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주택임대차법에 깃든 문재인 정권의 ‘정치공학적 함의’

김영일 기자 / 기사승인 : 2020-08-01 09: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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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관리 및 임차인 표를 노린 정치

▲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김진표 의원 등이 기뻐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문재인 정부가 투기꾼들을 잡겠다며 내놓은 22번의 부동산 정책. 집 가진 국민들에게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벌금에 가까운 세금 폭탄이 투하됐고, 집을 가지려는 국민들에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줄여 집을 사기 더 어렵게 만들었다. 아울러 부동산 매도·매수에 따른 양도소득세 및 취득세를 대폭 인상함에 따라 집을 파는 것도, 사는 것도 고민하게 만들었다.

국민들은 집을 보유하는 것도, 파는 것도, 사는 것도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지만 문재인 정부가 빨아들이는 세금은 늘어만 간다. 이쯤 되면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집값을 잡는 게 아닌 ‘세금 빨아들이기’였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런 만큼 정부를 향한 원성도 높아만 지고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다음 스텝을 밟는 듯 한 모양새다.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으로 전·월세 시장은 일대 전환을 맞게 됨은 물론 임대인과 임차인의 감정싸움으로 인한 국민 갈라치기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에 <더퍼블릭>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에 숨겨진 문재인 정권의 정치공학적 함의에 대해 짚어봤다.

 

野도 모르는 법‥‘속전속결’

계약갱신 2+2년…5% 상한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 촛불이 켜졌다.

벌금에 가까운 세금폭탄, 내 집 마련이 꿈인 무주택자의 희망을 꺾어버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발하는 집회가 열린 것이다. 주최 측 추산으로 이날 집회에는 5000여명의 참가자가 몰렸다고 한다.

집회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나라가 니꺼냐’, ‘사유재산 보장하라’, ‘임차인만 국민이냐, 임대인도 국민이다’ 등의 항의성 구호를 외쳤다.

집회 연단에 오른 한 참가자는 “자유시장경제에서 본인이 피땀 흘려 집 사고 월세 받는 것이 왜 불법이고 적폐인가”라며 “투기는 너희(정부)가 했지, 우리가 했나”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로부터 나흘 후인 지난달 29일, 집권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여러 건 발의된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을 하나로 병합한 뒤 전산상으로 이미 처리한 것으로 했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이 반발하자, 집권당은 ‘단순 행정 실수’라고 해명하면서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사해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를 “소위가 구성될 때까지 법안을 잡고 있을 수는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집권당의 거절에 제1야당 법사위원들은 ‘민주당 다 해먹어라’, ‘이런 게 독재’, ‘이런 게 공산주의 국가 아니냐’며 회의장에서 퇴장했고, 집권당은 단독으로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다음날인 30일 국회 본회의, 전날 법사위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상정됐고,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은 반대토론에 나서 “야당 의원들은 법사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기 직전에야 법안 내용을 알았다. 의원도 모르는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하냐”며 “군사정권 시절에 법안을 날치기 처리 할 때도 법안 내용은 공개됐는데, 작금의 여당은 군사정권 시절에도 못한 일을 태연하게 저지른다”고 반발했다.

조수진 의원의 반대토론이 끝나자 통합당 의원들은 일제히 본회의장을 떠나 주택임대차법 개정안 표결에 불참했다.

그 결과, 재석 187명, 찬성 185명, 기권 2명으로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문턱을 넘은 다음날인 31일에는 정부가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공포해 즉시 시행토록 했다.

통상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정부로 이송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15일 이내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관보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공포토록 한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4일 예정된 국무회의서 개정안을 의결해야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해 개정안 시행 시점을 앞당겼다.

법사위 처리 하루 만에 국회 문턱을 넘겼고, 국회 본회의 통과 하루 만에 국무회의 의결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하면서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은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됐다.


▲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고 있다.


2+2년 ‘계약갱신청구권제’…기존 임대료 5% 이내 ‘전·월세상한제’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 전·월세 시장은 일대 전환을 맞게 된다.

이번에 시행된 개정안의 골자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1회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기본 계약기간 2년에서 1회(2년) 더 연장해 총 4년 동안 임대차계약을 유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임대차계약 만료 1~6개월 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계약을 연장하겠다고 하면, 집주인은 이를 거부할 없게 됐다. 반면 세입자는 계약 연장 후 계약 기간이 남았어도 필요에 따라 집주인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는 법 시행 이전부터 전·월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들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따라서 법 시행 이전 여러 차례 계약을 갱신했더라도 법 시행 이후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집주인도 상황에 따라선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집주인이 직접 세를 준 집에 들어가 살거나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이 거주할 경우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대신 2년간 실거주해야 하고,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실거주 사유 증명을 요청할 수 있다.

만약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실거주를 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절해놓고 다른 세입자와 임대차계약을 맺게 되면 세입자는 집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뒤 집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다른 세입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게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 갱신 시 임대료를 직전 계약 금액의 5%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 임대료의 5% 이상 넘지 못하게 하되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5% 이내에서 상승 폭을 정하게 했다.

정부 등록임대주택 사이트인 ‘렌트홈’ 임대료 인상률 계산기를 이용하면 5% 인상 금액을 계산할 수 있다.

문제는 세입자가 기본 2년에 한 차례 더 연장해 총 4년의 임차계약을 끝낸 후 새로운 집에 전·월세로 들어가는 경우, 이는 신규계약이기 때문에 5% 상한제를 적용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계약갱신 요구와 5% 상한제를 감안해 신규계약 시 처음부터 전세금을 높게 올려 받을 공산이 크다.

즉, 신규계약 시 집주인이 인상률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전·월세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는 것.


