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올해 국정감사 증인 1호 등극?…‘사망사고+ 기술 유용’ 겹악재

현대중공업, 올해 국정감사 증인 1호 등극?…‘사망사고+ 기술 유용’ 겹악재

  • 기자명 선다혜
  • 입력 2020.08.0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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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조선업계 최초로 대표이사 직할 동반성장실을 신설한 후 7월 한 달 동안 협력사를 방문 간담회를 가졌다. 이를 통해 협력사 대표와 관계자들을 만나서 제작‧납품 과정 고충과 건의사항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러한 간담회를 올해 연말까지 지속할 예정이며, 이와함께 기술지도사원 제도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현대중공업의 30년 이상 일한 베테랑 기술자들 20여명이 협력사 기술 향상을 돕는 것으로 상생과 협력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인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조선업계 최초로 진행된다는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하지최근 이 같은 사회공헌 활동이 무색하게 현대중공업은 협력사 기술유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0억원을 부과받았다. 비용절감을 위해 협력사의 기술 자료를 받아 다른 협력사에 넘겼다는 것 때문이었다.

물론 현대중공업 측은 “단순한 기술 참고 자료에 불과했다”며 기술유용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공정위는 협력사에 기술 요구를 한 것 자체가 ‘정당성이 없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협력사 어렵사리 개발할 기술을 가로챈 ‘갑질 기업’으로 찍혀 곤혹을 겪고 있다.

이에 <본지>는 최근 협력사 기술유용 등으로 갑질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현대중공업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쳐보기로 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0년 당시 선박용 디젤엔진은 개발했지만, 핵심 부속품인 피스톤은 국외업체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2003년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 측에 핵심부품인 피스톤 국산화를 요청했고, 연구개발 통해서 국산화에 성공했다. 서로 윈윈하던 양사의 협력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5년 전인 2015년부터였다.

현대중공업 측이 피스톤 제작에 필요한 재료, 부품, 제조 공정별 설비, 관리항목 등이 포함된 핵심기술 자료를 삼영기계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중공업 측은 제품에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라고 설명하면서도, “불응할 경우 (피스톤) 양산이 취소될 수 있다”는 압박을 넣었다. 삼영기계 입장에서는 자사가 연구개발을 통해서 얻은 기술노하우를 넘겨준다는 것 자체가 부당한 요구였지만, 원청과 하청이라는 갑을 관계상 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피스톤 양산 승인을 취소할 경우 그에 따른 부담을 삼영기계가 다 감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중공업에 넘긴 자료는 타 하청업체로 흘러들어갔고, 해당 업체에서도 피스톤을 생산해 납품했다. 이후 삼영기계는 2016년 초까지 3개월간 단가 11%가 깎였고, 2017년에는 현대중공업과의 거래가 아예 끊겨버렸다.

‘제품 불량’ 이유 들어 기술 요구

현대중공업은 ‘제품 불량’을 이유로 들어서 기술을 가져갔지만, 실제 속내는 비용절감이었다. 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 삼영기계는 2018년 해당 사건을 경찰과 공정위 측에 신고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측은 “A사에 제공한 자료가 피스톤 관련 사양 등이 담긴 단순한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면서 기술 유용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공정위 측은 타 업체에 제공된 자료에 삼영기계의 피스톤 공정 순서와 품질관리 방안 등 기술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삼영기계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기술 자료 요구도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자료도 요구했고, 하자 발생 제품에 대한 자료 요구도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의 기술 유용 행위가 ‘매우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9억 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기술 유용 사건의 경우 법위반에 따른 부당이득액 산정이 어려워 최대 10억원의 정액과징금이 적용되며, 이는 지금까지의 기술 자료 유용행위에 부과된 과징금 중 가장 큰 액수다.

문종숙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장은 “삼영기계는 피스톤 관련 3대 업체 중 하나지만, 대기업보다 열위한 지위에 있어서 (기술자료 요구에도) 응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며 “기술 자료가 왜 요구되는지도 모르는 채 넘겼고, 그 자료가 결국 경쟁사로 넘어가 단가가 낮아지고 거래가 끊기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벌써 ‘국정감사’에 이름까지?


