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반(反) 이낙연’ 그리고 미래권력의 태동

‘이낙연 VS 반(反) 이낙연’ 그리고 미래권력의 태동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0.06.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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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주자 가늠할 전대 레이스…원외 인사들의 기지개

▲ (좌측부터)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4·15 총선이 막을 내린지도 2달여가 됐다. 총선에서 103석을 얻는데 그쳐 참패를 당한 제1야당은 전당대회를 통한 신임 지도부를 선출하기보단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했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모든 국민에게 최소 생활비를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오전부터 저녁까지 국가가 교육과 보육을 책임지는 ‘전일보육제’에 이어 고용보험·공교육 강화책 등 진보좌파적인 정책을 앞세워 보수우파 정당의 ‘파괴적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제1야당이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외부인사에게 파괴적 외과수술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라면 총선에서 177석을 확보한 거대 집권당은 차기 권력경쟁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데, 전당대회 바람이 붐과 동시에 대선 시계가 재깍재깍 움직이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포스트 이해찬 체제를 선출하는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당초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이낙연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더니 지금은 ‘이낙연 VS 반(反) 이낙연’ 구도가 형성되면서 전당대회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상황이다. 이낙연 의원 입장에서야 이런 구도가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당 입장에서는 전당대회 레이스 초반부터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점에서 그리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전당대회와는 무관하지만 잠재적 대권주자로 지목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각각 계파 의원들과의 회동 및 복지정책 이슈 주도로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위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이에 <더퍼블릭>이 민주당에 불고 있는 전당대회 바람과 움직이기 시작한 대선 시계에 대해 살펴봤다.

전대 초반 당권·대권 분리 화두

이낙연 ‘굳히기’…김부겸 ‘반등’

지난 2015년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 간 경쟁이 치열했다.

당시 박지원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이번 전당대회는 당 대표를 뽑는 선거지 대선후보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 대표도하고 대통령도 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 비판했다.

이는 ‘당권-대권 분리론’으로 당 대표는 자신이 맡고, 문재인 후보는 대선에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박 후보의 당권-대권 분리론 주장에 문 후보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지난 총선(2012년 19대 총선)과 대선(2012년 18대 대선)을 보면 그게 아닐 수 있다. 사실상 대선후보인 박근혜 당시 대표가 진두지휘를 하면 결집효과가 달랐다”고 받아쳤다.

당 대표가 총선과 대선을 진두지휘하면 지지층 결집이 극대화된다는 주장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 결과, 문 후보가 당 대표가 됐다. 다만, 문재인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안철수 의원 등 비노(非盧)·호남계 인사들의 연쇄탈당에 이은 국민의당 창당으로 부침을 겪었다.

이에 문 대표는 현재 제1야당 비상대책위원장인 ‘김종인 카드’를 꺼내든데 이어 대표직을 사퇴하기에 이른다.

당 대표 사퇴 이후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내던 문 전 대표에게 이내 박근혜 국정농단이란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고, 결국 2017년 5월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 지난 2015년 1월 3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박지원, 문재인 후보가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이낙연 대세론’…‘당 대표 선출시 대권 포기’

다소 결이 좀 다르긴 하지만 2020년 6월 새정치민주연합의 후신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레이스 초반 ‘당권-대권 분리’가 화두로 자리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이낙연 의원은 당권 도전을 고민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른바 ‘PK 성골’로 지목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낙마, 여기에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까지 꺾으면서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 이 의원이다.

따라서 전당대회 초반 판세는 ‘이낙연 대세론’으로 기울었다.

그러던 찰나 ‘김부겸’이란 녹록치 않은 인물이 등장하면서 전당대회 판세를 흔드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불모지인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된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됐으나, 이번 21대 총선에선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패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총선 낙선으로 입지가 좁아진 김 전 의원이 존재감 부각을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힌데 이어 ‘당 대표 선출시 대권 포기’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 전 의원은 지난 9일과 10일 당권 도전에 나선 우원식·홍영표 의원을 잇달아 만나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선이 되면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고 한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대선 1년 전에 당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에 따라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내년 3월이면 대선 출마를 위해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낙연 대표는 7개월짜리 시한부 당 대표가 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김 전 의원은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당 대표 임기 2년을 다 채우겠다고 한 것이다. 또한 전당대회에 출마해 낙선한다고 해도 ‘당 대표 선출시 대권 포기’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만큼 대선 출마길을 열어 놓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의원을 향한 ‘당권·대권 독식’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확산되고 있고, 여의도 정치권에선 자연스럽게 김 전 의원과 ‘당권-대권 분리’를 주창하고 있는 우원식·홍영표 의원 간 ‘반(反)이낙연 연대’ 구축을 점치고 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그래도 굳이 가정을 해보자면, 만약 전당대회 레이스에서 대세론의 주인공인 이낙연 의원과 반(反) 이낙연 세력을 등에 업은 김부겸 전 의원 간 일대일 구도가 형성된다면 김 전 의원으로선 해볼 만한 승부가 될 것이고, 나아가 당권까지 거머쥔다면 잠재적 대권주자에서 유력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설 여지가 크다.

다만, 4선 국회의원에 전남도지사,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의원의 정치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김 전 의원의 승부수에 말려들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의원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반(反) 이낙연 연대가 대세론을 꺾을 만큼, 파급 효과를 불러올지도 미지수다.

