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부터 외면 받는 국산헬기’…정부 마린온 도입하겠다더니 ‘사업검토’ 잿물

김은배 기자 / 기사승인 : 2020-05-29 17: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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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전으로 둔 ‘고부가가치 산업 국산헬기’ 10대 제작 시 일자리 1500개
▲2019년 10월 수리온에서 내리는 문대통령 
[더퍼블릭 = 김은배 기자]당초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공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던 2028년 이후 해병대 공격헬기 20여 대 도입 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이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총 1조3000억원의 대규모 개발비가 투입된 국산 헬기 사업에 정부가 스스로 재를 뿌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역 소방본부와 산림청 등 일부 기관들의 관용 헬기 구입과 관련해서도 국내 업체가 입찰부터 문턱을 넘을 수 없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업계의 불만 섞인 목소리도 비져나오는 상황이다.
▲해병대 마린온 헬기

관용 헬기 중 국산 비중은 120대 중 13대 10.8%
마린온 도입가격 논란?…유지비는 외국산이 더해


당초 군 당국은 해병대 상륙공격헬기로 국산 헬기 ‘무장형 마린온’ 도입을 추진키로 했었다가, 최근 이에 대한 도입여부 및 사업방식을 정하는 사업추진기본전략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사업 검토’라는 다소 예외적인 단계를 적용함에 따라, 기존 방침을 번복하고 이후 미국 공격헬기 바이퍼 등 외국산 헬기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장형 마린온은 KAI의 수리온을 토대로 개발한 기동헬기 마린온에 무장과 방탄을 강화한 버전이다.

지난 3월 선행연구가 완료 된 이후 방위사업청은 규정에 따라 사업추진기본전략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수순이었지만 현재 사업 검토라는 추가 절차에 착수해 이르면 내달 종료될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 무장형 마린온의 효율성과 도입가격 측면에서 외국산 헬기 도입에 비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자주국방의 측면에서 국산 헬기 산업의 성장을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헬기 제조 분야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는 금년 민항기 기체구조물 사업의 국내 생산액이 작년 대비 7억달러 감소한 53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산 헬기 관련 협력 업체는 현재 300여곳으로. 헬기 10대 제작 시 1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존부터 이어온 정부의 지침 자체가 국산 헬기 사업 육성에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29일 방위산업 업계에 따르면 소방·산림·경찰청 등 5개 기관에서 운영 중인 120대의 관용 헬기 중 국산 헬기는 13대로, 국산 비중은 10.8%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대에서 활용하는 군용 헬기까지 포함해도 15.9% 수준에 머문다.

자국산 헬기를 우선 활용해 항공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러시아(자국산 비중 99.7%) 프랑스(97.2%) 미국(92.5%) 중국(59.1%) 등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가장 많은 헬기를 운영하는 경찰이 8대를 보유했으며, 다른 곳들은 해경(2대) 소방(1대) 산림청(1대) 수준이다.

▲지난 18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제45차 총회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이 자리에서 국산 헬기 '수리온' 구매를 건의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18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직접 수리온 구매를 호소하기도 했다. 각 시도에서 관용헬기 도입 또는 낡은 헬기를 교체할 경우 KAI가 생산하는 수리온을 구매해달라고 한 것이다.

특히, 소방헬기 입찰 시 자격 조건을 외국산 헬기로 못 박아 놓은 것을 꼬집으며 “경쟁력을 갖춘 수리온이 최소한 입찰에는 참여하게 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처럼 국산헬기가 큰 격차로 외면당하는 현실 속에는 정책적인 차원의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기관이 헬기 발주 시 국산 헬기 제조업체인 KAI가 입찰 자체를 할 수 없게 의도적으로 기준을 설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실제로 지역별 소방본부가 연료를 소진 할 때 까지 갈 수 있는 거리인 항속거리에 대한 입찰 기준으로 ‘700㎞ 이상’을 설정하면서 KAI가 제작한 수리온 헬기 성능인 ‘680㎞’보다 근소하게 높게 커트라인을 설정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제한에 따라 국산 헬기는 2015년부터 작년까지 강원소방본부를 포함해 서울, 부산, 전남소방본부가 실시한 입찰에서 배제됐다. 2013년 이후 중앙119구조본부 및 15개 시·도 소방본부와 도입 계약을 맺은 소방 헬기 10대 중 국산 헬기(수리온)는 1대(제주소방본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자리는 외국산 헬기인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와 미국 에어버스 등에게 돌아갔다.

서류 절차에서도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금년 헬기 교체가 예상되는 한 광역지방자치단체 소방본부는 소방 헬기 구매 사전 규격으로 국토교통부의 항공안전법을 적용한 형식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KAI의 국산헬기 수리온은 국방용을 기본으로 설계·제작 돼 해당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다. 물론 우회방법은 있다. 방위사업청의 형식인증 증명서를 활용하면 된다. 다만 이를 인정하는 것은 소방본부의 재량이다.

일각에선 일부 기관의 이같은 방침이 국산 헬기의 장점인 유지비용 측면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질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산 헬기와 외국산 헬기의 대당 가격은 220억~250억원 수준으로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국산 헬기의 경우 유지비용이 국산 헬기에 비해 3배 수준으로 더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헬기 수명이 통상 20~25년으로 이같은 비용차이는 상당한 유지비용 격차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군용 또는 관용으로 항공기 구매·조달 시, 국산 완제기를 우선 구매하도록 법령 및 행정규칙 제·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 전략 산업 육성 차원에서 정부 주도로 국산 제품 우선 구매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며 “정부는 예산만 대규모로 투입해서 국산 헬기 수리온을 개발했지만, 공공기관의 외산헬기 선호 때문에 판매 활로를 뚫는 게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30여개국은 자국 산업 기반 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자국산 우선 구매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며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산 헬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90% 이상 자국산 헬기 운용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은배 기자 rladmsqo052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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