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월성 1호기 계속가동 시 수익 낮게 조작…자료 삭제로 감사 방해한 산업부[종합]

김영일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1 10: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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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결론 내렸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결과가 20일 공개됐다.


감사원은 2018년 6월 삼덕회계법인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제출한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는 월성 1호기의 즉시 가동 중단 대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며 경제성 평가 결과의 신뢰성 저하를 지적했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1일 국회는 한수원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월성1호기는 1983년 가동돼 2012년 11월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5925억원을 투입, 설비보강을 통해 수명을 연장했고, 이에 따라 2022년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수원은 6·13 지방선거가 끝난 이틀 뒤인 2018년 6월 15일 이사회를 개최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했다.

이에 국회는 경제성 평가에서 전기판매 단가를 과도하게 낮추는 등 자료를 조작해 월성1호기 경제성을 과소평가하고, 평균 이용률이 54.4%를 초과할 경우 월성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것이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낮은 이용률로 전망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아울러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한 한수원 이사들도 회사에 손해를 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며 이에 대해서도 감사를 요구했다.

따라서 감사원은 한수원과 산업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국회 요구대로 월성1호기 안정성·지역수용성 등의 문제는 제외하고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과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행위 해당 여부에 중점을 뒀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범위는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조기폐쇄)에 대한 경제성 분야 위주로 이뤄졌는데, 한수원 이사회 의결 내용에 따르면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이므로 이번 감사 결과를 월성1호기 가동중단 결정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월성1호기 계속가동 경제성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

감사원이 중점을 둔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경제성 평가의 적정성에 대해 살펴보면, 삼덕회계법인은 2018년 5월 4일 한수원에 향후 4년 4개월 간 월성1호기 평균 이용률 85%를 적용한 경제성 평가결과를 제시했는데, 같은 날 산업부와의 면담 및 한수원 회의를 통해 이용률을 70%로 변경했다고 한다.

이어 삼덕회계법인은 산업부 및 한수원과의 회의를 통해 5월 11일 이용률을 70%에서 60%로 다시 변경했고, 5월 18일에는 낙관(80%), 중립(60%), 비관(40%) 시나리오를 설정해 분석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최근 강화된 규제환경과 이로 인해 전체 원전 이용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 이용률 시나리오별로 분석결과를 제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중립적 이용률 60% 그 자체는 적정한 추정 범위를 벗어나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한수원은 월성1호기 계속가동 시 전기판매 수익을 낮게 추정토록 했다.

한수원과 산업부는 삼덕회계법인에 원전 판매단가를 변경토록 했는데, 원전 판매단가는 한수원이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 1kWh를 전력시장에 판매하고 받는 단가(원/kWh)를 말한다.

연간 판매단가는 연간 원전 판매수익을 원자력 판매량으로 나누어 사후적으로 계산된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한수원과 산업부는 2018년 5월 11일 향후 4년 4개월 간 원전 판매단가를 전년도(2017년도) 판매단가에서 한수원 전망단가로 변경토록 한 것인데, 2017년 기준 한수원 전망단가는 55.08원/kWh이었고, 실제 판매단가는 60.76원/kWh이었다. 한수원 전망단가가 실제 판매단가보다 9.3%(5.68원/kWh) 낮았다.

한수원은 전기판매량을 산정할 때는 월성1호기 이용율 85%를 낮춰 60%로 적용하면서도 판매단가를 산정할 때는 전체 원전 이용율(84%)을 낮추지 않고 적용했다.

감사원은 “한수원이 월성1호기 이용률을 산정하면서 고려한 원전 전체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이용률 저하 요인을 전체 이용률에 반영하지 않은 채 전체 원전의 높은 이용률(84%)을 그대로 한수원 전망단가 추정에 사용할 경우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되는 바, 한수원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삼덕회계법인에 이를 보정하지 않고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계속가동 시의 전기판매수익이 낮게 추정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2018년 6월 11일 삼덕회계법인이 한수원에 제출한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최종안)에서는 월성1호기의 조기폐쇄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며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 저하를 지적했다.



경제성 평가결과 나오기 전에 가동중단 결정한 백운규…감사 방해한 산업부 직원들

감사원은 산업부 방침과 감사 방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2018년 4월 4일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은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즉, 이미 조기폐쇄를 기정사실화 했다는 것.

이 때문에 산업부 직원들은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 방침 외에 다른 방안은 고려할 수 없게 됐다. 

