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재건축 대책’에 강남권 아파트 손사래…“큰 메리트 없어” 냉랭

정부의 ‘공공재건축 대책’에 강남권 아파트 손사래…“큰 메리트 없어” 냉랭

  • 기자명 선다혜
  • 입력 2020.08.0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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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정부가 4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의 핵심은 강남 재건축 활성화를 노린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는 강남 집값의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감이 표해왔다. 하지만 주택 수요가 높은 강남에서 주택 공급량이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서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공공사업 시행에 참여한다는 전제하에 용적률이나 층수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공공재건축은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참여해 사업을 함께 이끌어나가는 새로운 형식의 재건축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소유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 용적률과 층수제한 등 도시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을 기존 가구수보다 2배 이상 공급하고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정부는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용적률 500%는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이다. 이를 위해 종상향도 적극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고밀 재건축을 통해 기부채납 받은 주택의 절반 이상은 장기 공공임대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무주택, 신혼부부 및 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원래 용적률 250%이면서 조합원 분양과 일반분양 가구 수가 500가구인 재건축 단지가 용적률을 300%까지 올린다고 하면 가구 수는 100가구 늘어나는 데 그친다. 이때 증가한 용적률의 5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고 치면 100가구 중 50가구는 기부채납 받아 임대로 돌리고 나머지 50가구는 일반분양된다.

하지만 이 단지가 용적률을 250% 더해 총 500%까지 받으면 가구 수는 500가구가 늘어나게 된다. 이 500가구 중 250가구는 일반 분양되고 나머지 250가구는 기부채납 받아 절반씩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으로 배분된다.

주거공간 확보를 위해서 현행 90%인 준주거지역의 주거비율도 상한을 없애고, 가구당 2㎡인 공원설치 의무 규정도 완화했다. 정부는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의 구체적 공급방식은 지역별 수요나 여건 등에 따라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제한됐던 35층 층수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13년 이후 2030 서울플랜과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 등을 통해서 도시미관을 이유로 시내 주거지역 아파트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해왔다. 사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등은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층수를 50층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서울시의 층수 규제에 의해서 막혔었다.

이들 아파트 외에 다른 아파트도 층수 50층 수준으로 올리는 재건축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49층 아파트 건립계획을 수립한 바 있고,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등도 재건축을 통해 50층 건물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를 기점으로 서울시가 도시계획을 수정하면 층수제한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용도지역별로 용적률이 규정돼 있지만 층수제한과 관련한 규제는 별도로 없기 때문이다.

‘재건축 조합’ 적극적으로 참여할까?

정부가 내놓은 공공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건축 조합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가 핵심이다. 정부가 나름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고 해도 조합이 응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사실 조합 입장에서 보면 LH 등이 공공이 사업 시행에 참여하는 것은 달갑지 않다. 재건축 사업의 경우 조합간의 갈등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데, 거기다 LH까지 개입할 경우 원활한 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 가지 문제점은 정부의 ‘수익환수’ 방침이다. 정부는 욕정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이를 통해서 발생한 조합의 수익을 최대한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고밀개발로 인해 증가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하게 해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률 기준으로 90% 이상을 환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을 통해 기대수익률이 10% 밖에 되지 않는다면 조합으로 선 쉽게 나서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건물을 높이 지어도 환수로 인해서 수익은 적고, 임대와 소형주택을 많이 지을 경우 주차장만 복잡해질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조합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 이 역시도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 '공공재건축'에 미지근한 반응

만약 공공재건축이 무탈하게 잘 진행되더라도 집값 상승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남는다.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층수제한 규제를 뚫고 초고층으로 지어질 경우, 주변 집값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카드를 꺼냈지만, 위한 시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토지거래를 규제하는 제도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쓴다는 것은 결국 주택거래허가제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현재도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이 5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 해당지역에선 실거주 사유를 대고 주택을 구입하는 현금부자로 인해서 신고가 기록이 갱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인접지역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집값 상승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재건축 완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집값이 불안하다고 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경우 언제까지 이를 유지해야는지 ‘기간’도 문제다. 

현재 공공재건축에 대해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하다.

이와 관련해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공공여참여형 재건축은 우리 아파트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LH나 SH는 저가 중심, 소형 위주의 집을 많이 짓고 있어 특단의 반대급부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민간주택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적률을 높여서 임대주택을 많이 짓는 등의 방식은 일반적으로 중대형이 많은 압구정동에는 안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 역시 “공공재건축 방식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 아파트 단지는 학교가 근처에 있어 높이가 높아지면 일조권 문제가 있고, 50층으로 올리더라도 과도하게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세대수가 많아지고 지하 주차장도 부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사진제공 연합뉴스>

더퍼블릭 / 선다혜 a4066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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