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에 ‘소통령’ 꼬리표 붙여준 이준석…‘녹취록 유출’의 정치학

한동훈에 ‘소통령’ 꼬리표 붙여준 이준석…‘녹취록 유출’의 정치학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2.04.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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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에 관해 발언하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정국에 끌어들이면서 결과적으로 ‘소통령’ 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안 그래도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송곳 검증을 벼르는 시점에, 이준석 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에게 제시한 ‘검수완박 중재안’ 관련, 한 후보자를 소환하면서 소통령 논란에 휩싸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성상납 의혹으로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이준석 대표가 출구전략으로 한 후보자를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이 대표가 과거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거나 논란이 발생할 때면 녹취록을 공개하거나 유출했던 사례가 주목되고 있다.

한동훈에 붙은 ‘소통령’ 꼬리표…韓 끌어들이고, 원내대표 패싱하고

26일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재논의를 촉구한데 대해 “재논의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엄연히 지난 주말(22일) 합의했던 일이고, 여야가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라며 “일개 장관 후보자인 한동훈 후보자의 전화 지시한 통화로 이렇게 공당의 입장이 돌변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후보자의 전화지시라는 단정적 표현을 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바로 전화 한 통을 받고 나서 당 대표가 여야 합의가 잘못됐다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고 그러고 나서 바로 (재논의를 결정하는)첫 회의가 어제(25일) 있지 않았냐”면서 “법무부 장관이 된 것도 아니고 후보자일 뿐인 한 후보자의 힘이 정말 크구나, ‘소통령’이라더니 국민의힘을 지배할 정도의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라며, 한 후보자를 소통령이라고 규정했다.

이로써 한 후보자는 소통령이란 꼬리표를 달게 됐고, 앞으로 한 후보자가 무엇을 하든 윤석열 대통령 의중으로 해석될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게 됐다.

한 후보자가 민주당으로부터 소통령이란 꼬리표를 달게 된 건, 이 대표가 의도했든 안했든 한 후보자를 끌어들인 탓이 크다.

여야가 박병석 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한 지난 22일, 이 대표는 YTN ‘뉴스큐’와의 인터뷰에서 “오늘(22일) 아침 제가 권성동 의원과 최종적으로 의장 중재안을 가지고 권성동 의원이 저에게 언급을 하셨고, 저는 여기에 대해 동의 의사를 밝혔다”면서 “그래서 저희 의원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이것이 추인돼 이번에 처리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희가 바라던 것이 100%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실상 직접수사라고 할 수 있는 보완수사권이라든지 이런 것이 상당 부분 유지된 것에 대해서는 절반의 성공한 협상이었다, 이런 판단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검수완박 중재안을 ‘절반의 성공한 협상’이라고 자평하던 이 대표는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 24일 한 후보자를 끌어들이며 협상안 재검토를 시사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주말 내내 여러 법률가들과 소위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이번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논의에 대한 자세한 의견을 수렴했다. 저는 한동훈 후보자 등을 포함해 일선 수사경험자들의 우려는 타당하다고 여겨진다”며 “내일(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협상안에 대해 재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페북에 중재안 재검토 입장을 밝히기 전 한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한 후보자는 이 대표에게 중재안의 문제점과 예상되는 부작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절반의 성공한 협상이라고 자평하던 이 후보가 한 후보자와 통화하고 나서 재검토로 급선회 한 것인데, 민주당이 한 후보자를 겨냥해 소통령이라 비난하는 이유다.


이 대표는 재검토로 급선회하는 과정에서 권성동 원내대표를 ‘패싱(무시)’했다고 한다. 권 원내대표와 사전 교감 없이 페북에 재검토를 시사한 뒤에야 원내대표에게 재검토 소식을 알렸다는 것이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절반의 성공한 협상’이라던 이준석…징계위 회부 출구전략?

이준석 대표 본인도 동의했다던 검수완박 중재안을 뒤집고 재논의에 나선 배경에는 지지층의 여론이 악화된 탓도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성상납 의혹으로 당 윤리위에 회부된 이 대표가 ‘출구전략’으로 한 후보자를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당 윤리위는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와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성상납 의혹 관련 이 대표에 대한 징계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의했다.