나아가 산업부는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 관여해 경제성 평가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백운규 당시 장관은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내버려 뒀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산업부 B모 국장과 부하직원은 2019년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감사를 방해했다.

이들은 컴퓨터 등에 저장된 월성1호기 관련 문서는 물론 이메일, 휴대전화 등에 저장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

또한 2018년 4월 3일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한 월성1호기 내부 보고자료 등도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감사원이 B모 국장과 부하직원의 업무 컴퓨터를 제출받아 디지털 포렌식을 한 결과 122개 폴더에 총 444개의 문서가 있었고, 그 중 324개의 문서는 복구됐고 나머지 120개는 복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수원 이사들 배임 여부…“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한수원도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계속가동 외에 다른 대안을 검토하지 않았다.

삼덕회계법인이 경제성 평가 용역을 진행할 당시 영구정지 운영변경 허가시까지 가동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었으나 한수원은 조기폐쇄 및 계속가동 외에 다른 대안을 검토하지 않았음은 물론 한수원 사장도 폐쇄시기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한수원 이사회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즉시 가동중단 외 다른 대안은 검토하지 못하고 심의·의결하게 됐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한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행위 해당 여부와 관련해서는 감사원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들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한데 대해 ▶이사 본인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본인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한수원에 재산상 손해를 가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워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백운규 통보-정재훈 엄중 주의-산업부 직원 징계 요구

감사원은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 방침을 정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에 위배된 것으로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나 2018년 9월 퇴직한 바 있어 재취업·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 활용토록 인사자료를 통보할 것”을 현 성윤모 산업부 장관에 주문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해선 “월성1호기 계속가동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실시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거나, 한수원 직원들이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과정에서 부적정한 의견을 제시해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것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한수원 사장에게 엄중 주의를 요구한다”고 했다.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감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산업부 직원에 대해서는 “감사를 방해한 B와 부하직원은 국가공무원법 제82조에 따라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요구한다”고 했다.

제82조(징계 등 절차) 1항에는 ‘공무원의 징계처분 등은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징계위원회가 설치된 소속 기관의 장이 한다’고 명시돼 있다.


與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야”…野 “文 정권이 국가 기본 시스템 파괴한 행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원의 이 같은 감사결과에 대해, 여당은 “월성 1호기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야 한다”고 했고, 야당은 “문재인 정권이 국가의 기본 시스템을 파괴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는 일부 절차 미흡에 따른 기관경고와 관계자 경징계에 불과하다”며 “월성 1호기 폐쇄결정이 잘못됐다거나 이사들의 배임과 같은 문제는 전혀 지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통상적인 감사에 불과한 이번 감사를 마치 에너지전환 정책의 심판대인 양 논란을 키운 국민의힘과 감사원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내부 관계자만 알 수 있는 감사의 내용이 특정 보수언론을 통해 단독이란 제목으로 보도될 뿐만 아니라, 진술강요, 인권침해 등 강압적인 감사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며 “그러나 월성 1호기는 연간 1천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주변 지역 주민들의 몸속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끊임없이 검출되고 있는 것은 바뀌지 않는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신 대변인은 “국민의힘에 당부 드린다. 이제 월성 1호기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야 한다”며 “그저 정쟁을 위해 탈원전 정책 폐기를 제1의 에너지 정책으로 내걸고 틈만 나면 가짜뉴스를 만들어 국민을 현혹 할 것이 아니라 세계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직시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전환에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 실천을 위해 청와대와 정부가 군사 작전하듯이 월성1호 원전 폐쇄에 나섰던 전황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비판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이 국가의 기본 시스템을 파괴한 행태였다”며 “국회에서 정부여당이 그토록 최재형 감사원장을 공격하고 압박한 배경이 오늘 발표에서 그대로 드러났는데, 최 원장은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 ‘이렇게 (피감사자들의) 저항이 심한 것은 처음 봤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관련 자료를 거의 모두 삭제했다. 포렌식으로 이걸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었다”고 지적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최 원장이 현 정부여당의 압박과 정권 핵심 하수인들의 저항으로 국가정책 결정 과정의 위법적 행위를 밝혀내고도 이 같은 결정의 최종 배후, 법적 책임을 밝혀내지 못한 점에 주목한다”며 “헌법상 감사 기능까지 파괴하고 있는 문 정부의 폭정에 분노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국회의 감사 요구가 있은 지 1년 1개월, 법정 감사 시한을 8개월 넘겨 나온 것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의 문제점과 그 배후 몸통이 누구인지 웅변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문 정부는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가정책 결정 과정을 하루속히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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