신용융자 서비스 잇따라 중단


[더퍼블릭=김수영 기자] 대출을 받아 주식·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빚투’가 무서운 속도로 늘자 금융당국과 투자업계에서 잇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들의 재무건전성 뿐 아니라 회사로서도 부담이 늘 수 있어 업계에서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코스닥·코스피)에서 신용거래융자잔고는 17조5천684억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갱신했다. 증가폭을 보더라도 가히 역대급이라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잔고는 투자자들이 보유중인 주식 등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대출받은 규모를 말한다. 정해진 기일 내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증권사는 즉각 반대매매를 통해 담보주식 등을 처분하고 자금을 회수한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안정적이라면 레버리지 투자는 문제될 게 없지만 코로나, 미중 무역갈등 어느 하나 해소된 게 없다”며 “적정 주가와 실제 주가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빚투열풍이라고들 하는데 반대매매까지 고점에 물린 투자자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비극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5년부터 주식시장에서의 신용융자잔고는 대체로 큰 폭의 변동 없이 유지됐다. 2015년 1월부터 5조~7조원 수준을 유지하던 신용융자잔고는 2017년 6월 처음으로 8조원을 돌파했고, 2018년 1월 11조원을 넘어선 뒤로는 대체로 10조원 안팎에서 큰 변동 없이 유지돼 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에 직격을 맞은 올해 3월을 기점으로 6조4천억원까지 떨어졌던 신용융자잔고는 불과 6개월여만에 3배 가까이 폭증한 상황이다.

올해 3월 25일 6조4천억원을 기록하며 5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던 신용융자잔고는 대체로 10거래일 내외 간격으로 1조원씩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길게는 14거래일이 소요된 경우도 있지만 짧게는 6거래일만에 1조원이 늘기도 했다.

이달 14~15일 이틀 동안에만 시중은행에서 7천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이 실행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 신용대출은 6조2천억원으로, 전월 대비 신용대출 증가세(4조2천억원)가 대출규모가 큰 주택담보대출 증가세(4조3천억원)에 육박한다는 점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빚투 증가에 놀라 고액대출 중심으로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가격 싸고(저금리) 물건 좋을 때(증시호황) 서둘러 대출을 받아두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빚투 증가 원인은 두 가지

업계에서는 빚투의 과도한 증가를 테마주 및 공모주 청약 열풍과 제로(0)금리로 인한 유동성 이동으로 보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밑바닥을 찍은 증시와 함께 관련 바이오주가 급등하자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까지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코로나19 테마주는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수십배씩 주가가 상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여기에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 대형 기대주들이 기업공개(IPO)에 나서며 불었던 공모주 청약열풍도 힘을 보탰다. 실제 이들 종목의 주가는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후 2~3거래일 연속으로 상한가에 도달하며 일부 투자자들은 큰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제로금리대로 유지하며 예·적금으로 인한 이자수익 기대가 어려워진 고객들이 새 투자처를 찾게 된 영향도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회의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져 완화적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며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0.5%)했다.

금통위는 지난 3월 기준금리를 50bp(1bp=0.01%) 인하한 데 이어 5월 추가로 25bp인하하며 본격적인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는데 이에 따라 금융권의 수신·여신금리 또한 조금씩 낮아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올해 7월 중 국내 시중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는 0.82%(신규취급액 기준)로, 지난해 12월(1.60%)에 비해 78bp하락했다. 대출금리도 올해 7월 2.70%로 기준금리 인하 전인 지난해 12월(3.22%)에 비해 52bp 하락했다. 이 중 가계대출은 2.62%로 전월(2.67%) 대비 5bp, 지난해 말(2.98%) 대비 36bp 낮아졌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신용대출 사재기 현상은 분명히 관측되고 있다”며 “좋은 조건에 ‘일단 대출 받고보자’는 심리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빚투 위험수준, 금융당국·증권사들 속속 제한

‘영끌빚투’ 열풍에 가계대출이 급속도로 불어나자 재무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카드를 꺼내들고 핀셋규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3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용대출 자금 용도가 다양해 일률적 규제를 적용하기는 힘들다”며 “은행권과 현황을 파악해 DSR을 점검할 것”이라 밝혔다.

DSR은 연소득 중 종류 불문 차주의 모든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비율로, 주담대 원리금에 다른 대출의 이자만을 더하는 DTI(총부채상환비율)와 구분된다. 시중은행은 DSR 70%를 초과하는 대출이 전체 대출의 15%를 넘지 않고, 평균 DSR을 4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A차주의 DSR이 60%라도, B차주의 DSR이 20%라면 규제를 준수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소리다.

다만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이 담보대출과 달리 신용만을 담보로 간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만큼,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안정 목적의 대출도 포함돼 있어 무분별한 규제는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들도 신규 신용융자 서비스를 중단하며 대응에 나섰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200% 이내에서만 신용공여를 할 수 있다. 이 중 100%는 중소기업 및 기업금융업무 관련 신용공여로 한정되는 만큼, 개인 등 투자자들을 위한 신용공여는 사실상 자기자본 한도로 제한되는 셈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7월 증권담보대출과 신용융자 서비스를 모두 중단했지만 최근 신용융자 서비스를 다시 재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1일부터 예탁증권담보대출 중단 이어 4일에는 신용융자 신규 거래를 일시 중단했고, 11일 한국투자증권도 신용공여 한도 관리를 위해 신용융자 신규 약정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 등도 증권담보대출 중단 대열에 합류한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우려를 계속 제기하고 있고 증권사들이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중”이라 말했다.

 

더퍼블릭 / 김수영 기자 newspublic@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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