현직 당 대표가 윤리위에 정식 회부된 것은 초유의 일이라고 한다. 윤리위 징계 수위는 ▶제명 ▶탈당 권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단계인데, 징계가 확정되면 징계 결과에 따라 대표직 유지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가세연 등은 지난해 12월 이 대표가 2013년 ‘박근혜 키즈’임을 앞세워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8일 성접대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 등을 가세연에 제보한 장모 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처럼 성상납 의혹으로 곤혹스런 처지에 놓인 이 대표 입장에선 출구전략이 필요했고, 때마침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지지층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한 후보자를 끌어들여 재논의 결정으로 급선회하는 등 성상납 의혹을 희석시킴과 동시에 검수완박 정국을 주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 지난 3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소감을 듣고 있다.

윤석열-이준석 통화녹취록 유출…진중권 “기본적인 인간적 신뢰에 관한 문제”

한편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그간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거나 논란이 있을 때마다 통화녹취록 공개 또는 유출해왔다는 점에서 한동훈 후보자와의 통화내용도 조만간 공개되거나 유출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8월 11일 윤석열 대선 경선 캠프 신지호 정무실장은 라디오에 출연 “당대표의 결정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으로 이 대표와 당시 윤석열 예비후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윤 예비후보는 이 대표에게 유감을 표명하기 위해 직접 전화를 걸었는데, 두 사람의 통화내용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이 대표 측은 당시 “이 대표가 사용하는 휴대폰에 자동녹음기능이 있어서 녹음이 된 것”이라며 “실무진이 녹취를 풀었는데 이것이 실수로 밖으로 흘러나가게 됐다”고 했고, 윤 예비후보 측은 “윤 전 총장이 녹음과 녹취록이 유출된 사실을 보고받았다. 기분이 좋을리가 있겠는가”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이 윤석열과의 통화를 몰래 녹음해 기자들에게 돌렸다는 소문이 떠돈다”며 “이건 기본적인 인간적 신뢰에 관한 문제. 무슨 의도로 저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원희룡-이준석 통화녹취록 공개…“양심을 걸고 말씀드린다. ‘곧 정리된다’ 대상은 윤석열” 

또한 이준석 대표는 당시 원희룡 예비후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윤석열 곧 정리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자, 8월 17일 원 예비후보와의 통화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원 예비후보와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윤석열 예비후보를 정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윤 예비후보와의 갈등이 곧 정리될 것이란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 원 예비후보는 녹취록 공개 다음날인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 기억과 양심을 걸고 분명히 말씀드린다. ‘곧 정리된다’는 이 대표의 발언 대상은 윤석열 후보”라며 “‘저거 저거 곧 정리될 것’이라고, 곧이어 원희룡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며 ‘지사님 오르고 계신다. 축하드린다’ 이러한 내용으로 통화 내용이 구성돼 있는데, 다시 말해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은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어서 곧 정리될 것이고, 원희룡은 오르고 있다며 축하한다는 덕담까지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이 내용을 어떻게 ‘갈등상황이 정리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는가. 대화하면서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원 예비후보는 “이 대표는 지난 윤석열 후보와의 전화통화 녹음 파문에서 말을 바꾸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며 “이번에도 부분 녹취록, 정확하지도 않은 인공지능 녹취록을 일부만 풀어서 교묘하게 비틀어 왜곡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021년 8월 17일 공개한 통화 녹취록(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이준석-강용석 통화녹취록 공개…성상납+증거인멸 교사 의혹

지난 9일에는 성상납 의혹을 최초 제기한 가세연 강용석 변호사와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강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왔고, 강 변호사가 성상납 의혹 관련 영상을 지우고 고소‧고발을 취하할 테니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본인의 입당을 잘 좀 처리해달라는 취지였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었다.


다만, 이 대표는 자신의 최측근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을 시켜 성상납 의혹 제보자 장모 씨에게 ‘성상납 한 게 아니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써달라고 했고, 그 대가로 대전 소재의 한 피부과에 7억원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증거인멸 교사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처럼 이 대표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거나 논란이 벌어질 때면 통화녹취록을 공개 또는 유출을 해왔다. 이 때문에 이 대표와 전화통화를 할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기류가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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