▲ 정세균 국무총리는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이른바 '임대차 3법' 중 전날 국회를 통과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전세→월세’ 전환…전·월세 폭증

“세입자에 선심 얻어 표로 연결”

하반기 전·월세 시장 오름세 전망…전세 물량 급감 우려

주택임대차법 개정안 시행 공포감으로 전세값은 일찌감치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전주 대비 0.02%포인트 오른 0.14%를 기록했다.

이는 전주(0.12%) 상승폭보다 커진 것이면서 주간 기준으로 올해 1월 6일 조사 이후 7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한 것이다.

전국 아파트 기준으로 보면 상승폭은 더욱 확대됐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7% 올랐다. 시도별로는 세종(2.17%), 울산(0.34%), 대전(0.33%), 경기(0.24%), 충남(0.22%), 충북(0.15%) 등이 서울 상승폭(0.14%)을 웃돌았다.

공인중개사 10명 가운데 8명도 하반기 전세값이 오를 것이라 전망하는 조사결과도 공개됐다.

지난달 29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이 지난 13~24일 다방 파트너 공인중개사 6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주택 가격 전망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데 따르면, 하반기 전세값 상승을 전망한 응답율은 83.9%에 달했다. 상승폭은 ‘4%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43.6%로 가장 많았다.

월세시장도 62.6%가 ‘오른다’고 답했고, 매매가격 역시 62.5%가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아울러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로 임대차계약을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집주인 입장에선 납부해야 할 보유세 폭증 그리고 전세보증금을 최대 5% 이상 인상하지 못할 바에는 주택담보대출 이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전세 수요 대비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값 폭등이 불가피하다.

국책은행인 한국은행이 미래통합당 유경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임대인의 월세 선호 현상 등으로 전세 공급은 감소하는 반면, 전세 수요는 금리 하락에 따른 전세자금 여력 증가 및 신도시 공급주택에 대한 청약 대기 등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 내다봤다.


▲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임대차 3법'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크게 뛰었다. 한국감정원은 지난달 27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0.14% 올랐다고 30일 밝혔다.

진중권 “왜 저렇게 서두를까? 지지율 떨어지니 서두르는 것”

이처럼 주택임대차법 개정안 시행으로 신규계약 시 전·월세 가격 폭등은 물론 전세→월세 전환에 따른 전세물량 공급 부족 등의 부작용이 전망되는데,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제도(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가 시장에 주는 충격과 영향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현실에서 결과가 그 반대로 나타날 수 있는데, 당장 전세값이 오른다든지, 아예 매물이 사라지거나 월세로 전환된다든지, 이런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충분히 마련됐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임차인도 국민이고, 임대인도 국민이다. 임차인과 임대인의 이해를 조정하는 문제에서 한쪽의 목소리가 무시될 수 있는데, 그럼 이분들(임대인)은 당장 거리로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사회적 합의 없이 통과된 법은 정권이 바뀌면 다시 폐지되거나 개정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정부여당이 속전속결로 개정안을 시행한데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진 전 교수는 “(정부여당이)왜 저렇게 서두를까? 집값과 전세값 상승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니 서두르는 것”이라며 “결국 그것은 정책적 행동이라기보다는 지지율을 관리하는 ‘정치적 행동’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게다가 일단 모든 것을 다수의 힘으로 해결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인식도 거기에 한 몫 했을 것”이라며 “의회가 사라졌다. 가슴이 아프다”고 개탄했다.

윤희숙 “임대인은 적, 임차인은 내 친구…저열한 국민 갈라치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통’으로 꼽히는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도 “세입자에게 선심을 얻어 다가오는 선거에서 표로 연결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윤희숙 의원은 지난달 30일자 페이스북에서 “경제학자로서의 마음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법을 법이라고 만든 사람들의 무지함과 뻔뻔함에 분노가 치밀지만, 정치적으로는 여당의 자충수이니 화낼 필요가 없다는 복잡한 마음”이라며 “일단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는 전세제도 소멸”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제도인 전세제도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천천히 축소되고 있었는데, 이 법으로 그것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전세 제도를 갑자기 몰아내는 것”이라며 “당장 시장 혼란도 클 것이다. 개정된 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아니라 ‘주택임차보호법’이다. 임대인을 법의 보호 테두리 밖으로 밀어낸 것인데, 이 법을 만든 사람 마음은 임차인이 본인의 표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임대인은 딱히 우리 국민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이 법은 선동적이기까지 하다”며 “임대인은 적이고 임차인은 내 친구라는 선언을 하고 있으니 정책을 실제 작동하게 하는 게 법안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라는 뜻으로 저열한 국민 갈라치기 정치 술책”이라고 쏘아붙였다.

나아가 “백번 양보해서 이 법을 만든 사람이 무식했을 뿐 의도는 정말 좋았다고 치자. 그렇다면 복잡한 임대시장에 연착륙시키기 위해 심의 과정에서 잘 따져보고 지혜를 모았어야 했다”며 “그게 인간사와 (부동산)시장의 복잡함에 영향을 주는 이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두려움과 겸손인데, 여당은 법안 심사 소위원회조차 구성하지 않고 날치기로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죄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정치가로서의 저는 걱정이 없지만, 경제학자로서의 저는 암담하다”고 덧붙였다.

주택임대차법 제1조(목적)에는 ‘국민 주거생활 안정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택임대차법 시행을 두고 ‘정치적 행동’이라는 진중권 전 교수의 지적, ‘세입자에게 선심을 얻어 다가오는 선거에서 표로 연결시키겠다는 의도’라는 윤희숙 의원의 질타를 종합하면 결국, 문재인 정권은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 보장을 꾀하는 게 아니라 지지율 관리 및 임차인들의 표를 노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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