어찌 보면 이번 거대 집권당의 전당대회 레이스는 유력 대권주자인 ‘굳히기’ 또는 잠재적 대권주자의 ‘반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즉 차기 대권주자를 가늠할 전초전인 셈이다.

박원순·이재명도 대선 포석

살아있는 권력과 미래권력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낙연?

‘당 대표 선출시 대권 포기’라는 김부겸 전 의원의 승부수에 이낙연 의원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 의원은 지난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에 참석 직후 “김 전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되면 2년 임기를 채우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인의 질문에 긴 침묵이 이어졌다.

긴 침묵 끝에 이 의원의 입을 통해 나온 대답은 “보도 이외의 것은 알지 못한다”며 애써 말을 아꼈다.

이날 오후에도 ‘김 전 의원을 만나 담판을 지을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미 다 얘기를 했다. 똑 같은 얘기를 만날 때마다 계속 하는 건 고역이다. 언젠가는 만나겠지만 현재는 계획이 없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낙연 대세론’에 견제구를 던지며 등장한 김부겸 전 의원이 ‘이낙연 VS 반(反) 이낙연’ 전선 구축으로 전당대회 레이스 초반 판세를 흔드는데 대해, 이낙연 의원 입장에선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흥행적인 면만 놓고 보자면 이미 승자가 정해진 승부보다 승패를 알 수 없는 승부가 더 흥미진진한 법이다.


▲ 지난 2018년 7월 19일 케냐·탄자니아·오만 등 3개국을 공식 방문하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에 탑승하기 위해 전용기로 향하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계파 결집 박원순…친문 끌어안기

거대 집권당 내부에선 이처럼 유력 대권주자인 ‘굳히기’냐, 잠재적 대권주자의 ‘반등’이냐 등 차기 대권주자를 가늠할 전초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외에서도 대선을 향한 시계가 움직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일 서울 모처에서 자신과 가까운 박홍근·기동민 의원 등 집권당 소속 의원 17명과 자리를 함께 했다고 한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이낙연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도움이 안 될 텐데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4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자리는 단순 친목도모 성격의 모임이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박 시장의 대선출마를 염두에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9일) 국무회의에서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강조하자, 박 시장은 “적극 환영한다”며 “문 대통령은 복지국가와 기본소득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는데, 제 생각도 문 대통령과 같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페이스북 글은 친문 끌어안기의 일환으로, 문 대통령과 자신은 한편이란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됐다.


▲ 박원순 서울시장


복지정책 이슈 주도하는 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7년 19대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날선 공격으로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으로부터 공공의 적이 됐지만, 이낙연 의원에 이어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2위를 기록 중이다.

이재명 지사는 최근 복지정책 이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모든 국민에게 최소 생활비를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사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유아·아동·청년·노인 등 생애주기별로 지급하는 기본소득 100만원에 국토보유세로 마련되는 재원으로 30만원을 더해 연간 1인당 1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최근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본소득제는 내가 필생에 이루고 싶은 정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세금이 소요되는 것과 관련해선 일정 부분 기존 예산을 통해 마련하겠지만, 궁극적으론 순차적인 증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본소득제는 그동안 진보좌파 진영의 담론으로 여겨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보수우파 정당에서 어젠다로 제시되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제 뿐만 아니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소 2~3번 정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더 해야 한다는 게 이 지사의 주장인데, 지난달 29일 경기도는 전 국민에게 1인당 20만원씩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10조 3685억원의 예산편성이 필요하다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지난 6일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추가지급에 대한 여론조사를 시행해 11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 국민에게 1인당 20만원씩 추가 지급하는 방안에 60%가 찬성 입장을 나타냈고, 반대는 38%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지사의 이 같은 복지정책 주도는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혀지고 있다.

▲ 이재명 경기지사

역대 정권 충돌 사례…문심(文心)의 낙점

이처럼 거대 집권당 내부에선 차기 대권주자를 가늠할 전당대회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고, 원외에선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대권을 향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미래권력이 태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살아있는 권력은 미래권력 태동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역대 정권의 임기 말 사례를 보면, 살아있는 권력과 미래권력이 충돌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임기 말 미래권력인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로부터 도전을 받았고, 결국 YS는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을 탈당했다.

참여정부에선 김근태·정동영 등 정권에 비판적인 의원들이 탈당을 저울질 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나 때문에 탈당하려는 것이라면 내가 나가겠다’며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이른 시기의 탈당이었다고 한다.

MB 정권에서는 세종시 수정안 및 동남권 신공항 등의 현안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고, 특히 동남권 신공항 갈등을 둘러싸고는 친박계 의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에선 상하이 개헌 발언부터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인선 논란, 유승민 원내대표의 낙마, 20대 총선 공천 파동 등 박근혜 대통령이 번번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찍어 눌렀으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김무성 전 대표가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

이러한 역대 정권 사례만 놓고 보면 살아있는 권력인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선 거대 집권당 내·외에서의 미래권력 태동이 반가울 리만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문 대통령이 집권 4년차에도 여전히 50%대의 지지율을 상회하고 있는 탓에 미래권력이 함부로 살아있는 권력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진정한 미래권력으로 낙점받기 위해선 ‘문심(文心)’에 바짝 다가서야 할 판이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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