공정위의 기술유용 사례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사례를 대기업의 대표적인 갑질 사례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도 그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국정감사에서도 현대중공업의 기술유용 문제를 꾸준하게 제기하는 등 하청업체 갑질 근절에 나서왔다.

이와 관련해서 송 의원은 “현대중공업으니 기술탈취‧거래단절은 대기업의 대표적인 갑질 사례”라고 지적하며 “최대 과징금 결정을 내린 공정위의 결정을 환영하고 21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갑질 근절을 위한 제도정비와 법류지원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기업 총수와 경영진을 국감 증인으로 소환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한 갑질 실태를 낱낱이 밝히겠다”고 말했다.
송 의원 외에도 일부 국회의원들은 현대중공업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규모가 적다며 향후 과징금 확대 등 대기업 기술탈취 방지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공정위에 요청하는 등 갑질 근절 대책 마련 방안을 마련할 것을 공정위에 요청하는 등 갑질 근절 대책 마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송 의원 외에도 일부 국회의원들은 현대중공업에 대한 과징금 규모가 적다며 향후 과징금 확대 등 대기업 기술탈취 방지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공정위에 요청하는 등 갑질 근절 대책 마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달은 사망 사고에도 '심각성' 없어?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가 현대중공업에게 고된 한해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청업체 기술유용 문제뿐만 아니라 올해 잇달아 발생한 현장 근로자 사망 문제로도 국정감사 증인으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에만 4건의 사망사고가 있었고, 이 중 한건은 노동부의 특별관리감독을 받은 직후 일어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지난 5월 21일 현대중공업 내 LNG운반선 파이프(직경80cm) 용접작업을 하던 사내협력업체 노동자 김모씨(34)가 작업을 하던 중 쓰러졌다. 당시 같이 작업을 하던 동료들이 김씨가 파이프 안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구조해, 심폐소생을 한 후 울산대학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사고가 용접용 알곤가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파이프 용접작업을 진행할 때 알곤가스를 파이프 안에 채우고, 바깥쪽에서 용접을 한 후 파이프 안쪽 용접부위를 점검하기 위해서 파이프 안에 들어간다. 이 때 파이프 내부 환기를 충분히 하지 않고 들어갈 경우 산소부족으로 인해 질식할 수 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뒤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사측이 특별관리감독을 받을 때만 일을 시키지 않고, 감독이 끝나면 위험한 작업방식으로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모습은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드러나기도 했다. 특별관리감독이 진행되는 기간 중에는 평소 2~3명씩 일하던 용접 작업장이 비워져 있거나, 감독기간이 끝난 후 근로자가 높은 구조물에서 안전벨트 하나만 착용한 채 일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노조의 주장과 포착된 정황으로 미뤄볼 때 현대중공업은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했음에도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잇달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근로자들의 교육과 안정장비 역시 미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중공업 측은 네번째 사망 사고 이후 각 사업장의 안전시설 개선과 교육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3년간 총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는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안전혁신 자문위원단 확대 운영 전 작업자에 '안전개선요구권' 부여  안전조직 개편  안전시설 투자 확대 등 3년간 총 1600억원을 안전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도 현대중공업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네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까지도 별다른 조치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던 현대중공업이 이런 대책을 내놓은 것은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점 때문이다. 또 사망사고 직후 대책을 내놓은 것도 결국은 '여론 눈치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 업계 한 관계자는 “사망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현대중공업에게는 큰 리스크가 생긴 것인데 여기에 공정위까지 얽히면서 악재가 겹치게 됐다”면서 “국정감사 때가 되면 국회의원들이 문제가 됐던 기업들 증인 신청을 위해서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들텐데 현대중공업은 거기에 딱 부합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사망사고 근로자 중에서는 협력사 직원도 있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과 협력사의 관계 자체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사진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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